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벙커’에 빠져 ‘트리플 보기’
▲ 타이거 우즈와 엘린 노르데그린 부부. 아내 엘린은 우즈와 최소 10년은 살아야 위자료 2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 ||
추수감사절 다음날 새벽(현지시간 11월 27일 새벽 2시 25분) 타이거 우즈가 집 근처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기에는 궁금증이 너무 많았다. 음주운전도 아닌데 부주의에 의한 교통사고였고, 입술에 피가 나는 경미한 부상(처음에는 중상으로 보도)인데 아내 엘린이 골프채로 차 뒷 유리창을 깨 우즈를 구출했다는 스토리는 믿기 어려웠다. 특히 수일 전 타블로이드 보도를 통해 불륜설이 터진 까닭에 더욱 그랬다. 우즈는 사고 조사를 위한 진술을 거부했고, 자신이 개 최하는 대회까지 불참하며 꽁꽁 숨어버렸다.
하지만 타이블로이드 신문을 중심으로 한 미국 언론은 집요하게 우즈의 사생활을 파고들었고, 건실한 골프 황제가 알고 보니 오랫동안 아내를 속이며 여러 여성과 놀아났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잇달아 제기했다. 그리고 12월 2일(현지시간) 골프 황제는 결국 자신의 홈페이지(www.tigerwoods.com)를 통해 사실상 외도를 시인했다.
사건의 전모를 간단히 재구성하면 이렇다. ‘추수감사절 직전에 터진 불륜설로 우즈는 엘린과 심한 다툼을 했다. 골프 황제가 내연녀에게 문자를 보내다가 아내에게 걸렸고, 아내는 문제의 여성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휴대폰과 거실 일부를 부수는 등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우즈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우즈가 집을 나서자 엘린이 골프채를 들고 쫓아 왔고, 우즈가 차를 타고 내빼는 순간 엘린이 골프채로 차의 뒷 유리창을 박살냈다. 당황한 우즈는 소화전과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런 내용은 12월 3일 대만에서 만들어진 ‘우즈 교통사고 동영상’에 잘 담겨있다. 이 동영상은 우스꽝스러운 골프 황제의 표정을 비롯해, 마치 현장을 본 것처럼 생생하게 사고 당시를 재구성해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아직 당사자인 우즈와 엘린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까닭에 이 가설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우즈 사생활은 물론, 3명의 내연녀들의 과거 행적 및 주변인물까지 샅샅이 추적하는 미국 언론 보도를 참고하면 그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섹스트(Sext)라는 단어는 아직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다. 성(性)에 대해 개방적인 IT세대들이 즐기는 음란한 놀이의 일종으로 ‘짧고 자극적인 성적 내용이 담긴 휴대폰 메시지(사진 동영상 등 포함)’를 말한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섹스트를 주고 받은 뒤 망가진 아이들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번에 건실한 골프 황제가 이를 즐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 우즈의 내연녀들. 왼쪽부터 레이첼 우치텔, 제이미 그럽스, 칼리카 모킨. | ||
우즈는 단순한 골프 스타가 아니다. 메이저대회 14승 등 미PGA 82승의 업적, 그리고 스포츠선수로는 처음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불세출의 스포츠 스타다. 여기에 인종의 벽을 넘어서고, 또 건실한 사생활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큰 것이다. 미국인들은 우즈 이전에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이 2006년 과거의 외도가 들통 나 부인 주아니타로부터 이혼당할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조던의 이미지가 현재 타이거 우즈처럼 바른 생활의 사나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던에 이어 우즈도 비슷한 전철을 밟자 실망감이 더 큰 것이다. 더욱이 조던은 결혼 초창기의 불륜이 은퇴 후 뒤늦게 드러난 반면 우즈는 최고 전성기에 혼외정사가 터졌기에 더 강도가 세다. 여기에 바람을 핀 기간이나 상대여성 등 그 강도도 우즈 쪽이 훨씬 더 충격적이다.
타이거 우즈를 신격화해 눈길을 끌었던 한 교회는 아예 폐쇄조치를 단행했다. 1996년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지글러라는 사람이 “타이거 우즈는 진정한 메시아”라며 ‘타이거 우즈의 첫 번째 교회(First Church of Tiger Woods)’를 세웠는데 이번 불륜 사건이 터지자 아예 단체를 해산해버렸다. 이 교단이 운영하던 www.tigerwoodsisgod(타이거 우즈는 신).com이라는 사이트는 간판을 아예 ‘타이거 우즈의 저주(The Damnation of Tiger Woods)’로 바꿔달았다.
