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재테크는 울 아내^^’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교영 김보민 손미영 김수연 정희정.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진갑용♥손미영
“선수 아내들이 자주 찾아와서 사업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 봐요.” 진갑용(36·삼성 라이온즈)의 아내 손미영 씨는 요즘 선수 아내들의 사업 관련 문의에 답하느라 바쁘다. 5년 전 연탄 불고깃집을 시작으로 2년 후 커피숍까지 열며 지금은 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됐다. 두 가게 모두 월 매출 1000만 원이 넘을 만큼 자리를 잡았고, 덕분에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손 씨는 “처음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불고깃집 체인을 따내고자 한 외식업체 대표를 만났는데 손 씨를 본 그 대표가 ‘장사할 인상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손 씨는 그 불고깃집 식당에서 주방 일부터 시작해 서빙까지 해가며 충분히 식당을 운영하고도 남는 ‘악바리’ 주부라는 사실을 증명했고, 3개월 일한 끝에 체인점의 운영권을 따냈다. 이후 선수 아내라는 걸 알면 웃돈을 받고 물건을 팔거나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 아내라는 것을 비밀로 하고 그저 생활비가 급한 주부 연기를 하며 물건 값을 깎기도 했다는 것.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프로선수인 남편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그는 “매 시즌 더위에 지쳐서 남편의 온몸에 땀띠가 올라올 때면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며 “연봉 1억 원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남편의 혼잣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뭔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FA 계약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남편의 말에 부업을 실행에 옮겼고, 가게 두 곳을 성공시킨 것이다.
#김한수♥정희정
“10년 전업주부로 살아보니 아,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남편이 선수생활을 무사히 끝내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경우도 아내의 비즈니스는 계속되었다. 김한수 코치(39·삼성 라이온즈)의 아내 정희정 씨 역시 작년부터 와인바 사업에 나섰다. 정 씨는 와인바 사업은 남편에 대한 보조가 아니라 남편 따라잡기라고 정의한다.
정 씨는 “남편이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자 나도 내 분야를 찾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내 모든 시간을 남편한테 맞춰왔지만 마음 한쪽에는 나도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지난 시간 동안 생활비를 쓰고 남는 돈으로 1억 원을 모았다.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한 계획은 없었지만 남편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자신의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자기 약속이자 위로였다.
김한수 코치가 지도자 연수를 떠났을 때 비로소 적금을 깨며 본격적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 남편은 왜 사서 고생하냐며 반대했지만 자신을 찾고 싶다는 아내의 기나긴 설득에 결국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준비한 와인바가 인기를 끌고 1년 동안 적지 않은 소득과 함께 여러 언론에 소개되자 처음에 반대하던 김한수 코치도 ‘돈 많이 벌어와~’라며 와인바 운영에 야구 못지않은 뜨거운 열성(?)을 보내고 있다.
▲ 김정임 | ||
외식업이나 쇼핑몰로 활동기간이 짧은 남편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부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 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게끔 남편이 아내를 외조하는 경우도 있다.
김병지(40·경남FC)의 아내 김수연 씨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남편의 배려로 설치미술과 섬유미술 분야 국·내외 작가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남편이 전지훈련을 가 있는 동안 영감을 줄 만한 장면이나 작품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전송해 준다”며 남편의 오랜 미술 외조에 대해 자랑한다. 또 섬유미술에 들어가는 못질이나 험한 작업은 운동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직접 돕는 등 누구보다 자신의 작품 활동을 지지해준다고.
물론 김병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내의 경력이 높아져 유명 작가가 되면 작품 한 점에 몇 억을 벌 수 있다”며 “내 인생 최고의 재테크는 부인이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김남일♥김보민
지난해 10월부터 스포츠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다시 브라운관을 찾은 김남일(33·FC 톰 톰스크)의 아내 김보민 아나운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기만 하다. 김 아나운서는 “아이와 정해진 시간에 놀아주고 함께 잠을 자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요즘 아나운서로서의 직업과 육아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리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설명한다.
러시아에서 뛰고 있는 남편 옆에서 직접적인 내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아나운서는 김남일이 되레 더 일을 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김남일이 러시아행을 결정했을 때 김 아나운서는 가족 모두가 함께 가려고 했지만 김남일은 “아들 서우 앞에 자랑스런 아빠가 되기 위해 월드컵 전까지 독한 마음으로 낯선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며 아내의 러시아행을 만류했다고 한다.
