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보다 얼굴을 택했나
로손의 2009시즌 상금 총액은 8만 6103달러로 전체 95위였다. 당연히 2010시즌 풀시드를 확보하지 못했고, 조건부 출전자 명단에 올라있다. 골프만 보면 컷을 통과하는 것보다 탈락하는 횟수가 더 많은 그저 그런 투어선수인 것이다. 하지만 로손은 빼어난 미모 덕에 모델로 연간 수십만 달러를 쉽게 벌어들인다. 주로 거주하는 곳도 호주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의 고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다. 여자골프계의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의 테니스선수로 실력보다는 외모로 유명)’로 불리는 로손은 스스로 “나는 골프선수인 동시에 연예인”이라고 말한다.
이 안나 로손이 최근 미국에서 한국의 한 골프전문TV와 레슨 프로그램을 찍었다. 두 가지 직업의 교차점을 모두 활용한 것으로 쏠쏠한 출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전문 모델답게 수십 벌의 의상을 갈아입으면서도 싫은 표정 없이 깔끔하게 녹화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골프 프로그램의 출연제의를 받은 한 ‘세리키드’의 반응이다. 우승 경험이 있고, 미LPGA에서 차세대 한국의 간판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선수는 “올해(2010년)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계훈련을 충실히 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단다. 첫 메이저우승 도전도 아니고, 그랜드슬램? 말이 잘못 나온 것이 아닐까? 하긴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을 놓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골프보다는 카메라가 좋은 안나 로손, 그리고 비시즌에도 오로지 골프만 생각하는 세리키드. 정말 대조적이기만 하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