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관절. 일상생활에서 몸의 관절을 움직이는 횟수는 하루 10만회에 가깝다고 한다. 만약 무릎이나 팔꿈치, 어깨 등 어느 한 곳에라도 관절에 염증이라도 생기면 걷거나 팔을 뻗어 물건을 집는 등의 사소한 동작도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관절염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 쉬운 퇴행성 관절염과 면역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류머티스 관절염중 하나인데 퇴행성 관절염이 압도적으로 많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관절의 노화가 나타나는 40대부턴 관절을 잘 관리해야 한다. 미리부터 관절을 잘 관리하면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 시기를 늦출 수 있고 생기더라도 증세를 가볍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절염의 대부분은 인체 노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이다.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 1백명당 8명 정도가 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관절염 환자가 많은데, 이중 가장 많은 것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관절염 환자의 80%를 차지하고, 다음 류머티스 관절염이 10% 정도”라고 설명한다.
특히 55세 이상 나이에서는 약 80%에서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은 노인 인구가 늘면서 더욱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에게 많은 류머티스 관절염은 30∼40대에서 주로 생기는데,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더 낮아지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관절염이지만 완치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치료를 게을리하거나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관절염은 한층 악화되기 쉽다.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관절의 기능도 약해지는데, 심하면 뼈가 변형되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관절염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관절염의 원인이 무엇이든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고 관절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나 식사, 체중 조절, 바른 자세 등에 주의하면 관절의 통증을 없애고 관절의 기능을 좋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퇴행성 관절염 환자 10명 중 9명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치료와 더불어 꾸준한 관리를 하면 수술까지 가지 않는다. 류머티스 관절염도 치료효과가 좋아져 10명 중 3명은 완치가 가능하다. 배상철 교수는 “무엇보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데도, 관절염에 고양이가 좋다는 등 근거없는 소문에 매달려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관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후에는 관절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흔히 40대를 신체 여러 부위에 이상이 생기기 쉬운 시기라고 해서 ‘check age’라고 부르며 정기검진에서도 흔히 심전도 등 정말검사를 받게 된다. 관절도 점검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미리미리 관절을 관리하면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오는 시기를 늦추거나 그 증세를 가볍게 할 수 있다.
▲ 관절이 안좋은 사람은 보통 운동을 꺼리지만 적절한 운동은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도 움이 된다. 조깅보다는 적당한 속도로 걷는 것 이 더욱 좋다. | ||
▲운동: 수영 걷기 고정식자전거 효과
관절염이 시작되면 절대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예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주위 근육이 퇴화하면서 더욱 근력이 떨어지고 점점 더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으로 관리를 해야 할까.
척추 관절 전문병원인 나누리병원 정형외과 윤재영 과장은 “관절염 환자에게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운동은 가볍게 걷기와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라고 설명한다. 관절을 움직이되 격렬하지 않은 운동들이다. 이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운동 전후 준비운동과 정리운동도 잘 해주어야 한다.
수영은 정상적인 관절 운동을 유지시키고 관절의 유연성과 관련 근육의 강화, 지구력을 키워주는 데 좋다. 무릎 관절에 부담이 가는 평형보다는 자유형이나 배형이 좋다. 고정식 자전거는 안장의 높이를 발판이 아래에 있을 때 무릎을 곧게 펴질 수 있는 높이로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관절에 부담되는 자세가 없는 태극권이나 고전무용, 맨손체조 같은 운동도 도움이 된다.
만약 운동 중 관절이 뻣뻣해지는 경직현상이 있거나 운동을 끝낸 2시간 후에 통증을 느낀다면 운동종목을 바꾸거나 운동량을 줄이도록 한다. 걷는 운동이 관절에 좋다고 하지만 관절염 환자가 등산을 하는 것은 역효과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은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평지 걷기가 좋다. 평지 걷기라도 무리하면 해가 되므로 하루 30분 정도만 한다. 달리기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도 관절이 약한 사람은 피해야 한다.” 윤재영 과장의 말이다.
