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괴물 잡다가 주머니 털린 사례도 ‘주의’
‘포켓몬 고’ 공식 홍보용 트레일러 영상
[일요신문]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주머니 속의 작은 괴물’, <포켓몬스터>(포켓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포켓몬은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와 ‘게임 프리크’, ‘크리처’ 등 세 개 회사에서 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 포켓몬(The Pokémon Company)’에서 발매하는 게임시리즈로, TV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포켓몬 게임의 주된 플레이 방식은 게임 내 지역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을 전부 모아 포켓몬 도감을 채우고,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돼 해결하는 것이다. 포켓몬은 대전을 통해 경험치를 쌓음으로써 레벨이 높아지는데 일정 레벨에 오르면 ‘진화’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1996년 2월, ‘1세대 포켓몬 게임’으로 분류되는 <레드>, <블루>, <그린> 버전이 출시되고 오랜 시간 남녀노소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포켓몬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해 또 한 번의 진화를 보여줬다. 바로 스마트폰 앱 <포켓몬 고(Pokémon Go)>다.
지난해부터 홍보 영상이 공개되면서 포켓몬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포켓몬 고>는 지난 7월 6일부터 14일까지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 독일, 영국에서 선출시된 스마트폰 용 포켓몬 게임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땅 따먹기 게임’ <인그레스(Ingress)>의 개발사인 ‘나이언틱랩스(Niantic Labs)’가 기획하고 개발한 게임으로, 현실의 화면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이 도입됐다. <포켓몬 고> 게임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현실의 도로나 풀숲에서 3D로 이뤄진 포켓몬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구글 지도 GPS를 기반으로 하는 <포켓몬 고>는 자신의 나라와 거주 지역, 이동하는 경로 등이 그대로 게임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각 지역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은 일정부분 정해져 있어 자신의 지역 포켓몬을 다 포획한 플레이어들은 다른 지역에서 희귀한 포켓몬 잡기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희귀 포켓몬은 등장하는 장소와 시간이 랜덤이며 등장 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희귀 포켓몬이 등장하는 곳을 공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산타모니카에서는 희귀 포켓몬 가운데 하나인 ‘신뇽’이 나타난 지역에 수백 명의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몰려 그를 잡기 위해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장관을 보인 바 있다.
미국 산타모니카에 나타난 희귀 포켓몬 ‘신뇽’을 잡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진출처=해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게임 내에서는 자신이 키운 포켓몬을 데리고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들과 대전을 할 수 있는 ‘체육관’과 포켓몬을 포획하기 위한 몬스터 볼 등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이라는 장소가 있다. 이 장소는 실제 현실에서의 건물을 랜덤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해외에서 포켓스탑으로 지정된 가게들은 아예 외부에 ‘포켓스탑 지정 가게’라는 알림 팻말을 걸어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기도 했다. 체육관의 경우는 대다수 랜덤으로 지정되지만 그 지역의 명소 등 랜드마크가 지정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백악관이, 영국에서는 빅벤이 체육관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직접 ‘포켓몬 트레이너(게임 포켓몬 시리즈의 주인공)’가 돼 포켓몬을 잡는 와중에 그 모습을 부러워하며 바라만 봐야 하는 나라가 있었다. 바로 한국이다. 한국에서 가상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다소 현실적인데, 휴전국인 한국의 국내법에 따르면 국내 보안시설 보호를 위해 지도의 국외 반출이 금지돼 있어 구글 지도가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만일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게임 내에서 한국의 지형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 게임 진행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언틱랩스가 제작한 구글 지도 기반 게임 <인그레스>의 경우도 지도 반출을 금지하는 국내법으로 인해 게임 상에서 한국의 지형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바 있다. 여기에다 현재까지 출시된 5개국 외에 중국, 한국 등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포켓몬 고> 게임 실행 자체가 제한이 걸려있어 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다운받아 플레이하기도 어렵다. 이에 국내 이용자들은 해외 스마트폰 앱 마켓을 통해 APK(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확장)파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다운받았지만, 한국용 서버가 정식으로 열리지 않아 어느 지역에서도 제대로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원도에서 ‘포켓몬 고’를 실행하고 있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불 포켓몬 ‘파이리’가 출현했다. 사진출처=디시 인사이드 캡처
정식 서비스가 개시되지 않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속초에서만 <포켓몬 고>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나이언틱랩스의 전작 게임 <인그레스> 내의 지역 구분 단위인 ‘인그레스 섹터’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마름모꼴로 지역을 나누는 인그레스 섹터에 따라 한국의 대부분 지역은 ‘로메오 섹터’로 구분되는데, 강원도 속초와 영양, 고성 일부는 북한이 속해 있는 ‘알파 섹터’로 구분되기 때문에 북한으로 간주돼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포켓몬 고> 측에서 한국 서버를 다시 폐쇄한다고 하더라도 섹터를 재구분하지 않는 이상 북한으로 간주된 속초에서는 정식 출시 전까지 계속 <포켓몬 고>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속초마을’로 향하고 있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의 움직임에 휴가철과 맞물린 속초시청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뒤늦게 <포켓몬 고> 소식을 들은 속초시청 관계자는 “어젯밤(13일)부터 갑자기 한물갔다고 여겼던 공식 트위터의 알림이 전화기에 계속 떠서 왜 그런가 봤더니 속초가 <포켓몬 고>의 성지가 됐더라”라며 속초를 방문하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을 위해 무료 와이파이 지도를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포켓몬 고>가 이미 출시된 나라에서는 희귀 포켓몬이 나오는 지역에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등 지역 내 상권이 활발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어 속초 역시 <포켓몬 고> 관광 특수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포켓몬 고>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시장은 “속초에는 다양한 관광지와 먹거리는 물론, 포켓몬까지 잡을 수 있어 젊은 사람,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된다”라며 “앞으로 준비를 더욱 열심히 할 예정이고 (포켓몬 고 덕에) 이번 여름이 정말 핫할 것 같다”라며 열렬한 환영을 보냈다.
