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소통의 길’ 뻥 뚫어야죠
▲ MB맨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지난달 23일 국기원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태권도계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
MB한테 혼났다고?
“일단 제가 쭈욱 얘기를 하겠습니다. 메모 준비 되셨나요. (잠시 뜸을 들인 후)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목소리에 아직도 대구 사투리가 진하게 배어 있는 그는 명쾌했다. 국회의원 3선(15~17대, 17대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에, 한나라당 내에서도 조직관리와 리더십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정치고수다웠다.
스스로 밝힌 국기원 이사장 선출 스토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로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런 태권도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나쁘게 비춰지면 안 된다는 평소 소신이 있었다. 이런 차에 이승완 국기원장으로부터 이사장직 제의를 받았다. 국기원과 문체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내가 (국기원으로) 들어가서 좋은 방향으로 중재하기로 결심했다’이다.
워낙 시원시원하게 얘기를 해 바로 처음부터 최대 관심사인 ‘청와대 문책설’과 ‘사퇴설’부터 꼬집어 물었다. 질문 자체가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을 텐데 그는 “허허”라고 웃으며 딱 잘라 말했다.
“청와대에 불려가서 (MB로부터) 혼났다고요? 국기원 이사장을 맡은 후 청와대에 가질 않았어요. 뭐 특별히 갈 일도 없었고요. 그쪽은 워낙에 박창달이라는 사람을 잘 압니다. 제가 대통령선거 때 특보단장 등을 맡으며 유세를 총괄했는데 저를 모르겠습니까? (청와대가) 제가 국기원 이사장을 맡았다면 왜 맡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문체부와 갈등 중재 자신
이쯤 되니 ‘사퇴설’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좀 더 곤란한 주제를 던지려고 했다.
‘상황을 잘 모르고 국기원 이사장직을 수락했고, 상황을 제대로 알았다면 이사장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그런데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답변이 나오고 있었다.
박 신임 이사장은 “솔직히 태권도진흥법 개정안(문체부가 국기원을 향해 꺼내든 일종의 공격카드)이 상임위에 계속 계류 중인 것으로 알았어요. 23일 이사장직을 맡았는데 알고 보니 예정보다 빠른 18일에 본회의를 통과했더라고요. 자유총연맹이 워낙 큰 단체이다 보니 좀 바빴지요. 뭐 법안 통과 이전이면 실무적으로 해결이 더 쉬웠겠지만 어쩌겠어요.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단 이사장직 수락 여부와는 상관없는 문제죠”라고 답했다. 또 “만일 문체부가 자신들의 뜻대로 새로운 국기원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러면 큰 싸움이 납니다. 현 이사회가 반발하고, 법적으로 대응하고 그러면 한 단체에 대표가 둘이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위원장이 둘이 생겨 문체부가 고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돼서는 안 됩니다. 뭐 장관이나 차관 등 문체부 쪽 하고도 친합니다. 합의점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이 원장 명예 퇴진 배려
현재 국기원을 둘러싸고 태권도인들이 이승완 원장에 대한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려 반목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물었다.
박창달 이사장은 “이승완 원장님은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교류가 전혀 없었어요. 2월 설 연휴 전에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였죠. 현재 이승완 원장 및 주위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사람마다 다 입장 차이가 있는 법입니다. 그분은 정통 태권도인이고, 그동안 공도 많은 만큼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국기원의 법정법인화, 세계태권도연맹(WTF)과의 관계, 잡음이 많은 해외지부 선정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하나씩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김운용 국기원 명예이사장과 약속을 잡아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2009년 3월 11대 총재로 취임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12대 총재(임기 3년)로 다시 선출됐지요. 자유총연맹이 굉장히 큰 단체이고, 할 일도 많아요. 국기원에 상근할 순 없지만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 태권도인들과 상의해 큰 문제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의문은 다 풀렸다. 대신 그동안 정부(문체부)도, 그리고 여당실세(홍준표)도,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뜨거운 감자’ 국기원이 이번에는 ‘해결사 박창달’에 의해 과연 정상화될 수 있느냐가 향후 태권도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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