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논란 그 심판, 또 대형사고!
▲ 심판을 심판하라 지난 25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휴이시 심판이 한국팀의 실격을 알리자 최광복 코치가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고대에도 있었다
AD 66년 그리스에서 열린 (고대) 올림픽에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가 4륜 마차 경기에 출전했다. 로마에서 경호원 5000명을 거느리고 간 화려한 올림픽 참가였다. 물론 아무도 그의 마차를 앞지르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네로가 마차에서 떨어졌을 때도 다른 선수들은 모두 기다렸다. 당연히 네로의 우승이었다. 올림픽 역사상 최대 수치로 남아있는 대목이다.
네로는 이에 앞서 로마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는 변론과 가창 부분(당시는 이런 게 올림픽 종목이었다) 월계관을 차지했다. 심지어 기원전 800년 전부터 4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었던 올림픽 경기는 네로가 그리스에 있는 동안 ‘황제를 위해’ 특별히 2년마다 열리기도 했다. 역사가 수에톤의 기록에 의하면 네로는 이런 식으로 각종 경기에서 모두 1808번이나 우승을 했다.
#한국 오심 잔혹사
역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발생한 ‘김동성 실격, 오노 금메달’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 주심을 맡았던 제임스 휴이시는 김동성이 투스텝(양발을 교차하지 않고 한쪽 발을 연달아 사용. 진행방향을 알 수 없게 해 위법)을 했다고 판정했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이 비난의 도마에 올랐고, 금메달인 줄 알았던 김동성은 들고 있던 태극기를 내동댕이쳤다. 한국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휴이시 심판의 2년 활동정지, 그리고 국제빙상연맹(ISU)의 비디오판독 제도 도입 등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마무리됐다.
‘우생순’으로 유명한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 패배도 진한 아쉬움을 안겨줬다. 경기종료 6초 전 한국은 극적으로 28-2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노르웨이의 결승골이 성공됐다. 슬로비디오로 확인한 결과 버저가 울리고 난 후 공이 골라인을 통과한, 확실한 오심이 밝혀졌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역대 황당 오심들
오심이 항상 한국에게만 잔혹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다수 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의 ‘박시헌 VS 로이 존스 주니어 사건’은 복싱 역사상 최악의 오심을 넘어 아직까지도 지구촌 스포츠 오심사건을 선정할 때 항상 선두를 다투고 있다. 당시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개최국의 박시헌은 줄곧 뒷걸음을 치며 존스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펀치를 내뻗은 횟수에서도 32 대 86으로 압도적으로 뒤졌다. 하지만 최종판정은 3-2 박시헌의 승리였다. 판정이 발표될 때 박시헌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결국 박시헌 승리로 채점한 3명의 심판이 징계받았고, 박시헌은 존스에게 사과했다. 운동천재인 존스는 이후 프로로 전향해 4체급 석권 등 신화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스포츠강국으로 통하는 미국도 냉전시대 라이벌 소련(현 러시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기억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많은 미국인들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1972년 뮌헨올림픽 남자농구 결승 경기다. 경기종료 3초를 남기고 미국은 50 대 49로 앞섰다. 소련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로 끝나고 종료버저가 울렸지만 심판진은 버저가 잘못 울렸다는 이유로 소련에게 두 차례나 다시 3초 공격권을 줬고, 결국 소련은 51 대 50으로 역전승했다.
러시아는 거꾸로 냉전시대 이후 최근 들어 판정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칠 뻔했다가 캐나다와 공동 금메달을 수상했다. 2004 아테네에서는 ‘체조요정’ 호르키나는 좋은 연기를 펼치고도 미국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3연패에 실패하자 “내 국적이 미국이었으면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남자체조 철봉에서는 알렉세이 네모프가 상식밖의 낮은 점수를 받자 관중의 야유가 쏟아졌고 심판들은 슬쩍 점수를 올리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스웨덴의 아하 아브라하미안이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84kg급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준결승전 편파판정에 항의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팽개치고 나가기도 했다. 또 태권도에서는 쿠바의 마토스가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심판을 하이킥으로 KO시키기도 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