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발적으로 수면의 리듬이 흐트러지는 것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줄까. 물론 생활리듬이 깨어지는 것은 신체상태의 평정을 잃게 하므로 안좋을 수 있지만 그 흥분의 원인이 엔돌핀 흘러넘치는 행복감 때문이라면 일년에 한두번쯤은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은 잠자는 모습이나 습관 속에서 건강상태 심리상태 성격을 드러낸다고 한다. 심신의 상태는 누구나 같지 않기 때문에 사람마다 잠버릇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형태까지도 수많은 유형으로 구분된다.
▲ 사람의 잠버릇만 잘 살펴도 질병을 어느 정도 예방하거나 살필 수 있고 나아가서는 그사람의 성격까지 파악할 수 있 다고 한다. | ||
평소 스트레스에 시달려 오던 일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잠자는 도중 자연스럽게 잠버릇으로 억압된 심리를 나타낸다.
갑자기 심하게 잠꼬대를 하거나 몸을 뒤척이는 등 그 사람의 심리 상태와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된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던 사람이 무의식중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러 아내에게 들통나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이것은 잠버릇이 평소 심리상태를 반영한다는 증거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잠버릇이 일시적인 생활의 변화로 생긴 것이라면, 비교적 오랜 세월 습관이 된 잠버릇은 그 사람의 삶 자체를 유추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건강상태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는 지표가 된다.
▲ 코를 곤다
코를 고는 것은 수면 중에 상기도가 좁아져서 호흡기류에 난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기도가 좁아지는 원인으로는 콧물이나 그 밖의 분비물, 비후성비염, 편도선 비대, 비만 등을 들 수 있다. 심해지면 기도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막히면서 잠깐씩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런 상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코골이가 만성화되면 기억력 장애, 짜증, 우울, 급성불안발작 등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고혈압, 뇌졸중, 부정맥, 성기능 장애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이를 간다
정상인의 5∼15%에 해당하는 사람이 잠잘 때 습관적으로 이를 간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본다. 그밖에 비염이나 천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비염이 있으면 잘 때 입안에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게 된다는 것. 간혹 과음을 할 경우에도 이를 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 입을 벌리고 잔다
코가 막히면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릴 수 밖에 없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역시 강한 호흡을 위해 저절로 입을 벌리고 자게 된다. 입을 벌리고 자면 입안의 타액이 마르게 되어 기관지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젖은 수건이나 물로 입을 축여주거나 방안 공기를 습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침을 많이 흘린다
인후나 식도 기능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하는 ‘연하곤란증’이 있으면 침을 삼키는 기능이 떨어져 자는 동안 침이 고여 흘러내릴 수 있다. 특히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자는 동안 삼키지 못한 침이 목에 걸리면 심한 기침을 하기도 한다.
▲ 얼굴을 찡그린다
심장이나 가슴 쪽의 질환이 의심된다. 심한 경우 손으로 아픈 부위를 만지기도 한다. 그밖에 극도로 짜증나는 일이 있거나 평소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참아온 사람에게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간혹 나타난다.
▲ 잠꼬대를 한다
우울증이 있거나 사고 후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특히 어린아이가 잠꼬대를 심하게 하면서 맥박이 증가하고 땀을 흘리고 동공이 확대되는 증상을 보이면 야경증일 가능성이 높다.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야경증이 심할 경우 간질 소양이 의심된다. 피로나 열병, 수면 부족 등 일상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 팔다리를 움찔움찔한다
틱증후군처럼 자는 동안 팔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찔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수면부족일 때 많이 나타나며 대개 주기적으로 종아리와 발목을 움직인다. 잠이 들기만 하면 발이나 장딴지가 가볍게 경련을 일으켜 어느 순간 잠에서 깨기도 하는데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방안 분위기를 어둡게 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 충분히 편안한 잠을 자는 것이다.
▲ 기침을 많이 한다
천식, 만성기관지염, 심장 기능의 이상이 원인. 잠들기 직전이나 새벽녘에 기침이 많이 나는 게 특징이다. 밤에는 낮보다 체내 이산화탄소가 많이 쌓이는 경향이 있는데 수면 중에는 하품 등으로 산소를 보충할 수 없어 호흡기가 더 민감하게 작용하기 마련.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 환자는 자다가도 기침 발작이 흔하며 숨쉴 때 기관지에서 ‘쌕쌕’ 하는 소리가 난다. 심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누운 상태가 되면 폐의 혈액순환이 더 안돼 기침이 심해진다.
▲ 이불을 찬다
욕구불만인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소심하거나 평소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욕구 해소 차원에서 발길질을 하게 된다. 잠자리를 편하게 해주고 어린아이라면 푸근하게 안아주는 것이 좋다. 신체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이불을 덮지 못한다.
▲ 새벽에 잠을 깬다
잘 자다가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깨어 다시 잠을 못 이루는 경우. 우울증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 꿈이 많고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체중이 빠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잠버릇 자체에 대한 분석보다는 우울증이나 성격 교정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폐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 역시 자주 잠을 깬다. 숨이 답답해지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얕은 잠을 자게 된다.
▲ 꿈을 많이 꾼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많고 적음의 차이는 꿈을 기억하는 능력의 차이다. 하지만 유난히 꿈을 많이 꾸는 경우가 있다. 꿈을 많이 꾼 날은 몸도 역시 피곤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또는 불안증이 있거나 술 또는 항우울제, 수면제 같은 것을 끊었을 경우 꿈이 많이 꾼다.
▲ 가위에 눌린다
일종의 수면마비 상태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잠에서 깬다. 어린아이들에게 흔하며 성인이 자주 가위에 눌린다면 스트레스나 우울증 때문이므로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 좋다. 심장병이나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생기는 야간 공황발작이나 후두경련도 가위눌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므로 심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속옷만 입고 잔다
주로 아토피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의 잠버릇이다. 아토피성 피부는 약간의 땀만 나도 갑갑하고 가렵기 때문에 잘 때 옷을 잘 걸치지 않고 이불을 걷어차는 것도 예사다. 아토피는 대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식구가 속옷만 입거나 아예 벗은 채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