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조작 증거 불구 사과도 사후조치도 안해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팔짱끼고 느긋하게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사건 당사자가 있다. 바로 폭스바겐코리아다. 사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못지않게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달리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폭스바겐코리아도 검찰 수사에 오만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앙지검이 지난 3월 18일 압수수색을 실시한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형 주차장에 수입차량 수천여 대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끝나고 올해 1월에 들어서자 검찰 주변에선 “김수남 검찰총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과 배출가스 조작 등 폭스바겐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라는 특별한 지시가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꾸려졌고, 폭스바겐에 대해서도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2월 19일 폭스바겐코리아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그리고 임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폭스바겐에 대한 공개수사를 시작했다. 지난 4개월간 검찰이 확인한 혐의들을 보면 폭스바겐이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조작과 거짓말을 해왔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검찰 수사의 시작은 유로5(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기준)가 적용된 구형 모델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였지만, 수사가 계속되면서 유로6 신형 차량에 대해서도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제일 먼저 미인증 차량이 5만 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폭스바겐이 2012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 제출한 연비시험성적서 가운데 48건이 조작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폭스바겐은 해당 기간에 골프2.0 TDI 등 26개 차종에 대한 연비를 국내 공단에 신고했다. 당시 폭스바겐이 제출한 서류는 독일 본사에서 연비테스트를 진행한 뒤 발행한 연비시험성적서였다.
폭스바겐은 당시 국내법상 연비시험성적서는 최근 60일내에 측정된 결과치만 제출할 수 있는데도 이를 속이기도 했다. 해당 기간에 제출된 연비신고서 중 총 31건의 시험 일자를 조작한 것이다. 차량 중량 등 시험 결과 데이터 조작도 17건의 연비시험성적서에서 파악됐다.
이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립과학환경원에 제출한 골프2.0 TDI 등 26개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및 소음 시험성적서 중 37건이 조작됐다는 것을 검찰이 확인한 것이다.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관리법은 수입차의 경우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를 국립과학환경원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원은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관련 시험이 진행되지 않는 차량에 다른 차량의 시험 성적서 등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배출가스와 관련된 보고서 10건, 소음 시험성적서 22건, 차량운행기록장치 5건을 조작했다.
그러다 결국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을 독일 본사가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확인하기에 이른다. 독일 본사가 소프트웨어 조작을 지시했다는 이메일 등 증거자료와 진술 등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이 소프트웨어 조직차량으로 지목한 차종은 7세대 골프1.4TSI다. 이 차종은 2015년 3월부터 판매된 휘발유 차종으로 국내 판매량은 1567대 정도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4년 1월 무렵 일단 배출가스와 관련된 인증을 받지 앟고 이 차종 수입통관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해 5월 국립환경과학원 시험결과에서 NOx 배출기준 초과사실이 적발되면서 두 차례에 걸친 ECU(Electronic Control Unit) 조작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ECU는 차량을 제어하는 주요 시스템으로, ECU 조작을 독일 본사가 직접 지시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하면 할수록 범죄 수준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며 “김 총장이 특별히 지시를 한 사건인 만큼 폭스바겐의 비윤리경영의 실태가 앞으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폭스바겐코리아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폭스바겐코리아는 그동안 드러난 부정행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성의 있는 사후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혐의 자체는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 인사는 “폭스바겐에서 출시하는 차를 타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 관련 당사자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만큼 많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여론의 주목도 별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을 잘 아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팔짱을 끼고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계속 그러면 앞으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