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가운데서도 세끼 먹는 밥이나 대용식 등의 음식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지만 과일은 먹으면 좋고 안먹어도 그만인 선택사항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일은 편중된 식단이나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인해 부족해지기 쉬운 여러 영양소를 보충하고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필수항목’이다. 가을은 뭐니뭐니 해도 사과의 계절. 특히 서양에서는 ‘하루에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사과 속에는 건강을 지키는 여러 가지 효능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사과의 효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장 기능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것.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몸에 좋은 약’이다. 섭취한 음식물이 며칠이고 장 속에 머물러 있으면 위장장애가 일어나기 쉽고 비만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사과는 ‘장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과의 주요 성분은 당분과 유기산, 펙틴. 그중에서 펙틴은 채소의 섬유질과 같이 장의 운동을 자극하는 정장 작용을 한다.
따라서 장 기능이 활발해지고 소화 흡수를 돕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 여분의 콜레스테롤이나 식품에 함유된 유해 첨가물의 배출을 도와 장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사과만한 것이 없다. 또한 장의 벽에 젤리 모양의 벽을 만들어 주어 유독성 물질의 흡수를 막고 장내 이상발효를 막는다. 그 덕분에 변비 예방은 물론 장 속에서 가스가 발생하는 것도 줄어들게 된다. 부글거리는 가스로 인해 늘 속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사과가 바로 처방약이다.
지난해 일본의 과수연구소는 30∼57세 남녀를 대상으로 사과 한두개씩을 매일 먹이며 신체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과를 열심히 먹은 사람들에게서는 사과를 먹기 전에 비해 체내 중성지방의 수치가 21% 감소했다. 중성지방은 복부비만과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며,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 물질. 지방에 관한 한 중성지방이 원래 적은 사람들에게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반면 중성지방 수치가 높았던 사람들은 수치가 크게 감소됐다.
사과가 체내 중성지방을 정상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증거다. 음식을 짜게 먹는 사람은 특히 사과를 많이 먹을 필요가 있다. 사과에 풍부한 칼륨이 염분을 배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염분 과잉섭취로 인해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식성을 쉽게 바꾸기 힘든 사람들은 식단에 사과도 꼭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다.
그밖에도 칼륨은 근육을 만드는 성분도 가지고 있어 발육기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사과의 효능으로 꼽을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피로회복 효과. 구연산 등 여러 가지 유기산이 풍부해 운동이나 작업 후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사과는 쌀쌀한 날씨에 출하되거나 추운 지방에서 생산된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더불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장 기능까지 활성화시켜주므로 여러 가지 점에서 유용한 과일이다.
흔히 병문안을 갈 때 별 이유 없이 병원 앞 가게에서 사과바구니를 사들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환자에게도 좋은 선물이 사과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