김 아나운서는 “원래 성격이 느긋하고 낙천적인데 방송할 때가 되면 누구보다 철두철미해지는 모습에 남편이 ‘당신은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라고 일깨워주곤 했다”고. 김남일이 출산 후 아내의 체중감량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도 누구보다 브라운관으로 아내의 일하는 모습을 다시 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김 아나운서는 김남일이 한국에 잠시 들어올 때도 다음날 생방송이 있는 아내가 쉴 수 있게끔 아이를 돌보고 다른 방에서 함께 자는 등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자랑이다.
아직 신혼이기 때문일까. 짧은 선수생활을 고려한 불안감이나 부업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남일 씨는 남아공월드컵에서 2002년만큼의 활약을 거둬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고, 난 아나운서로 보람된 일을 하는 게 재테크 아니겠느냐”고 설명한다.
#우지원♥이교영
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스포츠스타의 아내들도 있다. 우지원(37·울산모비스)의 아내 이교영 씨 역시 대박 쇼핑몰의 주인공. 3년 전 인터넷 쇼핑몰로 월매출 1000만 원 이상의 대박 주인공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초반의 대박행진은 계속 이어져 작년 9월까지 인터넷 쇼핑몰을 꾸준히 운영했다.
아내 이 씨는 “남편의 계약금을 12개월로 쪼개 월급으로 환산해 봐도 당시 쇼핑몰로 버는 월별 순이익이 훨씬 더 많았다”고 귀띔한다. 남편의 선수생활이 끝나기 전 사회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의지로 시작한 일이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둘째 아이 출산과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겹치면서 올해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 씨는 사업보다 육아가 훨씬 중요했고 지금도 그 선택에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홍성흔♥김정임
홍성흔(33·롯데 자이언츠)의 아내 김정임 씨 역시 대박 옷가게의 주인이다. 모델 출신으로 평소 남편의 의상 코디에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 온 능력을 살려 지난 5월 옷가게를 열었다. 그 후 옷가게의 매출은 상향곡선을 기록, 한 달 매출만도 4000만 원을 육박하고 있다.
프로야구 시즌 중 가게를 시작했던 김 씨는 불어나는 손님의 기대치에 맞춰 물건들을 공수하느라 사실 지난 시즌엔 남편을 거의 챙기지 못했다. 본래 시즌과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늘 같이 다니는 두 사람이었기에 홍성흔은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바빠진 아내의 모습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김 씨가 부업을 통해 돈을 모으는 가장 큰 목적은 남편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김 씨는 남편 홍성흔의 꿈이 최고의 프로야구 지도자가 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도자 연수를 받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날 가족 모두가 부담 없이 다른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다.
김 씨는 “남편의 제2의 인생에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아내가 되고 싶다”며 부업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손지원 기자 snorkle@paran.com
안정환 아내 CEO 이혜원 미니 인터뷰
“땅 문서 선물했더니 남편이 감동~”
“남편이 돈 잘 버는데 뭐하러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 씨는 “만약, 오빠가 반대했더라면 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안정환에 대해 고마움을 돌렸다.
“원래 둘째(리환)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리원이가 유치원 가고, 사업도 잘 되고 해서 다른 일을 더 해보려고 했는데 남편이 외로워하는 것 같아 아이를 갖게 됐다. 그러나 막상 임신을 하고 나니, 쇼핑몰 모델을 하기가 어려웠고 그로 인해 적잖이 손해도 봐야 했다.”
즉, 이 씨가 운영하는 ‘워니화니’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씨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더 예뻐보이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이 컸다. 임신 초기에는 일반 모델과 다름없이 옷을 소화할 수 있었지만, 점점 배가 불러오자, 더 이상 모델을 하는 게 힘들어 다른 모델을 써야 했다는 것. 그런데 막상 이 씨가 빠지자, ‘워니화니’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금은 이전의 몸매를 되찾고, 다시 메인 모델로 나섰고, 2년 전부터 ‘워니화니 옴므’에 안정환까지 가세하면서 부부가 쇼핑몰의 모델로 활약 중인 케이스다.
“지난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남편한테 너무 고마운 나머지 경기도 부근에 집 한 채 지을 수 있는 평수의 땅을 사서 땅문서를 선물로 줬다. 크게 감동하면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감사해지더라. 이혜원이란 이름으로 일할 때는 항상 자신이 있는데 안정환의 아내란 타이틀이 앞에 있으면 매사가 조심스럽다. 그게 장점도 되고, 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 씨는 결코 현실에 만족하지 않았다. 친정어머니가 도움을 주는 식당과 쇼핑몰에 이어 지금은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오는 8월에 자신의 일과 사랑에 관련된 책도 나온다. 그의 꿈은 ‘워니화니’가 단순히 패션만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을 담아가는 ‘company’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