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문양 교체 검토하고 손학규에 연일 러브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3회 국회(임시회) 7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번 리베이트 사건 때문에 ‘안’ 쪽 사람들이 다 날아갔다.”
7월 6일 기자와 만난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국민의당은 총선 전부터 김한길 전 대표가 사퇴하느니 마느니 엇박자가 났는데 총선이 끝나도 마찬가지다. 지역 의원은 비안, 즉 호남 중진 위주다. 비례대표 의원 쪽엔 친안이 많다. 구조적으로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었는데 리베이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일단은 박 원내대표가 주도권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김수민 리베이트 파동이 국민의당 내부 권력 구도를 출렁거리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권력 재편의 첫 신호탄은 ‘친안 색깔 지우기’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6월 29일 안철수 전 공동 대표의 사퇴 직후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안철수 색깔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비안 성향의 국민의당 한 중진의원은 “우리 당이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기 위해선 사당 색깔을 빼야 한다. 당 내부의 갈등까진 아니지만 우리가 공당으로서 떳떳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기자에게 “호남 중진 의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호남 중진의원들이 쇄신을 명분으로 당 주도권 선점을 위한 포문을 연 것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PI(Party Identity, 당 상징문양)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친안 색깔 빼기’의 일환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제20대 총선 당시 사람인(人) 모양의 국민의당 PI는 돌풍을 일으켰다. 김수민 의원은 PI 작업을 주도했고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도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을 집어삼킨 ‘리베이트 파동’은 안 전 대표 사퇴의 불씨를 당겼다. 박 의원과 왕 전 사무부총장은 2012년 당시부터 안철수 캠프에서 일해 온 친안 인사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그동안 색깔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아 교체 요구들이 이어졌다. 다만 PI 교체와 관련해 실무진 차원의 진행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문병호 국민의당 전략홍보부장은 “PI 때문에 당이 논란이 휩싸였다. PI를 바꾸면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당 홍보위에서 PI를 새롭게 바꾸는 쪽으로 검토 중이지만 안철수 색깔 빼기는 아니다. 김수민 색깔 지우기다. 확대해석을 말아 달라”고 잘라 말했다.
비안 진영은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기점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친안의 힘은 여전하다. 친안 인사들은 7월 6일 출범한 ‘박지원 비대상대책위원회’ 11인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김성식 권은희 신용현 김현욱 이준서 조성은 비대위원 등 절반 이상이 안철수계다. 친안 인사들이 비대위 인선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비안 쪽에서 “신 안철수 체제가 도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우리 당을 창당했다. 그쪽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빼면 누가 있나. 그리고 그 사람들이 왜 안철수 사람인가”고 반문했다.
이처럼 친안과 비안의 전면전 기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손학규 카드’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정계복귀가 유력한 손 전 고문을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6월 30일 안 전 대표 사퇴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전 고문이 당으로 들어와 활동하고 안 전 대표와도 경쟁하는 구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친안계로서는 속내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앞서의 국민의당 중진의원은 “손 전 고문 영입에 대해 호남 의원들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외연을 확대하고 후보군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후보로 결정됐다. 손 전 대표 공간이 없다. 솔직히 안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손 전 고문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저쪽은 안 되니까 이쪽으로 왔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손 전 고문을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친안은 손 전 고문을 안 전 대표의 ‘보완재’, 비안은 ‘대체재’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내년 상반기는 대선 경선 국면이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된다고 해도 여론 몰이를 하려면 센 사람이 같이 뛰어줘야 한다. 호남 의원들 입장에선 대권 경쟁에서 안 전 대표가 악재가 겹쳐 탈락할 경우 대안을 짜야 한다. 손 전 고문은 안의 대안으로 훌륭한 카드다. 호남 의원들은 안 대표 지지율을 보면서 주도권 다툼을 할 것이다. 안이 ‘아웃’됐을 경우 여차하면 손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는 생물이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