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의 세포속에는 자기 고유의 특성을 지닌(DNA 유전자) 핵 외에 독립된 DNA를 지닌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하고 있다. 본래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일부가 아니었는데, 세포의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하다가 그것이 필수적인 것이 되면서 아예 세포 안으로 흡수됐다는 것이 지금까지 가장 인정받는 가설이다.
수정이란 난자 속으로 정자가 들어가 세포핵 결합을 통해 새 개체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DNA가 구성하고 있는 유전정보 배열은 대략 30만 쌍에 이른다. 이것을 염기라 하며 그 서열에 따라 각각의 정보가 생체의 어떤 특성을 규정하는가를 밝힌 것이 게놈, 유전자 지도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할 때 이 두 개의 세포는 정확히 50%씩의 DNA 정보를 서로 선택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유전적 특성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자손은 부모의 특성을 공평하게 물려받는 셈이지만, 이것이 핵의 결합에 한정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난자가 지닌 세포질이라든가 세포막뿐 아니라, 세포에 있어야 할 미토콘드리아 또한 어머니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별개의 DNA를 지니고 있으므로, 혈통적 순수성을 따지자면, 자손은 부계보다는 모계의 혈통을 순수하게 이어간다고 할 수 있다. 세포핵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2세가 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의 세포에 있는 그대로를 물려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유 특성을 물려가는 미토콘드리아의 계통을 추적하여 과학자들은 인류의 최초 어머니를 찾아낼 수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라 명명된 이 최초의 어머니는 14만~28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여성들로 추적되었다. 하지만 인류 최초의 아버지, 아담의 고유 유전자는 사라져 찾을 길이 없다.
사람들은 아들을 못 낳으면 자신의 유전적 특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딸을 낳아야 어머니의 유전 특성을 바로 전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간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쪽의 고유 기호(성씨)를 이어가면서 부계 혈통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것으로 근친 결혼을 원천차단할 수 있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순수한 과학적 견지에서 본다면, 근친 결혼을 철저하게 막는 데는 부계보다 모계의 고유 기호를 물려가는 편이 낫다.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에는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있다. XX결합은 여성이 되고, XY결합은 남성이 된다. XX의 성은 있어도 YY의 성은 존재하지 못한다. 복제양을 만드는 데서도 수컷 없는 생식은 가능하지만 어미 없는 생식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생명의 기본은 여성이다.
대화당한의원·한국밝은성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