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괜찮아…엄마와 함께라서 행복해요”
모자원에선 두 자녀 이상 있는, 혼자된 엄마가 자녀와 함께 산다. 엄마 엔젤라와 다섯 아이들.
한 아이가 편지를 씁니다. 디야바데 아메, 그리운 엄마입니다. 아페 즉 아빠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아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빠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편지를 쓰던 아이가 너무나 짧게 편지를 마칩니다.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너무 오래 떨어지면 할 말이 없을 거 같습니다. 엄마와 같이 살면 매일매일 할 얘기가 많을 텐데요. 엄마가 그립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지치고 감정이 메마릅니다. 마지막 인사말을 씁니다. 아메구 칫데. I love you, Mom. 엄마 사랑해요. 마지막 인사말은 엄마가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거 같습니다.
이 나라에도 이산가족들이 많습니다. 마치 우리 남북분단의 아픔처럼.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져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한 서민 중에는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빠들은 이웃도시로 일하러 갔거나 이웃나라로 떠나 난민으로 떠돌기도 합니다. 가난 때문에 가족을 버리거나 일찍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가난해도 엄마와 함께 사는 House of grace(모자원)을 갑니다. 한국인 박정덕, 장정화 부부가 운영하는 공동체입니다. 이 나라에서 빈민진료를 시작한 한국인 미국의사 백 선생과 함께입니다. 게다가 한인식당인 서울식당의 김 사장이 불고기와 김치와 고깃국을 풍성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오늘은 이곳 아이들에겐 잔칫날입니다. 점심을 먹고 내과 진료를 받습니다. 모자원은 두 자녀 이상을 가진, 혼자 된 엄마가 자녀들과 함께 사는 곳입니다. 학교 교육은 대학까지 다 공동체에서 책임을 집니다. 다만 먹는 것은 엄마가 벌어서 직접 음식을 만들도록 시설이 되어 있습니다. 엄마들은 출퇴근하며 자립해 나가며 직접 요리를 해주니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2층집에는 총 10개의 가족단위의 숙소가 있고 자녀들은 인근 초중고를 다닙니다. 공부방도 따로 있습니다. 세 살된 아이부터 9학년까지 대개 버마족 아이들입니다. 진센이라는 스물한 살된 현지인 여선생님이 아이들 교육을 돌봐줍니다. 한국에도 모자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몇 년간 자립해서 나가도록 지원해주지만 이곳은 아이들 교육을 다 마칠 때까지 돌봐주므로 큰 걱정은 없습니다. 다만 엄마가 자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식당 주방이나 집 청소를 하는 일이 많은 엄마들이 나이가 들면 일자리가 없습니다. 이 나라는 젊은 노동인구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이 하이스쿨과 대학에 들어가면 교육비도 많이 들게 됩니다. 이것도 대비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스태프들과 함께한 박정덕, 장정화 부부(좌우 맨끝).
모자원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는 5년 전 양곤에 왔습니다. 여기서 작은 주택을 짓는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이 나라에 와서 일을 하며, 이 나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빈민공동체에는 아이들만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가난하더라도 엄마와 함께하는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 부부는 집에서도 두 학생을 자식처럼 키웁니다. 9학년인 떼떼와 대학 신입생인 닌닌과 같이 삽니다. 며칠전 엔젤라라는 엄마는 두 아이를 고아원에서 데려왔습니다. 세 아이와 함께 살았는데 늘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족이 모여 사니 기쁘지만 오늘 진료 결과 머리 안에 혹이 발견되었습니다. 큰 병원에 가 수술을 빨리 해야 합니다. 또다른 엄마는 갑상선 합병증으로 안구돌출증이 있습니다. 힘들게 산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양곤의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차량들에 엄마와 아이들이 물병을 파는 모습입니다. 한국서 온 여행객들이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몇 달전 한국의 EBS방송에서 <길 위의 인생, 미얀마 물장수 엄마의 꿈>이 방영되었습니다. 생생한 장면의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섯아이를 다시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골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그 큰 드럼통 물수레를 이웃마을에 팔기 위해 팔이 떨어질세라 일해서 번 돈이 3000짯(3000원)입니다. 그 일이 없는 날에는 나무열매를 따서 삶아서 팝니다. 그러면 200짯(200원)을 법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폐가 200짯입니다. 쌀 1컵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한국인 미국 의사 백 선생이 아이와 엄마를 진료하고 있다.
이곳 모자원에도 나라의 걱정처럼 여전히 엄마들의 ‘자립’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가난을 견디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앞으로의 희망을 찾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엄마들의 표정도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보입니다. 엄마와 함께 사는 즐거움. 이 작은 것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모자원을 나서며 어제 동물원에서의 일이 자꾸 생각납니다. 폭우 속에서 벌쿠라는 아이가 편지를 읽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짧은 편지인데 우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난해서 엄마와 떨어져 산 지가 몇 년 되었습니다. 폭우인데도 하마 새끼들이 엄마 하마와 놀고 있는 바로 옆 쉼터. 벌쿠가 편지의 마지막 대목을 읽습니다. 아메구 칫데. I love you, Mom. 엄마 사랑해요. 마지막 인사만 긴 편지였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