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하고 편치 않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흔하다. 한번 염증이 생기면 곧잘 재발하며, 동양인의 경우 암이 발병하는 비율도 다른 어느 장기보다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위장병이 많은 편이다. 인구의 30∼40%가 습관적인 소화불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복부 팽만감, 이물감, 더부룩함, 속쓰림, 구토, 역류, 되새김, 트림, 식욕부진 등 위와 관련한 불편 증상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어쩌다 나타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물건이 다양하지 않은 시골 구멍가게라도 대부분 소화제 내복액 정도는 팔고 있다. 위장병의 원인은 무엇이며, 왜 위험한가. 위장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생활습관은 무엇인가를 알아봤다.
▲ 위장병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병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내시경을 통해서 위를 검진하는 장면. | ||
그러나 소화불량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워낙 흔하게 겪는 증상이어선지 자가진단으로 약만 사먹거나 민간처방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만성인 경우 ‘만성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생명활동의 기본인 음식물 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서는 몸 전체의 건강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때로 만성적인 소화불량은 위암의 자각 증상일 수도 있다. 워낙 습관적 증상이려니 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때를 놓쳐 중증이 된 뒤에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암 진단을 받는 환자수는 10만여 명에 달한다. 지난 2월 발간된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국내 암통계 기간인 2001년도 한국인의 암 1위는 여전히 위암(20.3%)이 차지하고 있다.
위는 암 외에도 심각하거나 혹은 사소해 보이는 여러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이 암의 증상과 구분되지 않아 초기부터 신중히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특히 위장장애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소화불량 속쓰림으로 밤에 자다 깨는 경우, 살을 빼려고 노력한 적이 없는데도 최근 6개월∼1년 이내에 체중이 10% 이상 감소한 경우, 위출혈, 구토, 체중감소, 황달, 빈혈이 나타나거나 소화성 궤양 경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노성훈 교수는 “요즘은 30대가 전체 위암 수술 환자의 10%를 넘고 20대도 2∼3%나 된다”며 “아직 젊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게 아니라 속이 불편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일단 정확한 검사를 통해 암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40대가 넘으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위암 발병률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사람의 위는 가로 15cm, 세로 30cm 정도의 크기. 위로는 식도, 아래로는 십이지장과 연결된 주머니다. 식도, 십이지장과 연결되는 부위는 괄약근으로 꽉 조여져 있으며 괄약근이 느슨해지면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다.
위는 PH2의 강산과 소화 효소, 호르몬 등 각종 소화액을 분비하고 연동운동을 하면서 음식물을 잘게 부순다. 보통 1∼2mm 정도로 작아져 액체에 가까워지면 십이지장을 통해 장으로 내려보낸다. 보통 위와 관련한 불편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위장 운동은 신경과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 신경을 많이 쓰면 소화가 잘 안되는 이유도 긴장하는 순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위장의 운동이 중단되고 위에 분포한 혈관도 수축되기 때문이다.
흔히 ‘신경성’으로 분류되는 소화불량 증상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보통 식사 후 1시간 정도면 음식물의 반은 소화가 돼 십이지장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위장 활동이 부진하면 음식물이 계속 위에 남아 있어 더부룩하고 거북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위염이나 위궤양 증상이 한달 이상 지속되는 환자라도 절반 정도는 내시경이나 방사선 검사상은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기능성 소화불량이라 한다. 위 운동의 감소, 위산과다와 위산에 대한 위 점막의 과민 반응, 위장 감각신경이 통증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 등 원인은 다양하다.
위벽의 감각기능이 예민한 탓에 나타나는 복부 팽만감도 소화불량의 흔한 원인이다. 감각기능이 민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적게 먹어도 속이 가득찬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밖에 우울증, 불안증이나 강박감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
위염, 위궤양인지 기능성 소화불량인지 정확한 진단을 위한 방법으로는 내시경이나 하얀 물약을 먹고 X-레이 촬영을 하는 상부 위장관 조영술이 있다. 이 중 가장 좋은 검사는 내시경이다.
