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역시 성생활 때문에 기력이 소진되거나 허리를 다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제대로 하는 섹스는 건강에 보약이 될 수 있다. 몸이 약하거나 이상이 있는 사람은 물론 건강한 사람이라도 성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간염과 같은 질병이 있거나 과음 과식 과로했을 때, 또는 다른 외상이 있을 때에도 충분한 휴식으로 기력을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渡邊淳一)의 소설 <실락원>을 보면 불륜관계인 남녀 주인공이 격렬한 섹스를 나눈 후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복상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소설에서 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직접적인 원인은 ‘음독’이다. 하지만 섹스가 직접 원인이 되어 죽음에 이른 ‘복상사’ 사례는 소설뿐 아니라 실제 사건으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남성에게 있어서 섹스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섹스 자체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운동일 뿐만 아니라 사정을 하면 몸 안의 혈액이 밖으로 빠져나가 체력 소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섹스 도중 죽음에 이르는 ‘복상사’도 사실은 과도한 섹스로 인해 기력이 탈진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보다는 혼외 관계에서 복상사가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보다 더 격렬하게 즐기거나 정신적 긴장이 동반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급만성질환연구소 임교환 소장은 “남성의 경우 특히 발기와 사정이라는 과정 자체가 많은 기운을 소모시키는 것이므로 스스로의 몸 상태에 따라 성생활을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관계를 가진 직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체력을 원상으로 복구할 수 있고 사정으로 잃어버린 혈액을 다시 몸 안에 채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력은 흔히 남성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옛말에도 ‘아침에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에게는 돈도 빌려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성적인 능력이 없는 남자는 성취욕이 없고 자신의 일에 진취적이지도 못하므로 되갚을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비유다.
▲ 적당한 섹스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만 과음 과 식 등으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닐 때 하는 섹스 는 때론 건강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 ||
그러므로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섹스는 밤에 시작해서 늦어도 자정 이전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섹스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다.
동양고전이나 최근의 요가서들은 섹스를 통해 몸을 단련시키는 방법까지 소개한다. 그러나 과도한 섹스, 몸의 컨디션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성생활은 아예 혼자 사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두 잔의 술을 마시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섹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과음을 했을 때는 성욕은 높아질 수 있더라도 건강에는 안좋다. 마신 술은 빨리 소변으로 빠져나와야 음주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섹스를 할 때는 소변을 참게 되므로 마신 술이 빨리 배출되지 못한다. 섹스 직후 소변을 보면 소변 줄기가 전보다 힘이 없고 소변의 양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정을 하고난 뒤에는 소변을 밖으로 내보내는 전립선의 능력이 일시적으로 감퇴되기 때문이다.
과식도 마찬가지. 섹스를 위해 혈액이 신장과 성기 쪽에 몰리게 되므로 위장이 혈액공급을 받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므로 급체도 생길 수 있다. 과로했을 때는 발기 자체에도 문제가 생긴다. 발기시킬 수 있는 힘이 모자란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축구를 하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지친 상태에서 섹스에 몰입하다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업무나 스트레스 등으로 힘이 크게 떨어진 상태서 섹스는 여성의 배 위에서 기절하거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복상사(腹上死)’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체력이 약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인플루엔자나 감기 바이러스가 발병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평소처럼 섹스를 계속하면 감기가 빨리 낫지 않는다.
여름철 더위를 먹어 몸이 지쳐있을 때도 마찬가지. 열이 잘 내리지 않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다. 수술이나 부상 등으로 몸에 상처가 생겼을 때도 가능하면 절제하는 게 좋다. 상처의 염증을 막고 새 살이 잘 돋기 위해서는 상처 부위에 혈액이 충만해야 한다.
그런데 남성이 한번 사정을 하는 데는 수백cc의 혈액을 필요로 한다. 정액을 유출시키는 만큼 혈액이 소모되어 상처의 회복이 더딜 뿐 아니라 잘못하면 골수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교환 소장은 나이든 사람이 갑자기 발기가 잘되고 성생활이 활발해지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을 많이 했거나 비아그라나 보약 같은 약물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는 건강에 대한 경계 신호라고. “간혹 일흔이나 여든 가까이 된 할아버지들이 거의 성생활을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성욕이 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오히려 촛불이 꺼지기 전에 한번 밝게 타오르는 것과 같은 위험신호로 보는 게 맞다.” 성생활이 활발하지 않던 사람이 40대를 넘어 갑자기 성생활이 왕성해지면 역시 간염, 당뇨, 고혈압 등 치명적인 질병이 나타날 가능성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성생활의 횟수가 줄어든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나이와 스스로의 건강 상태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성생활을 즐기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
< 만성질환과 성생활 >
▲당뇨병
당뇨병은 인슐린 부족으로 혈액속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병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혈액이 부족해지는데다 사정을 하게 되면 당뇨병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간염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 등 간 질환을 앓는 사람은 국내에만 6백만명에 이르며 간암 사망률은 세계 최고다. 간질환은 피로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므로 휴식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혈액 소모와 함께 피로를 가중시키는 과도한 성생활은 GPT, GOT 수치를 크게 올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수 있다.
▲고혈압
섹스중에 혈압을 측정해 보면 평소보다 20mmHg 이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격렬한 섹스는 순간적으로 혈압을 크게 올려 위험할 수 있다. 이혜민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