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000만원 기업이 100억 투자·100조 사업…‘희한하네’
KAIST는 지난 3월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평가에 들어갔다. 회계사 등 외부 평가위원으로 구성된 KAIST의 자회사평가팀은 “아이카이스트에 유동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대부분 매출이 특수관계자로만 이루어져 매출액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아이카이스트 관계자는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일어난 일은 맞지만 대표이사만 동일할 뿐 주주 구성이 다르고 판매영업권을 줘 기술사용료를 징수하는 구조라 문제가 없다”며 “세금계산서까지 발행된 정상적 운영자금을 KAIST가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AIST는 자회사 아이카이스트에 대해 경영 투명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신문DB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아이카이스트는 지난달 15일 100억 원의 돈을 들여 정보통신기기 제조업체 지에스인스트루먼트(현 아이카이스트랩)를 인수했다. KAIST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따르면 아이카이스트의 현금자산은 5190만 원인데 어떻게 100억 원의 투자가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의심했다.
이에 아이카이스트 측은 “매년 100억 원 상당의 기술사용료를 징수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80억 원 상당의 기술사용료를 징수한 상태다. 지난해 공장 설립, 기업 홍보 차원에서 투자한 것들이 잠시 유동성 부족을 일으켰으나 최근 징수한 기술사용료로 정상화된 상태이며 회사 자체 재정으로 인수금을 집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아이카이스트는 2014년부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을 통해 재무제표를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아이카이스트가 공개한 2015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14년에 비해 크게 성장했음을 볼 수 있다. 아이카이스트의 매출액은 2014년 약 47억 원에서 2015년 124억 원으로 상승했다. 보유 현금자산도 2014년 300만 원에서 2015년 5190만 원으로 올랐다.
2014년 발표한 재무제표(위)와 2015년 발표한 재무제표(아래)의 동일 기간의 대해 기록이 차이가 있다. 자료출처=ALIO
또 2014년 재무제표와 2015년 재무제표에 나온 전년도(2014년) 기록 간의 차이가 있다. 2014년 재무제표에서는 3억여 원의 영업손실이 기록됐으나 2015년 재무제표에 나온 전년도 영업손실은 약 1억 8500만 원이다. 비유동자산은 2014년 재무제표에는 38억 원이라고 했지만 2015년 재무제표에는 43억 원이라고 적혀 있다. 법인세 비용도 2014년에는 2200만 원으로 기록돼 있지만 2015년 자료에는 6000만 원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아이카이스트 관계자와 계속 연락을 했지만 “잠시 후 연락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지난해 8월 중동 알자지라방송과 터치테이블 보급 계약을 맺었다. 당시 사업규모는 100조 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매출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우리가 2대주주인 데도 알자지라와 계약을 맺었는지 확인을 못하고 있다”며 “매출 100억 원대 회사가 100조 원 규모의 사업을 한다고 하니 솔직히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아이카이스트 측은 “알자지라와 함께 양사 조사한 시장성과 판매목표수를 종합하면 터치테이블은 약 1억대 규모로서 대당 1000달러로 환산하면 100조 원 규모”라며 “한국 인구가 5000만 명임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만 공략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KAIST와 아이카이스트는 현재 상표권을 놓고도 대립 중이다. KAIST는 지난 2011년 아이카이스트 설립 당시 한국과학기술원 명의로 아이카이스트 상표를 출원하고 같은 해 7월 아이카이스트와 5년간 상표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을 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계약 기간이 끝난 현재 아이카이스트에서 ‘카이스트’라는 명칭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이카이스트는 “상호와 상표는 엄격히 구분되는 것으로 상호 ‘아이카이스트’는 등록하는 순간 상법에 따라 보호받는다”며 “아이카이스트는 상호로만 사용했을 뿐 상표로 사용한 적이 없기에 제품명에 카이스트라는 문구를 넣지 않으면 상호를 바꿀 의무는 없다”고 반박했다.
KAIST는 아이카이스트의 감사보고서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했다. 배 의원 측은 “아직 분식회계 등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없다”며 “그러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이 생기고 있고 제보도 들어오고 있으니 분식회계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창조교육 시스템” 박 대통령 극찬…아이카이스트는 어떤 회사? 아이카이스트는 2011년 4월 KAIST와 소프트웨어개발 전문업체 휴모션이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 휴모션이 아이카이스트 자본금 3억 원을 전액 출자하고 설립회사의 주식 51%를 소유했다. KAIST는 브랜드 사용권 허락을 조건으로 회사 주식의 49%를 가졌다. 아이카이스트 사무실 전경. 아이카이스트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스쿨 시스템’이다. 교사들이 대화면 모니터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은 스마트패드를 통해 PC자료 등을 공유하며 교육에 참여한다. 현재 이 솔루션은 전국 200개 이상 학교에서 사용 중이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플렉시블 터치패널을 개발했다. 아이카이스트는 국내를 대표하는 창조기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아이카이스트를 찾아 창조교육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극찬했다. 이외에도 정홍원 전 국무총리,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창조경제 VIP들이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이사(32)는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으로 2008년 학부 졸업을 앞두고 휴모션을 창업했으며 현재 아이카이스트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아이카이스트랩 대표이사로도 취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