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위장병은 생활관리와 함께 병의원이나 한 방의 치료를 함께해야 나을 수 있다. 침술 시술 장면. 우태윤 기자 | ||
소화불량 속쓰림 위염 위궤양 등 위장 장애와 관련된 증상들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때그때 소화제나 위산제 등으로 대처하긴 하지만 한번 위장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수시로 재발이 된다.
그러다보면 위통이나 소화불량 등 위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이를 습관 정도로 받아들이고 살기도 한다. 하지만 습관적인 위장 장애는 그대로 참고 살아도 되는 사소한 질환이 아니다. 위장 장애로 인해 몸 전체에 예기치 못한 갖가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은 흔히 위궤양으로 인해 심한 통증이 오거나 구토 위산역류 같은 심상찮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으로 진찰을 받고 내시경 진단 같은 정밀검진을 받아도 대개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편안히 좀 쉬라는 말밖에는 들을 수가 없다.
구체적인 증상은 사소한 염증이고 ‘스트레스성’ 혹은 ‘신경성’ 같은 막연한 병명이 붙는 위장장애가 계속되는 것이 만성 위장질환이다. 받을 수 있는 처방은 단순한 위장약과 항생제 정도며 낫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병원 진단에서 사소한 위염으로 밝혀지는 경우라도 증상이 자주 재발하고 쉽게 낫지 않는다면 장차 중증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늘상 더부룩하거나 속쓰린 증상이 있으므로 굳이 치료하지도 못하고 놓아두다가 급성 통증이 나타나 며칠씩 고생하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까.
만성 위장질환의 원인은 대개 스트레스와 부적합한 식생활에 있다. 스트레스는 위장에 직접 자극을 줘 위 출혈이 나타나게 함으로써 위궤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더 넓게는 심장 간 등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위장 기능에까지 문제가 되돌아오게 한다. 한방의 개념으로는 오장의 부조화로 인해 일어나는 허증(虛症)에 해당한다.
한정수 서울 주영한의원 원장은 전통 한방의 개념에서 스트레스는 ‘외감(外感)’에 해당한다며 “분노 놀람 슬픔 등의 감정적 스트레스는 위장뿐 아니라 간비심신 등 오장에 두루 충격을 주어 쉽게 원인도 알 수 없고 잘 낫지도 않는 위장장애를 가져오게 된다”고 설명한다.
내과에서 위장 자체의 증상만 살피는 방법으로 근원적 치료가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원장은 특히 간장과 비장 계통의 부조화(肝脾不和)가 소화기능에 문제를 가져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선 위장 자체의 증상으로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속쓰림, 명치 끝의 통증, 소화불량, 팽만감, 위하수, 구토증상 등이 나타나고 대장 기능의 문제로 만성 설사, 과민성 대장증후군,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좀 엉뚱해 보이지만 두통 어지럼증도 나타나는데, 특히 급체 등 체기가 있을 때 두통을 느끼는 경우는 흔한 편이다. 좀더 나아가 위장 장애는 신경과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증뿐 아니라 불규칙한 대변 등으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이는 또 불안증 우울증과 같은 정서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신이 순간적으로 혼미해지는 두혼과 어지럼증 손발저림 등의 증상은 위장장애와 동반해 나타나는 허증의 일종이다.
원인과 증상이 복합적인 만큼 치료 역시 오장육부의 조화를 복원하는 근본적인 치료라야 재발이 없다. 치료의 출발은 오장의 불균형을 가져온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즉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그때그때 풀어내고 적절한 식사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수 원장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속으로 삭일 때는 간의 기가 울결되어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고, 나아가 심장과 신장의 기능까지 약화되는 화병의 증상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장이란 양방의 생식기능 개념을 포괄하는 것으로 화병이 되면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같은 성기능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위장장애가 나타나는 초기에는 즉시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덜어주면서 술 담배 카페인(커피, 차)을 끊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음식은 부담되는 것(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소화되기 쉬운 음식으로 바꿔야 한다. 개인 체질에 따라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도 있으므로 각자의 경험에 따라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이 같은 생활관리와 함께 병의원이나 한방의 치료를 병행하면 만성적인 위장질환이라도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 한방의 치료는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향부자와 소엽 등 약재와 함께 간의 울결된 기를 풀어주는 약재와 기운을 북돋는 약재가 함께 처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