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구름’이 없을 뿐 ‘잠룡’은 많다
▲ 박원순 변호사(왼쪽)와 정운찬 전 총장. | ||
“이제 남은 것은 누가 여권의 대권후보로 떠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고 전 총리의 사퇴는 씁쓸한 일이지만 그의 퇴장으로 조용히 미소 짓는 이가 있을 것이다.”
지난 16일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급작스런 고 전 총리의 ‘깜짝 선언’ 이후 여권의 정계개편 방향은 고건 퇴장 이후의 ‘빈자리’를 둘러싼 변수로 더욱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고 전 총리의 퇴장 배경을 두고 이러저러한 뒷말이 흘러나오고는 있으나, 분명한 것은 제 3의 인물군이 그 반사이익을 얻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앞으로 대두될 여권의 대권후보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더욱 집중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포스트 고건’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7~8명이다. 재야의 박원순 상임이사, 정운찬 전 총장, 문국현 사장 외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천정배 의원, 김혁규 의원 등이 ‘잠룡’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들. 여기에 한명숙 총리, 강금실 전 장관 등도 잠재적 대권후보군에 오르내린다.
▲ 유시민(왼쪽), 천정배 | ||
한나라당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 자사에 대한 영입론까지 나오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사정이 답답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천정배 의원 등은 한나라당에서 ‘데려온’ 인물을 가지고 싸운다면 정략적으로 비쳐질 뿐더러 신선함도 떨어진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제3 후보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3 후보군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여전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정 전 총장은 ‘정치에는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현재의 달라진 여권구도에서라면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넓어지지 않겠느냐는 것. 한 정치 분석가는 “정 전 총장 스스로도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흔들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그가 언제든 다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아직까지도 구체적 액션을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 ‘현실정치’에 대한 야심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그러나 이들 모두 대선 주자로 나서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더구나 고 전 총리가 사퇴 이유로 밝혔던 ‘기존의 정치 벽’을 이들이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함께 범여권의 잠재적 후보군인 천정배 의원, 김혁규 의원, 유시민 장관, 한명숙 총리, 강금실 전 장관 등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 이들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흉중도 살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흉중에는 이미 ‘점지해둔’ 차기 대권후보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가운데 ‘점지된 인물’이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선 개입 의지가 엿보이고 있는 노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여권 대권주자들의 부침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