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잡아서 손가락질 ‘답답’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꼭 되란 법은 없다.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는 것처럼 심판은 특수직이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외국만 해도 그렇다. 월드컵에 나설 심판들 대다수가 선수 출신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판관으로 꼽히는 콜리나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엔 생업에 종사하고, 축구가 좋아 심판에 뛰어든 케이스다.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고, 심판에도 최선을 다한다.
―금품 수수나 승부 조작 등 불명예스런 사태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고려대 사태처럼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몇 명의 부도덕으로 인해 한국 심판 전체가 똑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쉽고 답답하다.
―심판들의 질적 개선을 위해 어떤 게 필요할까.
▲대부분의 심판들은 순수하게 축구가 좋고,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판관 활동’에 임한다. 체력 테스트도 통과해야 하고, 꾸준한 몸 관리가 필수다. 돈을 생각했다면, 나 배부르고자 심판계에 입문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명예를 얻기 위함인데, 우리도 학부형들과 자식들보다 어린 학생들이 “너 얼마 받았어?” “얘도 좀 (돈을) 받은 것 같은데” 같은 소리를 외칠 때마다 서글퍼진다. 지금도 심판 후배들이 “정말 못하겠다”고 회의를 느끼는 이가 많다.
―심판 숫자에 비해 (아마추어) 경기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주말리그 등 여러 가지 아마추어 축구계가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갑작스레 수요(경기 수)가 늘다보니 공급(심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교육이 덜 된, 다소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는 걸로 안다. 그러나 우리 심판국도 꾸준히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추어 경기에서 지역 심판이 나온다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지도자들이 꽤 많다.
▲사실 한정된 인원에 전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경기에 모두가 희망하는 최고의 심판을 배정하기란 어렵다. 전국대회처럼 큰 규모가 아니라면 사실 해당 지역 시도 축구협회에 심판 선임을 위임하다보니 그런 현상이 나오고 있다. 이해한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불합리한 판정을 원정에서 받았지만 홈에서는 조금 이익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홈 어드밴티지로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