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등 미래산업 투자 위한 정책펀드 조성 구상…민간자본 유치와 시·군 참여가 관건

투자공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지방공기업과 역할이 다르다는 점이다. 투자를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책펀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투자 플랫폼'이다. 실제 투자는 민간 전문 운용사가 맡는다.
이 같은 방식은 정부와 정책기관이 참여하는 한국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등에서 활용하는 모펀드-자펀드 구조와 유사하다. 공공 부문이 먼저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전문 운용사가 추가 투자자를 모집해 자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역시 공공 자금을 마중물로 활용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정책금융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를 통해 반도체와 AI, 로봇산업은 물론 전력 등 산업 인프라와 반도체 종사자 기숙사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투자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취재 결과 투자공사의 핵심 설계는 아직 상당 부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TF가 '일요신문i'에 제출한 서면답변에 따르면 투자공사의 자본금 규모와 정책펀드 목표 규모,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의 출자 비율, 참여 검토 중인 투자자군 등 핵심 사항은 현재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 중이다. TF는 “모펀드 출자자로 경기도와 연기금, 공기업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출자 규모와 참여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펀드 운영 방식의 얼개는 정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공사와 펀드를 분리하는 구조다. 투자공사는 모펀드의 조성과 관리 기능을 맡고, 실제 기업 투자와 자펀드 운용은 민간 전문 운용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TF는 이를 통해 투자 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연기금과 금융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의 중도 자금 회수나 지분 변동이 투자공사의 지배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TF는 정책금융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국민성장펀드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PIS(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펀드 운영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투자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워터폴과 트랜치 구조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손실 분담 방식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공사 설립 과정에서는 재원 조달 방식과 시·군 협력체계가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기도는 정책금융 모델을 현실화하려면 민간 자본뿐 아니라 시·군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F는 '일요신문i'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시·군의 참여 방식에 대해 지방공기업법 제50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규약을 통해 공동으로 지방공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TF는 참고 사례로 구리시와 서울시가 공동 출자한 구리농수산물공사를 제시했으며, 출자 규모와 참여 방식은 향후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시·군 공동출자가 추진될 경우 재원 분담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도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추미애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 산업의 성과를 경기도 전체의 성장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경기준비위원회에서는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귀속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이 밀집한 화성·평택·이천 등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세수 감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공사 공동출자 논의 역시 재정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TF가 밝힌 반도체 산업 성과의 ‘지역 환원 구조’가 시·군 협력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TF는 “조성된 정책펀드를 활용해 반도체 공장이 소재한 시·군과 협력해 해당 지역의 산업 인프라(전력·용수 등)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AI 분야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개별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만든 성장의 과실을 다시 해당 지역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시·군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TF의 구상이다.
투자공사 설립까지는 여러 행정 절차도 남아 있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공사를 설립하려면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한다. 지방공기업 설립 심의와 경기도의회 조례 제정 등도 거쳐야 한다. TF는 “아직 외부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는 실시하지 않았으며,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공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도 계획 중이다. TF는 투자심의위원회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고, 위원의 임기를 도지사 임기와 일치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결정 과정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TF를 꾸린 현 단계에서는 투자공사의 성패를 좌우할 자본금 규모와 정책펀드 목표액, 공공·민간 출자 비율, 투자 위험 분담 구조 등은 아직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타당성 검토와 행정안전부 협의, 지방공기업 설립 심의 과정에서 사업의 타당성과 기존 기관과의 역할 분담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규식 경기미래투자공사 추진 TF 단장은 “경기미래투자공사는 현재 설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관계기관 협의 초기 단계”라며 “세부 내용은 향후 검토 및 협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추미애 지사가 제시한 경기미래투자공사는 지방정부가 직접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다. 앞으로 마련될 기본계획과 후속 행정 절차 및 시·군과의 협력 여부가 투자공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jwp01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