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아 아우야, 매운 맛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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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사실 이곳에서 트리플A팀은 메이저리그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거의 수준이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다만 기회와 운이 닿지 않아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또한 시애틀에 있을 당시 이치로라는 대단한 선수가 같은 자리에 있었고 제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치로의 벽을 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쉽게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클리블랜드로의 이적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었죠.
미국에 와서 3년간은 메이저리그 캠프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를 보냈습니다. 시애틀 매리너스도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렸거든요. 어찌 보면 애리조나와 미국 야구, 그리고 제 야구인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당시 마이너리그 캠프 바로 옆에 빅리그 캠프가 있었어요. 빅리그의 클럽하우스나 선수들이 먹는 음식, 라커룸 등 모든 부분이 마이너리그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습니다. 빅리그 선수들이 모든 훈련을 끝내고 가방만 메고 걸어 나와도 그 모습에서 광채가 나는 듯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캠프 초청 선수로 그곳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더욱이 제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빅리그 진입도 가능할 거란 기대가 더해졌기 때문에 아침에 눈만 뜨면 훈련장에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어요. 그러나 그런 과정을 3년간 반복하니까 이런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아, 이미 자리는 다 정해져 있구나’ 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어요. 마이너리거들한테도 기회가 열려있다고 하지만, 그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캠프 전에 80~90% 정도는 엔트리가 확정된 상태고 나머지 10% 정도가 변수인데, 그 변수를 뚫고 들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야구하면서 올해만큼 마음 편하게 캠프를 기다린 적이 없었어요. 항상 자리에 대한 부담과 긴장, 두려움, 가슴 졸임 등이 존재했기 때문에 울렁증이 생길 정도로 캠프 시즌은 기회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팀에서 인정을 받았고, 제가 부상당하지 않는 한, 그 자리는 계속해서 주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캠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2월 26일이면 클리블랜드 야수조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요즘 월 수 금요일은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훈련장에 나가 미리 몸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무빈이랑 같이 나와서 무빈이 학교에 데려다 주고 곧바로 훈련장으로 향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부자지간의 출근 풍경도 캠프 시작하면 볼 수 없는 장면이겠죠?
미국 와서 처음 애리조나를 방문했을 때는 주위가 온통 사막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애리조나 또한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더욱이 제가 손수 장만한 집이 애리조나에 있다 보니 이곳이 고향 같네요.
야구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는 애리조나의 밤하늘을 쳐다보며 올 시즌에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날지 조심스레 상상해 봅니다.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