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약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살이 찐 사람일수록 수분의 비율이 높다. 체중의 4%에 해당하는 만큼의 수분이 매일 땀과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사람은 최소한 이 보다 많은 양의 물을 식수나 음식물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마시는 물이 어림잡아 50t쯤 된다.
70%나 차지하는 체내 수분의 상태가 건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몸의 건강이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이치. 하루 4%씩의 수분이 새로 보충된다면 대략 25일이면 체내 수분의 신진대사가 한 차례 완벽히 이루어진다고 볼수 있다. 조리에 사용하거나 직접 마시는 물의 질은 그래서 중요하다.
▲ 좋은 물은 오염되지 않고 산소가 많이 녹아있 는 물이지만 수돗물을 불가피하게 마셔야 하는 사람은 그 전날 저녁에받아놓았다가 마시는 것 이 그나마 낫다고 한다. | ||
그렇다면 어떤 물을 어떻게 먹고 마셔야 좋을까.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물의 조건은 대략 다음의 4가지가 꼽힌다.
첫째 산소가 충분히 녹아 있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물. 둘째 칼슘 마그네슘 등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이 적당히 함유돼 있는 물. 셋째 ph7.4∼8 정도로 약알칼리성을 띠는 물. 넷째 물의 분자구조가 6각형을 띠는 물(6각수).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촌의 물들은 대개 이런 4가지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은 경우가 많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이 물을 먹고 자라는 식물이나 동물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노화가 지연되며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무병장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립환경연구원 수질연구팀은 물맛을 좌우하는 성분으로 ‘칼슘 칼륨 규산’ 3가지를 꼽는다. 칼슘 함량이 알맞게 함유된 연수(軟水)에 가까운 물일수록 맛이 부드럽고 좋다는 설명이다.
칼륨의 경우 지나치면 짠 맛이 되지만 적당히 들어있으면 물맛을 향상시킨다. 규산은 물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미네랄로, 점토질에 많이 함유돼 있다. 지하에서 점토층을 지나 흘러나온 물의 맛이 좋은 이유도 여기 있다.
반면 물맛을 나쁘게 하는 성분들은 주로 염소 황산이온 등이다. 염소는 천연생수에서는 볼 수 없지만 수돗물의 경우 살균을 위해 거의 예외없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농도가 조금만 지나쳐도 물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맛을 잃게 된다. 또 황산 이온은 칼슘성분을 줄이는 작용을 일으켜 물맛을 뺏어 간다.
답답하고 목이 마를 때 시원한 물 한 잔처럼 효과적인 게 없다. 하지만 ‘찬물도 체한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몸에 필요한 물이라도 찬 것을 급하게 마시면 위에 부담을 줘서 소화에 지장을 가져온다. 특히 냉장고에서 막 꺼내 0∼4℃ 정도로 매우 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은 위장의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런 일이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식욕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무게로 위가 늘어져 소화도 안되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증세, 이른바 위하수증에 걸리기 쉽다.
흔히 물은 찰수록 맛이 좋다고 하는데 너무 차면 오히려 맛을 느낄 수 없다. 물의 온도가 10∼15℃일 때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가장 높아져 청량감이 있고 맛도 좋다.
그러나 과민성대장증후군처럼 장이 예민한 사람은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먹는 것이 낫다. 뜨거운 물을 빨리 마시는 것은 위에 자극을 주게 되어 습관이 되면 위암까지 초래하는 원인이 될수 있다.
아침 공복에 생수를 마시면 밤새 위벽에 끼여있던 노폐물을 씻어주어 위의 활동을 촉진시킨다. 아침 생수 한 잔은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좋은 건강음료가 된다. 특히 식사하기 30분 전쯤에 마시면 위액 분비를 도와 식욕을 돋우는 데도 그만이다.
반면 식사 직전이나 도중에는 물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때는 위의 소화효소와 위산을 희석시켜서 소화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소변의 양이 적고 노란색을 띤다면? 이것은 체액의 농도가 지나치게 짙어졌다는 신호이므로 맹물을 마실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필요한 물을 마시지 못하면 체내의 노폐물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아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신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특히 단백질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서 배출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노폐물 속의 암모니아 성분이 몸 속에 축적되면서 두뇌활동이 둔화되고 신경질이 늘어나게 된다.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많이 생산돼 혈압과 혈당도 올라간다. 이를 방지하고 체액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정상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약 2.5ℓ의 물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식생활에서는 음료 등 액체상태의 음식으로부터 1ℓ 정도, 과일 야채 등 음식물을 통해 1.2ℓ 정도 수분이 충당되므로 나머지 2.3ℓ 가량을 직접 맹물을 마셔 충당해야 한다.
배출되는 수분과 섭취하는 수분의 양이 균형을 잘 맞추고 있으면 모든 체세포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되고 장기에도 무리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유난히 땀으로 수분이 많이 배설되는 여름철이나 운동 직후에는 마시는 양을 늘려주어야 한다.
제대로 수분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은 아침에 발병하기 쉬운데, 잠자는 동안 흘리는 땀으로 수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몸 속의 물이 1∼2% 부족하면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5% 정도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며, 12% 이상 부족해지면 생명까지 잃게 된다. 또한 수분 부족상태가 만성적으로 되면 세포의 노화가 촉진된다.
체질적으로 물을 잘 마시지 않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10컵 정도의 물은 마시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수분뿐 아니라 염분까지 부족해지므로 맹물만으로 수분만 많이 보충했을 때는 체액의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열경련과 함께 열사병 증세도 나타난다. 고강도의 운동을 장시간 할 때는 약간의 포도당이 함유된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몇몇 생수의 경우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라고 광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물 전문가들은 식이요법만으로도 필요한 미네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으므로 물 속 미네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이혜민 건강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