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화려했지만 활동은 ‘감감무소식’…사무실 없고 센터장 리더십도 도마에
안보 불안 정당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출범시킨 더불어민주당의 국방안보센터가 보름이 넘도록 사무실은 물론 상근 당직자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김종인 대표.
6월 1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지도부는 국회의사당에서 국방안보센터 창립대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국가의 다른 분야는 잘못되면 시정하면 되지만 안보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다. 더민주는 그 점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다. 안보를 대변할 당 기구가 없어 아이디어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방안보센터 초대 센터장은 4성 장군 출신 백군기 전 의원, 총괄본부장은 하정열 예비역 소장이 맡았다. 국방안보센터는 자주국방위원회 등 6개 분과위원회와 30여 명의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안보센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더민주의 한 보좌관은 “활동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보름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다. 토론회라도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며 의문을 드러냈다. 더민주 전직 보좌관 역시 “사무실 상주인력이 들어오고 당직자도 붙고 예비역 출신들이 비상근으로 들어와서 정책 조정도 해야 하는데 센터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탰다. 더민주가 자신감 있게 선보인 국방안보센터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증언이다.
실제로 국방안보센터 창립대회가 열린 지 약 20일이 지났지만 센터 소속 위원들 활동은 감감무소식이다. 7월 5일 기자가 방문한 국방안보센터 사무실엔 센터의 간판과 팻말은 물론 상근 당직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안보연구센터 비상근 인력들이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센터장과 총괄본부장이 오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범 교육평론가다. 이 부원장과 센터장인 백 전 의원이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 총괄본부장은 “사무실은 아직 준비 못했지만 준비 과정일 뿐이다. 6개 분과 위원회의 위원장 인선을 마쳤다. 사람도 구했다. 지금까지 31명의 위원들이 편성됐고 8월 3일 사드 관련 세미나를 포함해 두 달에 한 번씩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전 의원 역시 “아무래도 편제에 없는 기구를 만들다보니 당규 등 여러 가지를 위반할 수 없었다. 별도의 사무실을 둔다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민주정책연구원의 브레인들을 활용하기 위해 사무실을 함께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위원들 중에 장군과 박사들이 많은데 이들이 항상 상근할 수 없다. 상근 행정실장을 곧 뽑아서 위원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방안보센터 운영에 대한 회의적 시선은 팽배하다.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위원장하고 부위원장까지 인선이 됐는데 바로 시스템을 갖춰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실 백 전 의원이 누굴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백 전 의원은 4성 장군으로 더민주 안보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런데 비례대표 관련해서 총선 때 후배들을 전혀 안 챙겼다. 당시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 입장에선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고 백 전 의원의 리더십 문제 때문에 전직 장성들이 다 빠져나갔다. 지금 안보센터가 탄력을 받지 않는 이유도 백 전 의원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안보센터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백 전 의원은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 다만 총선 비례대표를 선정할 때 당 산하 안보특위 멤버들이 선발됐으면 좋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긴 했다. 하지만 제가 비례대표 후보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제 역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저하고 하 본부장 외에 지역구를 두 명 정도를 당에 추천했는데 본인들이 고사해서 출마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센터 책임자들의 ‘자질론’은 여전하다. 다른 당직자는 “김종인 대표가 해병대 왔다 갔다 하면 뭐하나. 대표가 안보행보를 해도 ‘아웃풋’이 전혀 나오지 못한다. 국방안보센터도 다를 바 없다. 중앙당은 해주려고 하는데 센터장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풀어내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계속 지체될 수밖에 없다. 야전 사령관 출신 센터장이 안보 정책과 전략에 대한 방향성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백 전 의원은 “안보센터는 아이디어를 내는 기관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보에 관한 과제를 연구하는 곳이다. 이제 막 출발하는 단계인데 지체되고 있다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