이처럼 지역 내 관광산업과 상권을 활성화하고, 20년을 기다려 온 포켓몬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될 <포켓몬 고> 열풍에 긍정적인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 벌써부터 포켓몬 마니아들은 부산 해운대에서 크루즈를 타며 물 포켓몬을 잡거나, 제주도 한라산에 잠들어 있는 불 포켓몬을 찾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식 출시에 앞서 같은 개발사의 전작 게임 <인그레스>가 낳은 문제점이 이번 <포켓몬 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그레스>의 경우는 사용자의 GPS 위치를 기반으로 하고 활동 기록이 공유된다는 점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집이나 학교, 회사 주변에서 게임을 하는 여성 플레이어들은 이들의 이동 루트를 거꾸로 따라간 다른 플레이어에 의해 주거지가 공개되면서 스토킹이나 성범죄 등도 발생해 큰 충격을 줬던 바 있다. 이 때문에 <인그레스>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플레이어들에게 “두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고, 집이나 직장(학교) 근처에서는 가급적 게임을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포켓몬 고>가 이미 정식 출시된 해외에서는 희귀 포켓몬이 출현하거나 ‘포켓스탑’, ‘체육관’ 등으로 지정된 지점에서 숨어 있다가 그곳을 방문한 플레이어들의 돈을 빼앗는 강도단까지 경찰에 붙잡힌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정식 출시에 앞서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한국의 <포켓몬 고> 정식 출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개발사인 ‘나이언틱랩스’의 가와시마 마사시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가 이번 달 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포켓몬 고>의 국내 출시와 관련된 정보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포켓몬 포획 위해 끊임없이 이동 ‘강제 운동 게임’ 가상현실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한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 등 GPS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용 포켓몬 게임 앱이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 독일, 영국 등 5개 국가에 정식 출시됐으며 출시 국가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남성과 여성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고, 앱을 켜놓은 상태로 주변 지역을 자신이 직접 돌아다니며 출몰하는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다. 이처럼 포켓몬을 포획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 운동 게임’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불 포켓몬인 ‘파이리’, 풀 포켓몬 ‘이상해씨’, 물 포켓몬 ‘꼬부기’ 등 세 가지 포켓몬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400~500m를 이동할 경우 포켓몬의 마스코트인 전기 포켓몬 ‘피카츄’를 잡을 수 있다는 팁이 알려지면서 포켓몬 마니아들의 더욱 큰 관심을 낳았다. 게임에서 포켓몬을 포획하고 도감에 등록하거나, 포획한 포켓몬의 진화, 포켓몬 체육관 관장과의 전투에서 승리 등의 다양한 행동을 통해 플레이어는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높일 수 있다.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 레벨 5를 달성할 경우 게임 속에서 세 가지 진영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데 ‘용기(Team Valor)’, ‘신비(Team Mystic)’, ‘본능(Team Instinct)’ 등이다. 각 진영마다 특별한 차이는 없지만 이후 체육관 전투에서 다른 진영의 체육관 관장과 싸워 승리할 경우 높은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포켓몬 고>의 또 다른 재미가 바로 체육관 대전이다. 각 지역마다 체육관으로 지정된 장소가 있으며 플레이어 레벨이 5에 도달하면 동일한 진영의 체육관에서는 훈련을, 다른 진영의 체육관에서는 대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 다른 진영의 체육관 대전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해당 체육관을 빼앗아 자신의 진영으로 만들 수 있어 진영 별로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체육관으로 지정돼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으며, 아직 정식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에서는 판문점이 체육관으로 지정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체육관 방어에 계속 승리할 경우 체육관의 명성 레벨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 관장 외에도 같은 진영의 트레이너들을 체육관 내에 배치할 수 있어 더욱 강도 높은 방어가 가능해진다. 게임의 주목적이 포켓몬 포획이니만큼 플레이어는 얼마나 많은 수의 포켓몬을 포획하는지, 얼마나 희귀한 포켓몬을 포획하는지에 중점을 두게 된다. 지역과 포켓몬의 특성에 맞춰 포켓몬이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어 물가에서는 물을 이용해 공격하는 포켓몬이 등장하는 식이다. 그러나 풀숲이나 물가 같은 자연 지형뿐 아니라 상가나 도로, 특정 건물에서 해당 장소와 관련된 포켓몬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일부 이용자들은 “포켓몬의 특성뿐 아니라 장소와의 연관성도 포켓몬 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무덤가에서는 유령 포켓몬이, 치킨 요리점에서 새 포켓몬이 등장했다는 것이 그 예다. 한편 7월 15일 현재까지 <포켓몬 고>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은 희귀 포켓몬을 제외하고 149 종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포켓몬은 게임 내에서 ‘전설의 포켓몬’ 또는 ‘환상의 포켓몬’으로 불리는 희귀 포켓몬으로, 특정지역에서만 출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