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교육기관·공인자격증 없어…치료 빙자 유사성행위 가능성
여성 섹스 테라피스트가 등장하는 영화 <세션>의 한 장면.
지난 7월 7일 저녁 7시 한 여성 섹스 테라피스트가 진행하는 소모임 강의를 듣기 위해 강남의 한 스터디 룸을 찾았다. 섹스 테라피스트 라니아 실장이 진행하는 이날 강의에는 두 중년 남성이 참석했다. 2시간 남짓 진행된 강의의 전반부는 이론 소개로 후반부는 실습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의의 부제는 ‘멀티오르가슴을 위한 전위’였다. 섹스 테라피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 강의는 오르가슴을 극대화하기 위한 성감대 분석 및 운동법으로 이어졌고 남녀 성기 마사지 실습으로 마무리됐다.
섹스 테라피란 아로마 테라피, 컬러 테라피, 뮤직 테라피 등과 같이 섹스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적인 대체 치료 요법을 일컫는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부부나 연인 사이의 성적 불감증, 과거에 겪은 성적 트라우마로 인해 정상적인 성생활이 어려운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최근 1년 동안 성관계 횟수가 월 1회 이하인 이른바 섹스리스(Sexless) 커플도 섹스 테라피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라니아 실장은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결혼 생활에서 섹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89%인데 반해 섹스에 만족하는 비율은 남녀 모두 10% 미만”이라며 “섹스에 있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섹스에 있어서 기(氣)에 대한 교감 즉,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에서의 긍정적인 기교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섹스의 목적인 오르가슴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론 강의가 끝나자 오르가슴 극대화 운동법 실습이 진행됐다. 팔과 다리를 비롯한 전신을 활용한 일종의 체조를 보여주고 이를 따라하게 했다. 골반을 튕기는 동작을 따라할 때는 다소 민망함이 느껴졌다. 이어서 남녀 성기를 정교하게 묘사한 자위기구가 등장했다. 라니아 실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성기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마사지해줘야 성감대를 개발할 수 있는지 시범을 보였고, 수강생들은 이를 따라했다.
모니터 화면에 적나라한 남녀 성기 사진과 민망한 동작들에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강의를 경청했다. 한 수강생은 “부부생활에서 섹스 때문에 아내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고 이혼까지 하게 됐다”며 “앞으로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강의를 찾아오게 되었다”며 수강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섹스 테라피 강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국내에는 섹스 테라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으며 공인 자격증도 없다. 몇몇 소규모 사설 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있을 뿐이다. 섹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녀 성기를 포함한 인체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요구된다. 게다가 테라피 과정에서 섹스 테라피스트가 치료받는 사람의 성기를 실제로 만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의학 및 위생에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라니아 실장은 “공인된 자격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일부 섹스 테라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섹스 테라피라고 홍보하며 실제로는 ‘섹스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 교육과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이 소장 역시 비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전에 CS(Customer Service) 강사를 했는데,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데 고객 행복을 강의하는 것이 모순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섹스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느껴서 섹스 테라피스트가 되었고, 국내외 서적과 (남편과의) 실습을 통해서 지식을 쌓았다”고 배경을 밝혔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 소장(성의학 전문의)은 “국내에서 섹스 테라피, 성치료를 한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짜”라고 잘라 말했다. 강 소장은 “미국의 경우 공인된 협회와 공인 자격증이 있는데, 이 섹스 테라피스트 자격 취득 대상자 자체가 의사와 심리학자로 제한되어 있다”며 “국내의 경우 일반인이 사설 협회에서 몇 시간 수업을 듣고서는 섹스 테라피스트로 활동하기도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라니아 실장은 실제로 성기 마사지를 전문으로 해주는 숍(Shop)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비용을 묻자 1회당 50만~70만 원이라고 답했다. 성기 마사지가 ‘사정’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성감대 개발을 위한 것이라지만, 다른 사람이 성기를 지속적으로 만지며 자극하는 일은 자칫 유사 성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현행 ‘성매매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성매매란 금품 등 재산상의 이익을 대가로 ‘성행위’를 하는 것 또는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성행위의 범주에는 “구강, 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도 포함된다. 즉, 성기 마사지는 그 목적과 관계없이 성매매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라니아 실장도 이러한 내용을 모르지 않았다. “아무리 순수한 목적이어도 현행법상 위법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성기 마사지 업소들은 절대 광고를 하지 않고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 개정을 통한 문제해결에 대해서 그는 “성기 마사지 비용이 고가이다 보니, 이를 빙자해 성매매를 하는 불법 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라니아 실장은 이번 강의 말고도 실제 남녀 모델을 섭외해 진행하는 ‘시연특강’도 매달 서월의 한 호텔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한번은 시연특강에서 고급 삽입 기술을 시연했는데, 일부 참석자가 거부감을 보여 지금은 성기 마사지 시연만 하고 있다”며 “지난 시연특강에서 참석자 중 지원을 받아 마사지 시연을 했는데, 한 여성 지원자가 사정을 하더라”며 성기 마사지의 효과를 강조했다. 다만 시연특강 역시 현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강 참석자가 강의 중에 신고를 하거나 나중에 고발을 하면, 경찰이 수사해 혐의가 입증되면 충분히 처벌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참석한 사람들이 실제로 신고를 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