▲식이요법, 체중 조절
전체적인 건강을 지켜주는 균형잡힌 식단은 기본이며, 항산화식품을 자주 먹으면 좋다. 배상철 교수는 “퇴행성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모두 특별한 식이요법은 없지만 베타 카로틴, 비타민 A C E 등의 항산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항산화 영양소가 노화를 억제하고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이나 조직 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들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은 녹황색 채소와 감귤류, 곡류의 씨눈, 식물성 기름, 붉은색 과일이나 채소(자두 딸기 포도 적색양배추 순무) 등이다.
뼈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칼슘과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도 부족해지지 않도록 한다. 칼슘은 유제품이나 녹색 채소, 조개류에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 D는 햇볕에 의해 체내에서 합성되기도 한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무릎이나 허리, 발목 등 비만이나 과체중일 때 체중이 많이 실리는 부위에 잘 발생하므로 체중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식습관을 바꾸면 무리하지 않고도 서서히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적색 육류보다는 닭고기, 생선 등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고 백미밥보다는 현미밥 잡곡밥 통밀이나 보리로 만든 빵, 콩류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지방과 유지류, 소금, 알코올 섭취는 줄여야 한다”고 윤태영 과장은 조언한다.
▲올바른 자세가 퇴행 막아
우리나라 여성에게는 유난히 무릎 부위 관절염이 많은 편이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기어다니며 걸레질을 하는 습관 등이 주 원인이다. 평소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자세를 지켜야 한다. 일할 때는 되도록 앉아서 하는 게 좋은데, 물렁한 낮은 의자보다는 딱딱한 높은 의자가 좋다. 의자에서 일어설 때는 먼저 엉덩이를 의자 끝부분으로 옮긴 후 의자 팔걸이에 두 손을 지탱하면서 일어선다. 서 있을 때는 두 발에 같은 무게를 싣고, 작업공간에 맞는 높이의 의자를 사용하는 게 좋다.
오랫동안 앉거나 선 자세로 있으면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고 통증이 생기기 쉬운 만큼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또 힘든 일과 가벼운 일을 번갈아 가며 해서 사이사이에 휴식을 취해준다. 물건이나 짐을 옮길 때는 가벼운 물건이라도 손가락보다는 양 손바닥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들고, 무거운 물건은 몸에 바짝 붙여 들면 관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칭으로 관절 펴기
자동차나 비행기 등에서 똑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경우에도 관절에는 무리가 온다. 통증이 생기기나 뻣뻣해질 수 있다. 이때는 가능한 한 자주 몸을 뻗는 스트레칭 운동을 해주고 강직이 심한 경우에는 더 자주 운동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 여행이라면 적어도 1시간마다 쉬면서 차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충분한 수면 취해야
관절이 불편하면 같은 운동량에도 다른 사람보다 피로감이 심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관절도 쉴 수 있고, 통증이나 부종이 줄어든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배가 고픈 채로 자거나 식사를 많이 한 후 2∼3시간 내에 자는 것은 금물. 저녁에는 카페인이나 알코올도 삼간다.
▲임신중에는 류머티스 증상 완화돼
류머티스 관절염이 여성에게 많다 보니 임신, 출산을 해야 하는 나이에는 문제가 된다. 그러나 류머티스 관절염이 있어도 복용하던 약을 3개월 정도 끊은 후에는 체내에서 약효가 없어져 얼마든지 임신이 가능하다. 약을 끊고 임신하기까지의 기간이 마음대로 약을 쓸 수 없어 가장 힘든 시기. 임신 중에도 쓸 수 있는 약을 조금씩 쓰면서 조절한다. 일단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변화로 관절염 증상이 덜해져 훨씬 지내기가 편하다. 아기를 낳은 뒤 상태에 따라 약을 쓰면 된다.
글/송은숙
도움말/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 나누리병원 정형외과 윤재영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