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 넘버 원” 어깨 으쓱^^
▲ 추신수(왼쪽), 사이즈모어 | ||
제가 사이즈모어를 많이 좋아하는 거 아시죠? 아니 같은 선수로서 존경할 때도 있습니다. 올스타 3번, 골든글러브상을 2번이나 수상한 클리블랜드의 간판 스타죠. 지난해 여자친구에게 보낸 알몸 사진이 유출되는 바람에 곤경에 빠지기도 했지만 사이즈모어는 현명하게 극복해냈습니다. 사실 사이즈모어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 의해 외부에 노출되면서 구경거리, 웃음거리로 전락했던 부분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사이즈모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정이 많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지난해 제 아내 생일 때 날짜를 기억하고선 자비로 리무진을 렌트해 우리 집으로 보내줬는가 하면 시내의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고선 우리 부부가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트레이드되며 클럽하우스를 떠날 때, 자꾸 비어가는 라커룸을 보며 쓸쓸함을 느끼면서도, 사이즈모어가 그 자리에 존재했기 때문에 큰 위안을 삼을 수 있었어요. 요즘 사람들에 의해 마음을 다치고 상처받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상황에서도 사이즈모어와의 우정이 그래도 큰 힘이 되는 걸 숨길 수가 없네요.
이틀 전 훈련장에 나갔다가 새로 오신 매니 액타 감독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성격 정말 좋으시던데요. 특히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한테도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올 시즌에는 선수들과 함께 멋진 야구를 해보자며 선수들 마음속으로 성큼성큼 들어오시는 감독님을 보면서 절로 흥분이 됐습니다. 뭔가 조짐이 좋아 보인다고 할까요? 지난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바람에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는데요, 올 시즌에는 많은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온 데다 실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등 나름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게 돼 클리블랜드의 성적이 이전과는 다른 색깔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요즘 한국은 밴쿠버동계올림픽의 연이은 쾌거로 인해 즐거운 얘기들이 끊이질 않을 것 같아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동계올림픽과 관계없는 야구선수들의 관심이 대단해요. 어제 훈련장에 갔더니 선수들이 저한테 올림픽 얘기를 꺼내면서, “한국, 정말 대단하더라. 어제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는 최고였어! ‘모’(모태범)라고 하는 선순데, 와, 정말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또다시 동료들로부터 부러움 섞인 인사를 받자 마치 제가 금메달 딴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더라고요. 한국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