정릉천에서 산책을 즐기던 한 사람은 기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 기자가 찾아간 정릉천은 최근 가뭄으로 하천의 물은 말라가고 있는데 얼마 안 되는 물마저도 제대로 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보에 있었다. 정릉천에는 15개의 보가 설치돼있는데 이 보들이 물의 흐름을 막고 있었던 것. 또한 15개의 보 중 4개는 파손된 보다.
기자가 지난 6월 13일 찾았던 정릉천의 모습. 이곳에서 녹조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국에는 3만 3842개의 보가 설치돼있다. 보는 관개용수를 끌어들이기 위해 하천을 가로막아 쌓아올린 저수시설이다. 수위가 15m 이상이고 저수량이 300만 톤 이상인 대형 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보를 철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로 인해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고 이는 환경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속이 느려지면 자연스럽게 수온이 상승하고 녹조현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보로 인해 퇴적물들이 보 부근에 쌓이면서 하중도가 생기는 경우도 나타났다. 고양시에 위치한 선우궁보 상류에는 퇴적토로 가득 차 저수기능을 상실했음은 물론이고 8~10년 수준의 버드나무로 가득했다.
하천의 보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서울 등 대도시에 위치한 하천 보들은 사실상 용도가 거의 없다. 처음 보들이 만들어졌을 때는 인근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최근에는 개발로 인해 도시 내 농업지대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보는 철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의 50%가량은 해방 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파손된 보도 상당하다. 국가어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만 3842개의 보 중 5857개(17.3%)는 파손된 상태다. 이중 보체가 파손된 보는 3176개, 보 하류 수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에이프런이 파손된 보는 1156개, 보체와 에이프런 모두 파손된 보는 1525개다.
시도별 | 보 개수 | 파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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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체 | 에이프런 | 보체+에이프런 | 파손합계 | ||
서울 | 189 | 21 | 0 | 8 | 29 |
부산 | 115 | 5 | 6 | 5 | 16 |
대구 | 288 | 23 | 10 | 9 | 42 |
인천 | 23 | 1 | 0 | 1 | 2 |
광주 | 138 | 16 | 7 | 4 | 27 |
대전 | 300 | 34 | 1 | 4 | 39 |
울산 | 738 | 50 | 25 | 11 | 86 |
세종 | 261 | 45 | 7 | 15 | 67 |
경기 | 3258 | 422 | 95 | 188 | 705 |
강원 | 2762 | 294 | 134 | 304 | 732 |
충북 | 1603 | 156 | 51 | 60 | 267 |
충남 | 4055 | 503 | 73 | 192 | 768 |
전북 | 4142 | 330 | 133 | 166 | 629 |
전남 | 4728 | 446 | 172 | 249 | 867 |
경북 | 4505 | 408 | 163 | 149 | 720 |
경남 | 6737 | 422 | 279 | 160 | 861 |
제주 | 0 | 0 | 0 | 0 | 0 |
합계 | 33842 | 3176 | 1156 | 1525 | 5857 |
그러나 파손된 보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파손돼있다고 공시만 돼있을 뿐, 실제로 보들이 사용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이해당사자가 없고 이는 보에 대한 방치로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보로 인한 환경오염 관련 민원제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행한 ‘농어촌생산정비 통계연보’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우리나라에서 폐기된 보는 3826개로 그 면적은 1만 4224Ha에 달한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측은 “폐기한 보의 83%는 행정적으로만 폐기된 채 콘크리트 구조물은 하천에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를 인식한 성남시는 최근 보 철거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남시 탄천에는 15개의 보가 있다. 이곳 역시 농업용수 취수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인근 지역 개발로 인해 현재는 용도를 상실한 상태다. 성남시는 탄천 내 일부 보의 수문을 열어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보 철거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년째 수문이 열려있는 구미보.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보는 하천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 당시 만들어진 보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4대강에 있는 보들은 취수목적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 관광 등의 목적도 있다. 결국 4대강 보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과 이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어느 쪽에 가치를 둬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4대강 보로 인한 환경 문제는 심각하다.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는 기수역에 보들이 설치돼있다. 기수역이란 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지점을 의미한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기수역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물이 존재한다. 이 자체가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그런데 이곳이 막히면 민물과 짠물의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유수성어종이 대부분 전멸하게 된다. 결국 호수에 최적화 된 잉어류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운동 단체들은 보 철거를 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신재은 팀장은 “이번 국회에서도 다시 발의 요청을 할 계획이다. 보를 철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보를 철거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를 논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공식적인 위원회부터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총선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해당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백경오 한경대학교 교수는 “댐 철거에 적극적인 미국은 2m이하의 작은 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높이가 55m인 영주댐과 같은 대형 댐 4개를 동시에 철거하는 클라마스 강 복원계획을 발표했다”며 “우리나라도 생태계 회복과 수질 개선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신재은 팀장 역시 “보 철거가 하루아침에 진행 될 일은 아니다. 주민들의 의지와 행정지자체의 동의도 필요한 아래서부터 위로 진행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성공사례가 생기고 주민들의 의식이 병행돼 궤도에 올라간다면 속도가 나는 건 금방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