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폼은 달라도 ‘’선행샷‘’은 똑같네
▲ 양용은(왼쪽)과 최경주 | ||
많이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 일단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다른 운동을 하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다는 사실은 닮은꼴을 넘어 사람 이름만 바꿔놓은 듯하다. 최경주는 중학교까지 역도 바벨을 잡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골프장 볼보이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보디빌딩을 하던 양용은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우연한 기회에 연습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각각 완도와 제주도, 넉넉지 않은 형편의 섬 촌놈들이었다.
여기에 골프인생도 아주 흡사하다. 일단 한국에서 정상에 오른 후 일본에서 성공을 거뒀고, 이후 고생고생 끝에 최고의 무대인 미PGA에서 위너스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여기에 최경주가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 퀄리파잉스쿨을 거친 것처럼 양용은도 2007년과 2008년 두 번이나 이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최경주의 말솜씨는 정평이 나 있다. 워낙에 말을 잘해 방송 인터뷰 때는 NG 없이 ‘한 번에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최경주는 “말을 하고, 노력하면 다 이뤄진다. 골프도 그냥 내 플레이에 집중해서 열심히 치면 된다. 그러면 하나님이 알아서 다 옆에 있는 선수들을 하나씩 다 쳐버리신다”라고 말해 기자회견 장소를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최경주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양용은도 입심이 좋다. PGA챔피언십 우승 직후 한국에 있는 ‘절친’에게 전화로 “봤어? 하하하 내가 좀 우즈를 끌고 다녔지 뭐”라고 말한 것이 기사화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말을 잘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운동생리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종종 “최고의 운동선수는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탱크와 야생마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지난 2007년 11월 23일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 (자선)재단’을 설립했다. 원래 남을 잘 돕기로 유명한데 아예 자선단체를 설립해 보다 큰 규모로, 보다 조직적으로 이웃돕기를 실천하려는 것이다.
이는 양용은도 마찬가지다. 양용은은 올해 미PGA에서 2승을 거두기 전,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도 소리 소문없이 많은 기부를 해왔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3월 양용은이 혼다클래식에서 첫 미PGA 우승을 거둔 후,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최경주재단에 1억 원을 쾌척했다는 것이다. ‘제주 지역 발전을 위해 써 달라’는 주문과 함께 말이다.
골프전문가들은 최경주와 양용은이 소문난 연습벌레지만 스윙 자체는 크게 다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최경주의 샷이 주로 페이드(오른손잡이의 경우 볼끝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는 것) 구질인 반면 양용은은 드로우샷(왼쪽으로 살짝 휨)을 기본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최경주의 스윙은 부드러운 반면, 양용은은 임팩트가 뛰어난 파워샷이다. 최경주는 정확성이 뛰어나고, 양용은은 비거리가 좋다. 미PGA 드라이버샷 평균비거리를 보면 양용은은 291야드로 정상권에 속한다. 반면 최경주는 10야드 정도 짧은 280야드로 단타자로 분류된다. 대신 페어웨이적중률은 최경주가 좋다.
근본적으로 스윙과 샷에 차이가 있으니 플레이스타일도 다르다. 양용은 장타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최경주는 특유의 정교한 아이언샷이 일품이다. 프로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퍼팅 등 쇼트게임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최경주는 “눈매에서 살기(殺氣)가 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의지가 강하고, 근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성격도 야무진 면이 많다.
반면 양용은은 다소 어리숙해 보일 정도로 순진한 면이 있다. 옆집 형이나 아저씨처럼 친숙하기만 하다. 이번 신한동해오픈 기간 중 최경주는 양용은과의 동반라운딩에 대해 “(양용은은) 밤같이 구수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달변인 최경주의 입에서 나온 ‘밤같이 구수하다’는 양용은의 성품을 축약하는 최고의 표현인 것이다.
최경주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유명하다. 각종 인터뷰 때 “하나님”을 많이 인용하는 까닭에 기독교신자들 사이에서 최경주의 인기는 더욱 높다. 반면 양용은은 불교신자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불심에 많은 의지를 한다.
둘은 주량도 차이가 난다. 최경주는 폭탄주 20잔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두주불사형이다. 하지만 신앙생활은 물론이고, 투어생활을 하는 까닭에 시즌 중에는 단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이에 비해 양용은은 술과는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아예 못했는데 요즘에는 좀 늘어서 소주 한 병 정도”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둘은 이밖에도 타이거 우즈에 대한 상대성, 선호하는 옷 색깔(검정색 VS 흰색) 등 이것저것 작은 차이들을 갖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