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 믿고 기자회견 독려”
―두 사람의 교제가 ‘현대판 로미와와 줄리엣’으로 불린다.
▲박철우가 현대 선수이고 날 삼성화재 감독 딸로 보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워낙 삼성과 현대가 라이벌 팀이라 난 그런 시선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시즌부터 ‘스파이설’이 나돌았다. 알고 있었나.
▲(웃으면서) 그 얘기 듣고 많이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철우는 팀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철우가 기흉 수술을 받았을 때도 나한테 얘기하지 않아서 무척 화를 냈었다. 물론 그 얘길 듣고 나 또한 아빠한테 철우 얘길 하지 않았다. 나도 운동을 한 사람이라 스포츠계에는 최소한 룰이라는 게 있다. 내가 설령 어떤 얘길 들었다고 해도 그 얘길 아빠한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런 얘길 듣고 싶어하지도 않으신다.
―박철우가 삼성만 만나면 기를 못 핀다는 얘기도 있었다.
▲내가 철우 경기를 보러 가면 철우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가 사귀는 게 알려지지 않았을 때도 경기장에 많이 갔었다. 그때 철우가 잘하는 경기가 더 많았다. 현대가 이기면 그런 소문이 안 들리는데 경기에서 지면 꼭 말이 이상하게 흘러다닌다. 철우는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다. 시합을 못했을 때는 내 전화도 안 받는다. 아마 삼성을 만났을 때 더 잘하려고 기를 쓰고 덤벼들 것이다.
―박철우를 만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다른 선수들 여자친구들처럼 남자친구를 대놓고 응원하거나 경기 끝나고 선수단 버스 타는 데서 기다렸다가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올 수 없다는 점들이다. 내가 현대 측 관계자들 눈에 띄면 이상한 오해를 할 것 같아서 경기장에선 철우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삼성과 현대 경기가 벌어질 때 어디를 응원하나.
▲솔직히 팀은 삼성이 이겼으면 좋겠고 철우가 경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요즘은 아빠한테 좀 미안하지만 현대가 이기길 바랄 때가 많다. 그래야 철우가 좀 편할 것 같아서다.
운동선수와의 만남에 대해 부모님들의 반응은?
▲엄마 아빠도 운동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만나는 데 대해 크게 뭐라고 하시진 않았지만 결혼은 힘들다고 강조하셨다. 처음엔 친구처럼 지내라고 하셨는데 내가 진지한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지금은 많이 이해해 주시려고 하지만 자꾸 일들이 터지니까 속으론 많이 불편하실 것이다.
―여자친구로서 남자친구가 폭행당한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텐데.
▲처음엔 전혀 몰랐다. 철우 성격이 나한테 운동과 관련된 얘길 안 하는 스타일이라 아마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나중에 알았을 것이다. 전화로 좀 맞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나선 너무 놀랐다. 철우가 맞을 때 가만히 있었던 동료 선수들이 미울 정도였다. 나도 운동하면서 맞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체벌이었고 철우한테 가해진 건 폭행이다.
기자회견하기 전 엄청나게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실의 힘을 믿자고 용기를 줬다. 요즘 철우가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하루 빨리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