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재판에서는 한센인을 상대로 낙태와 정관 수술이 이뤄졌던 수술대와 감금실, 화장터 등에서 현장검증이 이뤄졌으며, 한센인 피해자들과 당시 소록도 의료진들의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도중 납골당인 만령당에 들러 묵념하기도 했다.
소송을 낸 한센인들은 “한센병이 유전병이 아닌 전염병임에도 불구하고 강제 불임과 낙태 수술이 행해졌다”며 “일제강점기 시절 이뤄진 인권유린 시책이 해방 이후에도 정부 방침에 따라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가 한센인을 격리수용해 통제하며 정관절제수술을 강요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한국 정부가 강제로 정관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여성의 경우 병원 내 출산을 금지시키고, 출산을 원하면 강제 퇴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퇴원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임신중절 수술을 받게 했다”며 “사실상 여성들이 낙태수술을 강요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센인 피해자 540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를 상대로 5건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는 1심에서 불임시술 피해 3천만 원, 낙태 피해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했다.
여다정 인턴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