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구치소에서 ‘나를 얼른 꺼내라’며 화내고 있을 것”
지난 1일 검찰에 출석하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최준필 기자
아들 장재영 씨가 대주주인 BNF통상을 통해 급여 명목으로 받아 챙긴 돈도 100억 원 정도 되지만 일단 범죄 혐의에서는 제외했다. 아들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 아들의 몸 상태를 감안할 때 ‘신 이사장이 챙긴 것’이라고 이미 내부적으로 판단했지만, 괜히 ‘다툼의 여지가 있는 혐의까지 영장을 청구했다가 신 이사장 쪽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말자’는 신중론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여느 대기업 오너 일가들이 그렇듯, 구속만은 피하기 위해 애를 썼다. 영장 전담 재판부 출신 전관 변호사도 선임했다. 그리고 불구속 전략을 선택했다. 방어권을 주장하기 위해 검찰이 주장한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그리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신 이사장은 재판부 앞에서 40분 넘게 통곡했다. 그는 아들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좋지 않다는 점을 눈물로 호소했는데, 울음소리와 감정이 가득 섞인 발언들이 재판정 밖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 귀에 들릴 정도였다.
신 이사장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영장 실질심사가 끝나자마자 한 번 더 돌변했다. 눈물로 ‘구속만은 면하게 해 달라’고 토로하다가 재판이 끝나자 곧바로 표정이 바뀌었다는 것. 그리곤 곧바로 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하며 흐트러진 얼굴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얼굴 표정도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를 본 법원 직원들은 ‘역시 재벌가는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 이사장에겐 안타깝겠지만 ‘호소’는 먹혀들지 않았다. 법원 영장전담재판부(조의연 부장판사)는 7일 새벽 2시 30분,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신 이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임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말을 맞춘 정황이 불리하게 작용됐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 이사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또 다시 돌변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화풀이 상대는 검사였다. 신 이사장은 검사들에게 “내가 왜 구속돼야 하느냐. 죄를 짓지 않았는데 검찰·법원이 내 얘기를 왜 들어주지 않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통상의 피의자들이 구속영장 발부 후 자포자기 하는 표정으로 구치소로 향하는 것과는 달랐다. 이 같은 반응을 놓고 오랜 기간 신 이사장을 알고 지낸 한 지인은 “평소 신 이사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신 이사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어릴 적 성장기를 챙겨주지 못해 ‘신격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만큼 롯데 그룹 안에서 철저히 대접을 받았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투정을 부리던 습관이 그대로 나온 것이다. 신 이사장은 평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실수나 잘못을 저질러도 롯데그룹 임원들 뒤에 숨어서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도 아마 비슷한 생각으로 ‘내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구치소 안에서 임원과 변호사에게 ‘나를 얼른 꺼내라’며 화를 내고 있을 게 뻔하다.”
남윤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