노성훈 교수는 “내시경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검사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95%에 이르고 현재로서는 가장 정확한 검사다. 또 필요에 따라 위 조직 일부를 떼어내 조직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치료가 단순하지 않다. 치료의 기본은 우선 생활 습관 조절, 식이요법이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제산제, 위산억제제, 위장관 운동 증강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 ‘예방’은 될 수 없다. 증상이 심해질 때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한 번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다른 병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증상의 양상이 달라진다든가 체중이 줄고 혈변을 보는 등 새로운 하는 증상이 생기면 다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벽은 점막-점막하-근육-장막하-장막 등 5개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맨 위 점막층에서 위산과 소화액이 분비된다. 속이 더부룩하고 쓰릴 때면 위산 과다 분비를 생각하게 된다. 적당량의 위산은 소화에 필수적이지만 지나치면 탈이 된다.
위산은 염산으로 이루어진 강한 산성물질이기 때문에 손에 묻으면 화상을 입는 것처럼 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위점막은 위산으로부터 위를 보호할 수 있지만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방어 능력을 벗어나 위벽이 상처를 입음으로써 염증이 생기고(위염) 더 진행하면 위궤양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거나 많은 양의 위산이 십이지장으로 흘러 내려가는 경우에도, 식도나 십이지장은 위산에 대한 방어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염증(역류성 식도염, 십이지장염)을 일으킨다.
맵고 짠 한국인의 음식이 흔히 위산과다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튀김과 날것, 섬유질이 많은 거친 채소, 마른 오징어처럼 기름이 많은 음식, 술 담배 커피 홍차 콜라 사이다 등 카페인 함유 음료, 스트레스, 약물의 장기 복용, 불규칙한 식사, 끼니를 거르거나 불규칙한 포식 등이 위산 과다의 원인이 된다.
위산은 단백질과 쉽게 결합해 산성을 잃기 때문에 두부 등 콩류, 육류, 생선 같은 고단백 식사와 적절한 채소, 과일을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속쓰림이 반드시 위산과다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속이 쓰리거나 배가 아픈 증상은 소화불량 다음으로 흔하다. 급성 속쓰림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과음 등으로 인해 생긴 급성 위염 때문이다.
급성 위염은 말 그대로 위벽, 특히 위점막에 갑자기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한 번에 쭉 마시는 위스키나 소주 등 강한 술은 위점막을 파괴시킬 수 있으며 특히 술이 약한 사람이 무리하게 마시고 급성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빙과류나 찬 음식, 뜨거운 음식, 짜거나 매운 향신료(고추 후추 등), 커피, 강한 산이나 알칼리제, 약물 등도 원인이 되며 식중독도 급성 위염에 해당된다.
급성이 아니라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땐 헬리코박터 감염 등으로 위벽이 상처를 입어 위산에 쉽게 노출되는 습관적 증상이 된 경우다. 이 경우 위궤양도 동반될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발견으로 위궤양이 위산과다 때문에 생긴다는 수십 년간의 굳건한 믿음이 깨지고, 위산 과다와 함께 헬리코박터에 의한 방어능력의 저하 역시 큰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994년 2월 미국 국립보건원은 위궤양 환자의 치료 지침을 발표하면서 위산 과다 억제와 헬리코박터 제거를 꼽기도 했다.
[위장 보호하는 좋은 생활습관]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히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습관은 건강한 위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위가 약하거나 상습적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은 식사할 때도 평소 위를 자극하지 않고 소화되기 쉬운 형태의 음식을 먹는 게 좋다.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은 음식물의 유동성을 떨어뜨리므로 피하는 게 좋다.
그러나 위산과다가 원인인 경우는 위액분비를 지연시키기 위해 오히려 지방이 포함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반면 섬유소는 적게 섭취하도록 한다.
튀김, 익히지 않은 날 음식, 섬유질이 많은 거친 채소, 마른 오징어처럼 기름이 많은 음식, 술 담배 커피 홍차 콜라 사이다 등 카페인 함유 음료는 위장을 지나치게 자극하므로 속쓰림이나 위궤양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섭취를 중단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 약물의 장기 복용, 불규칙한 식사, 끼니를 거르거나 한꺼번에 포식하는 행동도 위산과다에는 아주 좋지 않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