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소량이지만 우리몸에 꼭 필요한 미세 영양소 들은 과일이나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 것이 가 장 좋다고 한다. | ||
일단은 안심이지만 분명 불편하고 가끔은 통증까지도 느끼는데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니 당사자로서는 불안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의사도 인정하지 않는 병’이라며 꾀병 취급하기 일쑤다. 심하면 엄살쟁이 소리도 듣기 쉽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최근 우리 몸속의 영양소 분석을 통해 그 원인을 알아내고 부족한 미세영양소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원인 불명’의 증상들을 해결하려는 의학적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단 1㎎ 혹은 0.1㎍이 있고 없고에 따라 몸의 기능이 크게 차이나게 되는 미량의 필수영양소에 대한 규명이 원인모를 증상에 시달려온 ‘꾀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그간 현대의학은 인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 왔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생겨나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의약품이나 외과적인 수술법이 발달했으며, 손상된 장기를 새로운 것으로 이식하는 기술도 발달됐다.
그러나 구조상 문제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여 반드시 건강체라 할수 있는가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세포나 조직 등이 검사상 건재한 상태에서도 많은 현대인들은 만성피로, 불면, 소화불량, 근육통 등 수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기능의학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의학자들이 ‘원인 모를’ 증상들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기능의학에서는 어떻게 하면 체내 장기나 기타 기관이 제 기능을 다 하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질병이 없는 것뿐 아니라 최상의 컨디션(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야 건강한 상태로 본다.
그렇다면 신체기관이 원활하게 움직여 최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우선은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일이다.
사람의 몸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같은 영양소를 매일 일정량 공급해줘야 잘 움직일 수 있는 유기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처럼 하루에도 수백g씩 소모되는 영양소가 있는가 하면 이와 달리 하루 필요량이 수백분의 1∼수백만분의 1g 정도인 미세(미소)영양소들이 있다.
단지 극소량이면 되기 때문에 자칫 그 필요성을 잊기 쉽지만 이런 영양소들이 부족하면 신체가 제기능을 하기 어렵다.
영양학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 기능의학연구소 제프리 블랜드 소장은 현대기능의학의 권위자다. 블랜드 소장은 ‘이 미세영양소의 작용은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기(氣)의 실체와 연관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의 작용은 미세영양소의 역할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처럼 신체를 구성하거나 에너지를 만드는 주요 자원은 아니지만 신진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수백만가지의 미세영양소들은 인체가 건강하게 움직이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영양소라는 것. 실제로 칼슘, 마그네슘 같은 몇가지 광물질의 체내 균형만 바르게 잡아줘도 평생 고질병처럼 따라다니는 근육통을 없앨 수 있으며 몇 가지 필수 아미노산은 만성피로, 무기력증을 털어내는 데 결정적인 효과가 있다.
미세영양소는 노화와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노화의학회에서 클라츠 회장은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하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같은 거대 영양소(매일 많은 양이 필요한 영양소)가 휘발유라면 미세영양소는 엔진이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다. 또한 적당한 윤활유가 차량의 노후화를 최대한 늦춰주듯 미세영양소는 인체 노화를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체에 필요한 미세영양소를 보충해 활력을 찾고 노화를 예방하는 건강요법이 각광받고 있다.
올 1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 열린 미세영양소학회 모임에서 미국 터프츠대 캐서린 터커 교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65세 이상의 남성 47%, 여성 59%가 미세영양소를 보충하는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1년 조사(남성 25%, 여성 3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비율이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개인의 영양상태를 분석해 수십가지 미세영양소를 한데 모은 알약을 처방하는 ‘맞춤형 처방’이 유행하고 있다. 병원들이 설치하고 있는 미세영양소 클리닉은 미세영양소를 수백가지로 분류해 각 개인에게 부족한 성분들만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나 잘 알려진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으로 누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용으로 인한 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인공 추출성분으로 미세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쪽이 결핍으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인공추출한 영양제보다는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는 일반 음식들을 골고루 먹는 게 정답일 수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모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적정량만 제대로 지킨다면 부작용 위험도 없다는 것.
슈퍼나 약국에서 파는 영양소라 하더라도 의사의 진단은 반드시 받는 게 좋다. 수백 가지 필수영양소 가운데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내야 하고 또 섭취해야 할 적정량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믿을만한 분석방법으로는 환자의 식단 분석과 혈액검사, 의사의 진찰을 꼽을 수 있으며, 머리카락 조직을 분석해 체내 미세영양소의 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모발조직 분석법은 아직 보편적 진단법으로 공식 인정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기능의학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의료진을 대상으로 기능의학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는 차병원 대체의학대학원 김일환 교수(한국통합의학연구소 부회장)는 “1950년대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박사가 개척한 분자의학이 응용임상영양학으로 발전했고 그것이 영양학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는 기능의학과 상통한다”며 “국내에서도 의사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도 모발조직검사와 맞춤형 처방은 도입돼 있어 전국 수십곳의 병원을 통해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환자의 모발은 병원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진 뒤 결과에 따른 영양처방을 받게 된다. 검사비용은 15만원선이며 검사를 의뢰한 병원을 통해 필요한 영양제의 목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다양한 미세영양소들이 개인별로 처방되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맞춤형 처방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가장 다양하게 나와 있는 영양제라고 하면 비타민 정도다. 결국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