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 어느쪽이든 ‘그러므로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사회와 하지 않는 사회를 놓고 비교해보자면 이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마도 보다 정밀하게 개개인의 선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고 싶은 정치가라면 정책적으로 결혼을 장려하는 것과 장려하지 않는 경우의 결과를 한번쯤은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럽의 선진국들에 뒤이어 일본과 한국에서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식을 낳지 않는 풍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20년 후의 노동인구 감소를 우려해 정부가 본격적인 출산장려 원칙을 여러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기피현상이 이미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특히 이혼과 같은 가족해체 현상은 일본보다도 한층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도 정부나 정치인들은 이것이 앞으로 10~20년 후 한국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민하는 태도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후진형 정치’의 한 단면이 아닐까.
최근 영국 캔터베리대학의 가나자와 사토시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눈길을 끈다. 남성의 결혼이 이 사람의 성취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사에 업적을 남긴 과학자 2백80명의 일대기를 조사했는데, 주요한 결론은 ‘남성 과학자들의 경우 대체로(65%)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생애 최고의 업적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30세 이전에 과학에 위대한 공헌을 남기지 못한다면 평생을 가도 역시 남기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것은 26세 때였다. 아이작 뉴턴은 22~23세가 발명에 있어 최고의 시기였다고 회고했으며, 제임스 왓슨은 25세에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최초로 밝혀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경우 과학자들은 결혼 후 시간이 흐르면서 괄목할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가나자와 교수는 이에 대해 남성이 정착(결혼)하고 나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서 독창성이나 생산성 모험심이 함께 감퇴하고 일보다는 가족이나 자식을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남성은 나이가 든 후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으로 큰 업적을 남긴 예가 많다는 것이 좋은 반증이다.
결국 남성의 결혼은 성취욕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므로, 이에 따르면 결혼과 출산이 필수로 여겨지는 사회일수록 진취성은 떨어진다고 바꿔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범죄자들의 경우에도 결혼 이후에는 역시 범죄 욕구가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다. 인간의 성생활은 사회 안정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대화당한의원·한국밝은성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