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급식 1년간 방치…밥이 넘어 갑디까?
대전봉산초등학교의 ‘불량급식’은 개선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 학부모의 블로그 캡처.
이른바 ‘불량급식’ 문제가 불거진 대전 봉산초등학교의 학부모 A 씨는 문제 개선이 있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을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배식 받은 식판 사진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등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학교 학부모회에서는 지난해부터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교내 영양교사와 조리원 간의 관계가 나빠진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초등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항의한 끝에 급식 검수 횟수를 늘렸다.
A 씨는 “지원청 담당자들이 다른 학교에서는 검수 후 급식을 먹는데 이 학교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고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처럼 담당자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검수 횟수 증가 외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지적과 항의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학부모들은 대전시교육청을 찾았다. A 씨는 “교육청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이들은 1년 넘게 이어온 이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또 일이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연 끝에 교육감이 사과문을 냈고 비로소 후속 조치가 뒤따랐다.
교육청은 그동안 학교 급식 점검을 위한 자체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 5월에도 지원청 교육장과 시 교육감이 각각 학교급식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이번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관내 ‘불량급식’ 문제를 방치한 대전교육청 구내식당에선 어떤 식사가 배식되고 있을까. 기자가 방문한 대전교육청 구내식당은 대체로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수저와 식판 등 식기를 손에 쥐자 방금 소독기에서 나온 듯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배식은 개인의 취향에 맞게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주간 식단표 확인 결과 국수가 나오는 금요일을 제외하면 1식 4찬이 제공되고 있었다. 사진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듯이 대전봉산초등학교의 급식과 대전교육청의 급식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봉산초등학교의 ‘불량급식’과는 차원이 다른 대전교육청 구내식당 식사.
이번 ‘불량급식’ 사태와 관련해 20년 넘게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영양교사 문 아무개 씨(여·56)는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초등학교에서 화제가 된 사진과 같이 부실한 급식이 제공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무엇보다도 영양교사나 조리원 모두 성장기 학생들의 식사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로 인해 전국 각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급식 관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