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표 측 “이 씨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 그룹은 일체 개입한 바 없다”
[일요신문]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인 삼표그룹 계열사 ‘맞고소’ 송사건에 대해 법원이 영세업자 손을 들어줬다. 삼표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가 경기도 포천의 영세 개발업체 대표에게 무고죄로 피소된 건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 2월 초 계열사 대표 이 아무개 씨는 경기도 포천 소재 골재 채취 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각서가 위조됐다며 영세 개발업체 대표 변 아무개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문제의 각서가 진본으로 밝혀지자 변 씨는 이 씨를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1심 법원 판결로 드러난 삼표 계열사와 영세업자 간 송사 전말을 들여다봤다.
사진=삼표그룹 본사 전경.
지난 7월 6일 인천지방법원 형사 8단독(이연진 판사)에서는 삼표 계열사 대표와 영세 개발업체 대표 간 무고죄 형사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삼표와 함께 지역 토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중 삼표 측으로부터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는 영세업체 대표 변 씨였다. 검찰조사 결과 변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피고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고소장을 제출해 변 씨를 무고한 삼표 계열사 대표 이 씨였다. 지난 2월 초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이 씨는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드러난 사건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2008년 2월부터 변 씨는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진목리 일대 토지 46만 2000㎡를 개발해 원석을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그는 삼표와 손을 잡았다. 자금력 있는 삼표에 진목리 일대 토지를 넘기고 공동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에 변 씨는 그 대금으로 10억 3000만 원 상당을 요구했으나 삼표 측은 7억3000만 원에 해당 부지를 넘겨받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대신 매도인이 부담해야 하는 양도세를 매수인인 삼표 측이 부담하고 개발행위와 관련해 허가권자인 변 씨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민·형사적 책임은 인수자(삼표)가 부담한다는 조건에 양 측이 합의하면서 이른바 ‘이면 각서’가 체결됐다. 이 이면 각서는 2010년 12월 ‘진목리 산 10번지 세금 및 경비 00산업(삼표 계열사) 측 처리’라는 취지로 변 씨에 의해 작성됐으며 각서 아래에는 삼표 계열사 대표 이 씨의 자필 서명과 함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문제는 이면 각서가 체결된 이후 발생했다. 이 씨가 지난해 5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변 씨를 검찰에 형사 고소한 것이다. 이 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변 씨는 권한없이 임야의 세금 및 경비를 삼표 측이 처리한다는 허위의 이면 각서를 작성했다. 또한 삼표 계열사 대표 이 씨의 이름과 서명 부분을 칼로 오려내 풀로 붙인 후 이를 복사해 이면 각서 1통을 위조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변 씨가) 각서를 위조한 것 같다. 각서에 찍힌 날인 역시 처음 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변 씨가 각서를 위조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각서 원본을 국과수에 보내 진위 여부를 따졌다. 국과수는 각서 위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도장 역시 2008년 양 측이 작성한 합의서와 동일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지난해 7월 변 씨 고소건을 불기소(무혐의) 처리했다.
그러자 한 달 후 변 씨는 이 씨를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이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인천지검은 지난 2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7월 6일 선고된 판결문 사본.
1심 재판부는 ‘각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및 당시 상황, 변 씨와 삼표 측 간 경제적 이해관계에 관해 변 씨의 법정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었던 점’ ‘문서 감정 등 수사절차가 진행되면서 이 씨의 법정진술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변 씨) 측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법원은 “각서 내 일부 필적에 사용된 잉크류가 나머지 부분 잉크류와 다르게 관찰된다는 점이 이 씨의 무고사실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송 과정에선 삼표그룹의 조직적인 ‘갑질 소송’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계열사 대표 이 씨는 이면 각서 체결 이전부터 변 씨를 상대로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과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 등을 벌여왔다. 변 씨는 이런 와중에 계열사 대표였던 이 씨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자신을 검찰에 고소했다는 점 때문에 그룹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변 씨는 “삼표에서 억지 소송을 벌이다가 법원에서 각하되자 서둘러 각서를 쓰고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이를 계열사 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년간 지속된 법적 다툼과 국세청의 세금 폭탄이 이어지면서 변 씨는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 씨는 삼표와의 소송이 시작된 직후부터 채권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심 판결과 관련해 삼표 측은 이 대표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 이 씨가 기소된 것 역시 그룹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이 씨는 현재 회사를 떠난 상태로 우리도 이 대표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이 씨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그룹은 계약에 일체 개입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잇따른 구설수 삼표그룹, 어떤 곳이길래 삼표그룹은 레미콘, 콘크리트, 골재 등 건설자재로 유명한 중견기업으로 현재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삼표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사돈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표그룹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건설 호황으로 삼표그룹의 외형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도원 회장은 2004년 7월 지금의 삼표그룹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비리혐의로 사정당국의 수사선망에 오르며 끊임없이 수사를 받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며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4년에는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의 중심축으로 그룹 계열사인 삼표E&C가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삼표E&C 본사와 정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정 회장과 정대현 전무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뿐 아니라 삼표는 납품 편의 등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철도시설공단 간부와 정치인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자회사 헐값 매각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삼표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회사 삼표기초소재를 헐값에 신대원에 넘겼다는 의혹을 샀다. 신대원은 정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사돈기업 밀어주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은 그동안 삼표그룹 계열 삼표기초소재에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독점 공급해 왔다. 삼표기초소재는 일부만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는 마진을 붙여 다른 시멘트 업체에 다시 매각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현대제철은 2012년 10월부터 삼표기초소재에 공급하는 슬래그 물량을 100만 톤으로 줄인 바 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