우즈가 불륜설을 인정하지 않고, 부부싸움을 교통사고로 덮으려고 했을 때 미국의 몇몇 언론은 최근 생방송 중 직원과의 불륜을 털어 놓은 CBS <레터맨 쇼>의 주인공 데이비드 레터맨과 비교하며 우즈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으라고 압박했다. 그만큼 미국사회는 거짓말을 싫어하고, 잘못이 있을 때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점에서 우즈는 기회를 놓쳤다. 우즈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우즈가 ‘사생활 보호’를 강조하면서 뷸륜설이 나온 지 6일 만에 어쩔 수 없이, 즉 언론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가 제기되는 순간 마지못해 잘못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또 첫 번째 우즈의 여성으로 꼽히는 레이첼 우치텔의 경우 기자회견을 갖고 불륜내용을 폭로하기로 했다가 우즈 측이 거액을 제시해 당일 이를 취소했다. 아내 엘린에 대해서도 협상을 통해 거액의 일시금(500만 달러)을 주고, 또 2004년 결혼 당시 맺었던 이혼 조건(10년 결혼생활을 할 경우 위자료는 2000만 달러)을 조정하는 것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즉, 그가 돈으로 잘못을 무마하려고 해 더욱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타이거 우즈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나이키, 질레트 등 10개가 넘는 스폰서 기업이 여전히 우즈와 함께 가겠다는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번에 우즈는 자신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골프가 워낙에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까닭에 이처럼 고통을 당한 우즈가 2010년 시즌에 예전처럼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느냐도 큰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또 이미 각종 토크쇼에서 우즈의 불륜 및 웃기는 교통사고는 최고 인기 소재로 등장해 놀림감이 되고 있다. 우즈가 엄청난 뉴스메이커인 만큼 두고두고 풍자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스타 중 누구의 죄질이 가장 나쁜가’를 묻는 미국의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우즈는 현재 40%에 달하는 득표율로 로저 클레멘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이상 야구), 코비 브라이언트(이상 10%대)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팬들의 충격이 큰 것이다.
우즈는 12월 2일 외도 시인 성명을 통해 “나는 잘못이 없는 사람이 아니며 결코 완벽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사생활의 문제라며 더는 확대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바람과는 달리 우즈의 ‘트리플보기’ 여파는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프황제' 타블로이드지에 무릎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미디어'
▲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외도 기사를 담은 미국의 잡지들. AP/연합뉴스 | ||
<내셔널인콰이어러>는 미국의 최대명절인 추수감사절판에 타이거 우즈(34)가 레이첼 우치텔이라는 여성과 외도를 했다는 보도를 냈다. 나름 주목을 끌기는 했지만 ‘카더라 통신’으로 치부되며 주류언론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27일 새벽 2시 30분(현지시간) 우즈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것이 우즈의 외도로 인한 부부싸움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결과적으로 엄청난 특종이 됐다.
1926년 창간된 <내셔널인콰이어러>는 뉴스 제보자에게 제보료를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도 우즈와 우치텔의 호주 밀월여행에 대한 기사제보에 대해 2만 5000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 가십을 주로 다루는 <내셔널인콰이어러>는 사실 최근 잇단 놀라운 특종으로 개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후보에도 올랐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외도를 해 아이까지 뒀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에드워즈가 부인하고, 주류 언론도 무시를 했다. 하지만 곧 에드워즈 본인이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시인했다. 오바마의 러닝메이트 꿈이 수포로 돌아갔고, 주류언론은 뒤늦게 <인콰이어러>를 따라가기에 분주했다.
이처럼 이번 ‘우즈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인콰이어러>는 이미 2년 전 우즈의 외도 사진을 입수하는 등 확실한 근거를 확보했는데, 우즈 측과 거래를 통해 우즈가 <인콰이어러>의 자매지인 <맨스 피트니스>에 커버스토리로 인터뷰에 응하는 조건으로 무마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동안 타이거 우즈는 ‘신성불가침’으로 불릴 정도로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해왔다. 자신의 요트이름을 ‘프라이버시’로 작명하고, 또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고기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우즈는 2004년 바베도니아 결혼식 때는 인근 지역의 헬기까지 모두 임대하는 등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돈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우즈는 도덕적으로 크게 흠집이 난 이번 사건을 통해 타블로이드 매체의 주공략 대상으로 부상했다.
현재 골프황제의 외도에 대한 미국 언론 보도는 타블로이드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어쨌든 지난 4일 폭스뉴스가 타이거 우즈의 이름을 활용해 뽑은 타이틀, “Is Tiger Out of the Woods(이제 호랑이가 숲 밖으로 나왔는가)?”가 아주 제격으로 느껴지기만 한다.
LA=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