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달성군 옥포면사무소 ‘송해공원 사랑모임(이하 송사모) 발대식’에서 김문오 달성군수가 송사모 회원들을 모아 놓고 격려사를 하면서 나온 말이다. 같은 시각, 달성군의회에서는 ‘제244회 1차 정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의회는 이날 ‘2015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승인의 건’, ‘2016 상반기 주요업무 추진실적 보고·청취’와 각종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집행부 수장이 연 두차례 열리는 의회 정례회 중 첫 정례회 그것도 첫날부터 참석하지 않은 것을 자랑 삼아 얘기했다. 군정을 이끌다 보면 불가피하게 현안의 경중에 따라 선후를 가릴 수 있다. 정례회 참석 보다 군정에 있어 더 중요한 자리나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사모 발대식’을 굳이 올해 첫 정레회 첫날, 그것도 거의 같은 시간에 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정례회 보다 발대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 군수의 판단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달성군이 추진하는 ‘옥연지 송해공원사업’은 오는 2018년 말 완공 목표로 추진하는 장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좀 더 양보해 이 사업이 김 군수가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발대식이 연 두차례 열리는 의회 정례회 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또 이 자리에서 김 군수는 “의회도 여기 간다니 가라 하더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사실여부를 떠나 달성군의회를 이른바 ‘식물의회’로 만들어 버렸다. 의회도 송사모 발대식이 정례회 보다 더 중요한 자리임을 스스로 자인해 버렸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달성군의회 채명지 의장에게 이와 관련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하중환 부의장은 전화통화에서 “군수님이 정례회에 잠시 얼굴을 내비치고 바로 (발대식 현장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정례회는 이날 오전 10시, 발대식은 10시30분으로 달성군청과 옥포면사무소까지의 거리와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정례회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 부의장 말이 사실이라면, 불참석 의사만 내비치고 바로 나서야 한다. 발대식이 열렸던 옥포면사무소에 기자는 5분 정도 늦은 10시35분 경 도착했다. 발대식장으로 들어서니 김 군수와 송사모 회원, 기관단체장들이 이미 자리해 있었고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김 군수가 ‘송해공원사업’에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고 또 이 사업을 사랑하는 모임을 주민 스스로 결성했다는데 그 발대식이 김 군수에게는 더 특별히 다가 올 것이다. 하지만 열번을 양보해도 달성군의회를 이른바 ‘식물의회’로 만들어 버릴 만큼 중요한 자리인가? 는 달성군민이 판단해 봐야 할 몫이다.
달성군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도 70여명의 송사모 회원 보다 20만을 훌쩍 넘은 군민의 민의(民意)가 어디 있는지 제대로 살폈어야 했다. 그러면, 군수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딘지는 명백해 질 것이다.
김 군수는 이날 송사모 모임에서 ‘송해공원사업’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스스로 모임을 결성해 홍보대사를 자청했다는 70여명의 동지?들을 향해 많은 격려의 말들을 쏟아냈다. 김 군수가 격려사를 통해 밝힌 ‘송해공원사업’에 대한 비전과 향후 플랜을 들어봤을 때 그 간 본지가 밝힌 ‘송해공원 사업 의혹’에 대한 우려감도 점점 커졌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君君臣臣子子”라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정치란 모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게 만들고 또 하는 것일 것이다.
얼마전 모 언론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브리핑이 다시한번 가슴에 와 닿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덧붙여 ‘있어선 안될 자리로 내 몬 사람들’까지 모두가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정치’에 대한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답’일 것이다.
지난 15일 김문오 군수(우측에서 세번째)가 옥포면사무소에서 열린 송사모 발대식 후 기관 단체장, 회원들과 함께 음료를 들고 건배하고 있다. 2016. 6.15 cuesign@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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