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호랑이, ‘벙커’ 탈출 대가 1천억원 치렀다
놀라운 건 타이거 우즈가 화류계 여성들뿐만 아니라 여염집 여성들도 절대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8년에 우즈와 만났던 엠마 로터햄은 영국의 주부였는데, 플로리다 지역에 놀러와 올랜도의 ‘블루 마티니’라는 바에서 우연히 우즈와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올랜도에 있는 우즈의 사무실 소파에서 여러 번 관계를 맺었고, 우즈는 투어에 들어가기 전에 비행기를 타고 영국에 가 그녀와 만났으며, 수면제의 일종인 앰비엔을 복용한 후 거의 밤새도록 섹스를 하기도 했다. 우즈는 수시로 섹시한 사진을 보내라며 요구했고, 특히 검은 스타킹을 신고 가터벨트를 착용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엠마 로터햄은 우즈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까지 만나던 여성으로, 그는 그녀에게 침묵을 요구하며 30만 파운드(약 5억 원)의 돈을 주기도 했다.
우즈가 섹스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까지 만난 영국 주부 엠마 로터햄.
이웃집 여자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더 인콰이어러>는 올랜도에 있는 사무실 근처에 사는 레이첼 쿠드리에라는 여성이 2009년에 우즈와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22세였던 레이첼은 14세 때부터 우즈와 알고 지냈던 사이. 이후 성인이 되었고, 우즈는 그녀에게 접근했다. 아내 엘린이 외국의 휴양지로 떠났을 때, 우즈는 레이첼을 집까지 끌어들였다. 우즈는 그녀에게 종종 음란한 문자를 보내곤 했는데, “지금 네 몸을 만지고 있어? 난 지금 너와 하고 싶어” 같은 내용은 가장 얌전한 축에 속했다.
2002년에 만나 2009년까지 이어졌던 카시미라 카란지아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맨더 보이드는 동료 골퍼인 제이슨 더프너의 전처였다. 어맨더와 우즈는 잠깐 동안이지만 매우 뜨거운 관계였다.
가장 놀라운 케이스는 테레사 로저스였다. 레이다온라인닷컴에 의해 우즈와 그녀의 관계가 폭로되었는데, 우즈보다 15세 연상이었고, 관계가 폭로된 2008년 당시 49세였다. 우즈가 엘린과 결혼하기 전부터 만난 여성이었는데, 다섯 살짜리 딸을 키우며 사는 싱글맘인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가 사실은 우즈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녀의 주장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우즈의 오지랖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스캔들이 터지면서 우즈가 결혼 전에 사귀었던 여성들이 환기되기도 했다. 브리지트 커코브는 오스트리아계 미국인으로 포르노 감독이자 배우였던 여성. 조애너 다고다는 1998년에 만나 2009년까지 관계가 이어졌다고 추정되는 최장기 기록 보유자다. 무려 11년이다. 2001년엔 컨트리 팝 가수인 리앤 라임스와 관계를 시작했는데, 라임스는 2002년에 결혼한 후에도 우즈와 만났다. 우즈가 금발의 백인 여성만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2001년에 만났던 라라 두타는 반대 사례일 것이다. 뉴욕 양키즈의 유격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데릭 지터와 염문을 뿌린 것으로 유명한 인도의 모델이자 배우인 라라 두타는 2000년에 미스 유니버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2003년에 배우로 데뷔해 흥행력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던 배우다. 우즈는 결혼 전에 라라 두타와 잠깐 동안 사귀었다.
우즈가 2001년 만났던 인도 유명 모델이자 배우 라라 두타. 그녀는 우즈는 금발의 백인 여성만 좋아한다는 주장을 뒤집는 사례다.
2009년 11월 25일에 사건이 터진 후, 한 달 이상 동안 수많은 제보와 폭로와 뉴스가 이어졌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즈의 정부 리스트’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를 모델로 썼던 여러 스폰서 회사들이 우즈를 버렸고, 우즈의 스캔들로 엑센츄어, AT&T, 게토레이, GM 등의 기업이 잃은 주가 손실이 50억 달러(약 6조 원)에서 심하면 12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0년이 되어도 리스트는 계속 이름을 추가했고, 1월 19일엔 우즈가 섹스 중독증 치료를 위해 클리닉에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필 미켈슨이나 톰 왓슨 같은 동료 골퍼들이 조심스레 우즈의 컴백을 요구하는 가운데, 2월 19일 타이거 우즈는 지난 45일 동안 미시시피주 해티스버그에 있는 클리닉에서 정신 치료를 받았다는 인터뷰를 했다. 아내에 대한 사과의 말과 함께 우즈는 깊은 후회의 말을 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생 내내 지나치게 열심히 일했고, 내 주변의 모든 유혹을 받아들여 즐겨도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돈과 명예 덕분에, 난 그 모든 것들은 내 주변에 항상 있었다. 이 모든 건 틀린 생각이었다. 나는 어리석었다.”
이혼한 우즈의 새 애인 린제이 본(왼쪽). 그녀는 스키 선수로 유명하다.
타이거 우즈는 컴백했지만 예전만큼 실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그리고 2010년 8월 23일, 우즈와 엘린 노르데그렌의 이혼 소송은 완료되었다. 전처에게 약 1억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했다. 이후 그는 슬럼프를 딛고 다시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재기했고, 2012년엔 새 연인이 생겼다. 바로 스키 선수로 유명한 린제이 본. 그리고 사람들은 우즈의 스캔들에 대해, 세계적인 스타가 한동안 겪었던 홍역 정도로 여기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