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H아파트에서 A 씨(60·여)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김 아무개 씨(3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16일 오후 1시 45분께 A 씨의 자택에 들어가 A 씨의 입과 코를 5분여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A 씨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고 옷은 벗겨진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지난 14, 15일 A 씨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부동산 관련 투자 얘기를 나눈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또한, 김 씨가 A 씨에게 1000만 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A 씨가 이를 거절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튿날인 17일 오후 9시 37분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 김 씨의 전자발찌가 훼손됐다는 내용이 통보되고 경찰은 추적을 시작했다.
김 씨는 범행 장소에 있던 자신과 A 씨의 차를 다른 곳에 숨기고 렌터카를 이용해 대전으로 도주했다. 다음날인 18일 오후 8시 30분, 김 씨는 대전에서 핸드백을 날치기하려다 실패하고 경찰에 검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김 씨가 단순 날치기 범행을 하다 붙잡힌 줄 알았다.
하지만 김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기 전인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A 씨의 집을 수차례 방문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19일 오후 1시쯤 A 씨의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이후 대전에서 잡힌 김 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 2005년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교도소에 수용된 김 씨는 지난해 11월 출소했고 법원은 김 씨에게 2025년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의 실효성에 지적이 제기된다. A 씨가 살인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정부당국은 범죄 사실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5년간 성범죄나 강력범죄로 전자발찌를 찬 이들 가운데 이를 훼손하거나 잠적한 사람은 5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