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영어 의무 해프닝? 오 마이 갓!
엉뚱하면서도 탈권위적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완 신임 커미셔너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두 개 있었다. 이를 보면 왜 완 커미셔너가 시작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완은 지난 3월 중순 미LPGA의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의 한 대회(플로리다 내추럴 채리티 클래식)에서 릴리 알바레스(멕시코)라는 선수의 캐디를 맡았다. 완이 어린 시절 캐디를 했다는 사실을 안 알바레스가 농반진반으로 캐디를 맡아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정말로 완 커미셔너가 승낙한 것이다. 알바레스는 80타의 저조한 성적을 냈고, 완도 클럽 선택과 그린 읽기 등에서 엉터리였다고 스스로 혹평했지만 LPGA 내에서는 커미셔너의 적극적인 태도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나왔다. 한국으로 치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장이 이름도 모르는 2부투어 선수의 백을 맨 것이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완 커미셔너가 <일요신문> 독자들에게만 특별히 공개한 내용이다. 기자와의 인터뷰 수일 전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로 출연 약속이 돼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라디오방송사로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받았고 약속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광고가 나가는 몇 분 동안 완은 진행자와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조금 후 진행자는 “정말 즐거운 대화였다. 당신은 아주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
자, 이제 당신의 커미셔너를 바꿔달라”고 말했다. 놀란 완이 “내가 커미셔너!”라고 답하자 라디오 진행자는 “10년 동안 많은 스포츠리더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비서나 직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한 것은 당신이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완 커미셔너는 젊은 나이지만 이미 지난 10년간 스포츠산업계에서 CEO로 활동한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다. 윌슨스포츠 마케팅 이사, 테일러메이드 아디다스 골프 부회장을 거쳐 하키장비 제조업체 ‘미션 아이테크 하키’의 CEO를 지냈다. 지난해 10월 말 수십 명 후보를 놓고 고민했던 미LPGA 사무국의 낙점을 받아 새 LPGA 수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완은 인터뷰에서 “내가 스포츠마케팅 전문가(expert)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포츠 비즈니스 마케팅에 많은 경험이 있을 뿐이다. 업무 스타일은 무조건 많은 사람들로부터 듣고, 또 듣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많은 것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골프와의 인연도 깊다. 어린 시절 골프장에서 잔디를 깎고, 또 조금 더 커서는 캐디를 하면서 자랐다. 평범했던 작은 동네의 ‘골프꼬마’가 세계 최고의 여자골프투어 수장이 된 것이다.
▲ 위성미 | ||
“지난해 LPGA의 롤렉스 랭킹을 보면 상위 8명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 LPGA는 한마디로 ‘월드투어’다. 이건 내 결정이나 전망이 아닌 사실(fact)이다. 우리들 스스로 미국이 베이스(U.S. base)라고 표현한다. 국제화의 정도를 따지면 프로종목 중 LPGA가 단연 최고다. 그리고 최근 들어 코스세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평균 스코어는 역대 최저다. 그만큼 기량이 좋다는 의미다. 여기에 TV시청률 또한 역대 어느 시기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 경제한파로 모든 스포츠가 어려움을 겪었고, LPGA의 대처가 조금 부족했던 것일 뿐이다.”
회장 된 후 대회 3개 추가
당연히 완 커미셔너는 현재 자신의 최대 목표가 ‘대회 수를 늘리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것(대회 수 증가)이야말로 선수, 팬, 그리고 스폰서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완은 지난 10월 말 LPGA 회장직을 수락한 후 2010시즌에 3개 대회를 추가했다. 완 임명 당시 2010 LPGA투어는 최소 20개에서 최대 27개로 예상됐는데 현재까지 25개로 확정돼 있다.
한국선수들과도 관련이 많은 영어사용 의무화 해프닝에 대해서도 물었다. 2008년 전임 비벤스 커미셔너가 무리하게 이를 추진하다 2주 만에 철회한 사건이다. 완은 “개인적으로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마침 어제 선수들과 공식적인 첫 미팅을 가졌다. 이 행사는 영어와 한국어를 비롯 4개 언어로 동시통역됐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선수들이 나를 이해하고, 내가 선수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은 한국선수와 위성미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위성미에 대해서는 “현재 대학생활과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겨우 스무 살다. 그녀에게는 엄청난 미래가 놓여 있다. 얼마나 많이 우승하느냐는 전적으로 그녀에 달려 있다. 팬의 한 사람으로 그녀를 응원하지만 LPGA는 위성미 외에도 너무나 많은 젊은 슈퍼스타를 갖고 있다. 이런 선수들 때문에 LPGA의 미래가 밝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선수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최고에 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력뿐 아니라 스폰서와 팬을 존중하는 한국선수들을 높이 평가한다. 나는 한국선수들을 LPGA투어의 한국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한국을 알리고, 또 한국팬들에게는 LPGA를 알리는 것이다. 선수들뿐 아니라 보다 많은 한국팬들이 LPGA대회를 직접 체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평생 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완 커미셔너는 세 아이를 두고 있고, 캐롤라이나에 사는 아이들이 학기를 마치는 6월 말까지는 LPGA사무국이 있는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 혼자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하루 일과에 대해서는 “날마다 다르지만 주로 매일 후원업체 등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소개했다.
랜초미라지(미 캘리포니아주)=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