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움직이는 ‘아시아 머니 투어’
▲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가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은 카카. 로이터/뉴시스 | ||
# 억 소리 나는 개런티
현 시점에서 내한 경기가 확정된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 최근 스페인 스포츠 전문 일간지
레알 마드리드의 아시아 투어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호나우두-지네딘 지단-루이스 피구-데이비드 베컴 등이 포함된 ‘갈락티코 1기’가 주역이었던 2003년 당시 중국(베이징), 일본(도쿄), 태국(방콕), 홍콩을 돌았고, 2005년에는 일본에 머물며 아시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바 있다.
일단 국내 스포츠 마케팅 업계가 전망하는 빅 클럽들의 방한 개런티는 경기당 약 200만 달러(약 22억 6000만원).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리메라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상위 리그에서도 높은 순위에 랭크된 ‘특 A’ 클래스에 해당되는 클럽 초청료는 200만 달러라는 게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고 한다.
이청용이 속한 볼턴(잉글랜드)이나 기성용의 셀틱FC(스코틀랜드)는 오랜 역사를 지닌 클럽이긴 하지만 개런티는 30만~50만 달러 선에 불과, 2차례 방한해 K리그 FC서울과 격돌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첫 방한을 준비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당 개런티는 약 200만 달러가 필요하다. 사실 (내한 경기는) 그들이 피스컵에 참가한 작년부터 나왔던 얘기였고, 올해 초에는 클럽과 초청자 간에 MOU(상호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레알 마드리드의 내한은 이미 확정됐다. 2010남아공월드컵이 끝난 뒤 주력 선수들이 포함된 최정예 엔트리로 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한국 방문 시기는 7월 말이나 8월 초가 유력하다”고 귀띔했다.
이와 별개로 추진되고 있는 FC바르셀로나의 경우도 대략 200만 달러 개런티를 조건으로 K리그 팀과 친선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여 결국 이들 빅 클럽들이 말하는 ‘아시아 투어’란 곧 ‘마케팅(자금) 확보’를 의미하는 셈이다.
# 경기 주관은 누가
일단 대부분의 국제 경기는 매치 에이전트가 경기를 추진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플레이어(선수) 에이전트와 매치(경기) 에이전트를 따로 구분해 라이선스를 발급하는데, 여기서 ‘FIFA’ 타이틀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대표팀 간의 A매치다. 클럽 간 친선 경기일 경우 굳이 FIFA 매치 에이전트 자격이 필요 없다.
한 에이전트는 “FIFA 자격증을 가진 매치 에이전트만이 A매치를 주관할 수 있지만 클럽 간의 대결은 굳이 FIFA가 발급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공신력의 차이일 뿐, 국제 클럽의 경기를 추진한다고 해서 별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결국 ‘비공인’ ‘무자격’ 에이전트들이 활개를 치며 축구계를 어지럽히는 선수 이적시장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국내는 선수 에이전트가 매치 에이전트 자격을 가진 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나치게 클럽 간의 경기가 이벤트성으로 치우치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경기는 매치 에이전트가 추진하되, 주관은 이벤트 업체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심지어 축구 등 스포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굵직한 명문 클럽들의 상품성에 포커스를 두고, 클럽 친선 경기 개최를 희망한다. 이럴 경우, 매치업을 가질 국내 해당 팀의 실력 향상(실전 감각)과 흥행을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달갑지 않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이밖에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언론에 한해 친선 경기를 주관하곤 한다. K리그 구단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바르셀로나의 올해 내한 경기를 놓고 한 방송사가 주관하는 쪽으로 비교적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친선 경기 상대는
방한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확정한 유럽 클럽들이 어떤 팀인지도 흥미롭지만 또 다른 관심은 이들과 경기를 벌일 ‘영예의(?) 팀’이 누구인가 하는 부분에도 쏠리는 게 사실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유력한 K리그 클럽은 FC서울과 수원 삼성이다. 서울은 맨유와 두 차례 격돌한 바 있고, 수원은 바르셀로나와 2004년 한 차례 친선전을 가진 바 있어 레알 마드리드 및 바르셀로나와 이번에도 초청 경기를 가질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주최 측이 이들과 이미 접촉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나 서울과 수원은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항상 서울과 수원이 주인공일까. 일단 수도권이라는 남다른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홈 구장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수원은 지리적으로나 명성 등에서 지방 팀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물론, 마케팅이나 스폰서십 유치에도 훨씬 용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모 구단 직원은 “수도권 팀은 명성 여부를 떠나 한국 선수가 속한 해외 클럽과 경기를 해도 흥행 가능성이 높지만 지방 팀들은 네임밸류가 높은 빅 클럽이 와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은 입장권 가격 등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08년 여름, 설기현(현 포항)이 몸 담았던 풀럼FC(잉글랜드)가 ‘코리아 투어’란 타이틀로 울산, 부산과 친선 경기를 가졌을 때 썩 흥행이 되지 않았던 사실을 되짚어보면 여기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