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예비역에 뒷돈 건네”…A업체 “월급 준 게 뒷돈이냐” 진실공방
감사원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A 사 측은 “수십년간 군납을 독점해온 기존 업체들이 신생 업체인 우리 회사를 쫓아내기 위해 지난 수년간 근거 없는 음해성 신고를 해왔다”며 “이번 조사결과 발표는 그런 기존 군납 업체들에게 감사원이 휘둘린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0년 11월 A 사 제안을 받고 1017억 원 규모의 군용 침낭 37만 개 교체 사업을 검토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A 사가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 권 아무개 씨에게 3750만 원을 제공하면서 납품계약 체결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 사는 “권 씨에게 제공된 돈은 자문료로 매달 200만 원가량을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급여 성격의 돈을 감사원이 로비 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자문료로 지급됐다는 돈이 권 씨 딸의 계좌로 지급되어 왔다. 수사 초기 A 사는 권 씨에게 지급한 돈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해당 계좌가 발각되자 그제서야 말을 바꾼 것”이라며 “이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증거가 수집되었기 때문에 감사 결과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A 사 측은 “원래 권 씨의 딸이 회사에서 번역 등의 업무를 해주고 있었는데 도중에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 이후 비슷한 시기에 권 씨가 자문역할을 맡게 됐다. 어차피 부녀 지간이니 급여 통장을 바꾸지 않고 계속 권 씨 딸의 통장으로 급여를 지급해줬던 것”이라며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실수를 한 점은 인정하지만 권 씨에게 지급된 돈이 로비자금으로 인정되려면 돈이 사업 결정권자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어야 하는데 감사원은 그런 정황은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현역도 아니고 예비역 장성에게 매달 200만 원 정도를 지급해서 1000억대 사업의 로비를 성공한 것이라고 하면 세상 모든 사람이 웃을 것”이라고 했다.
2012년 4월 국방부 과장급 협의기구는 A 사 제안대로 신형 침낭을 개발하기로 했다. 연구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5년간 독점 납품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당시 이미 군용 침낭을 납품하고 있던 B 사는 다른 예비역 장성들을 통해 A 사를 비방하는 문서를 국방부에 전달했고, A 사의 신형 침낭 개발 사업은 취소됐다. 결국 군은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1986년에 개발된 B 사의 구형 침낭(61억 원 상당)을 납품받았다.
A 사 측은 “감사원은 감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우리 회사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있으니 방위사업청과 육군본부에 예정 중인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고 수차례에 걸쳐 요청해 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수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정확한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는데 감사원에서 방위사업청과 육군본부에 이러한 요구를 한 것은 분명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의해 ‘봉인’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압수수색 장면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합법적인 절차가 아니라면 우리 스스로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겠나”라며 A 사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감사원법 제27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상 필요한 때 창고, 금고, 물품 등의 봉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봉인 조치를 취하면 감사대상기관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A 사 측은 “감사원법에 의하면 봉인 조치는 그 장소에 국한되어야 하며, 감사관은 사무직원의 입회 아래 해당 문서를 열람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영장도 없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감사 사항과는 전혀 무관한 연구 개발자료와 직원들의 개인 신상명세서까지 모두 압수해갔다”며 “변호사 2명의 자문을 구한 후 감사원을 고발한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A 사 측에 따르면 A 사의 등장으로 기존 군납 거래가 끊기게 된 업체들은 지난 2011년부터 끊임없이 육군 중앙수사단, 감사원, 방사청, 국회 등에 A 사를 음해하는 민원을 제기해왔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통해 적발된 내용도 이미 지난 2011년 육군 중앙수사단과 군 검찰을 통해 2년에 걸쳐 수사를 받았던 사항이다.
당시 육군 중앙수사단과 군 검찰은 A 사 대표의 자택과 회사 사무실은 물론 연구개발에 참여한 장교와 연구원 등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혐의도 발견하지 못했다. 수사단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직원들을 포함해 4~6명 정도가 함께 식사했던 식사비 280만 원을 향응 제공이라고 지적해 문제 삼았다.
A 사 측은 “법에는 분명히 일사부재리(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두 번 이상 심리·재판을 하지 않는 것)의 원칙이 있는 것 아닌가? 이미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했던 내용을 여러 번 재수사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집으로 하도 수사기관들의 통지서가 날아와서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퍼져 몇 번씩 이사를 해야 했다”며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수사기관이 우리 회사를 조사했지만 밝혀낸 것이라고는 3년 동안 식사비 280만 원을 지출한 것이 향응 제공이라고 지적한 것과 자문료로 월 200만 원을 지급한 것이 로비 자금이라는 황당한 해석이었다. 군납 업체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싸우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억울함을 참을 수 없어 감사원을 고발하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A 사에 대한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B 사 측은 “A 사가 신생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4년간 몇 백억 원의 군납 계약을 맺었다”며 “이를 정상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나. 우리가 민원을 제기한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 감사 결과 비리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A 사 측은 “기존 군납 업체들이 이익금의 1퍼센트만 제품 개발에 투자했어도 우리 같은 신생 업체들에게 일감을 빼앗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이 우리 회사 같은 신생 업체들을 괴롭히는 탓에 군 장병들은 아직도 80년대에 개발된 군납 물품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군납 비리 사건으로 알려졌던 이번 사건은 이러한 공방 속에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연 감사원은 군피아의 횡포에 놀아난 것일까. 그 진실은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