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다. 절정이라는 것은 곧 막바지를 뜻한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듯 장마가 끝난 하늘은 이내 가을빛이다.
사실 북반구에서 태양은 이미 식어가고 있다. 햇빛이 북반구에서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순간이 하지(夏至)인데, 하지는 벌써 6월에 지나갔다. 하지를 정점으로, 태양이 지나는 황도(黃道)는 다시 남쪽으로 향한다.
우리 표현에 ‘오뉴월 무더위’라는 말이 있다. ‘오뉴월 서릿발’이라든가 ‘오뉴월 쇠불알’이라든가. 양력으로 따져도 7월이면 이미 여름이 아니다. 8월의 하늘이 가을빛을 띠기 시작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제 휴가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8월8일이 벌써 입추라고 말하면 탄식이 나올 것이다. 벌써 가을인가 하고.
그런데, 하늘(천체)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는 절기는 이렇듯 벌써 가을이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계절은 아직 여름에 머물러 있다. 학교의 방학도 7~8월을 기준으로 하고, 초복 중복 말복 하는 삼복더위도 7~8월에 걸쳐 있다. 땅에서의 느낌은 이렇듯 한 박자가 늦다.
남자와 여자의 기분을 비교할 때 흔히 남자는 불이요 여자는 물이라고들 한다. 그릇에 물을 넣고 끓이면 불은 제 혼자서 한참을 타오른 후에야 물이 끓기 시작하는데, 불이 꺼져 식어버린 후에도 물은 오래도록 그 온기를 간직하게 된다.
흔히 남자들이 먼저 열렬한 감정으로 대시를 해도 여자들이 처음에는 냉담하다가 뒤늦게 여자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면 남자의 마음은 이미 식어가고 있다고 한다.
태양이 한껏 내리쪼이고 나서 이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즈음에야 대지는 한창의 여름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니, 음양의 이치란 사람이나 자연이나 별 차이 없이 적용되고 발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건강에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연의 순환에 몸이 잘 적응하여 사는 것이다.
일년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나고 자란 한국 사람들에게는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그대로 맛보고 지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여름에는 더위를 느껴야 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느낄 수 있어야 인체의 신진대사가 계절따라 정확히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발달된 기계기술 덕분에 냉난방이 잘된 실내에서 여름은 춥게, 겨울은 덥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인체시계에 혼동이 생겨 더위나 추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발달이 주는 혜택에는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대화당한의원·한국밝은성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