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류현진 “훠이~ 부상아 이제 그만 물렀거라”
# 부상, 또 다른 싸움
전반기 동안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추신수. 혹독한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한 끝에 6월 중순 복귀 후 텍사스 레인저스의 리드오프로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반기 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4 출루율 0.388 7홈런 17타점을 기록 중인 추신수의 후반기 관전 포인트는 역시 ‘부상’이다.
최근 추신수는 또 다시 부상 의혹에 시달린 적이 있다. 지난 6일 보스턴과의 원정 경기 때 5회말 수비를 앞두고 노마 마자라와 교체된 이후였다. 경기 도중 등 쪽으로 약간 뻐근함을 느껴 감독과 상의 후 교체를 결정했지만 국내 여론은 추신수의 몸 상태에 이상 신호가 온 게 아니냐고 추측한 것이다. 이후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른다는 얘기와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증폭되면서 추신수의 건강 이상설이 확대된 바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던 추신수는 이런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아직도 허리 부위에 뻐근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만약 그 정도의 부상이었다면 팀에서 자체적으로 출전을 만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새 30대 중반을 찍고 있는 나이라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지구 우승은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텍사스 레인저스로선 후반기 동안 추신수가 얼마나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이어가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640일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른 류현진.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6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선수 자신은 오랜만에 빅리그 마운드에서 통증 없이 경기를 치렀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류현진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고, 얼마나 제구된 공을 던질 수 있는지를 살폈지만 정작 난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통증 없이 공을 던지는 데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복귀전을 치른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돌려보며 통증이 있는지 살폈다는 얘기도 전했다. 류현진은 오는 21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복귀 두 번째 등판에서 류현진이 어떤 내용으로 투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복귀전 때랑 비슷하다. 5, 6이닝을 던지며 통증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것”이란 생각을 밝혔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이 “류현진은 아직도 재활 중”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류현진의 몸 상태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올 시즌을 마칠 때까지 류현진은 등판을 하면서 재활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것이다. 후반기 류현진의 관전 포인트는 그의 바람대로 부상 없이 선발 투수 요건을 채우는 것이다.
# 베테랑들의 질주, 후반기에도?
한국,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대호와 오승환. 그중 이대호는 시즌 초반 스캇 서비스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출전 기회에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의 노력과 실력으로 플래툰 시스템을 해제시켰다. 전반기 동안 이대호는 64경기에서 타율 0.288 12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어느새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수상이 거론될 정도다.
후반기 이대호의 관건은 손바닥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느냐다. 지난 7월 초 시애틀에서 만났던 이대호는 기자에게 오른 손바닥 통증을 호소한 바 있다. 방망이 잡는 부위에 보라색 멍 자국이 눈에 띌 정도였다. 당시 이대호는 “요즘 투수들이 패스트볼보다 싱커를 많이 던지는 편이다. 먹히는 공에도 안타를 치려고 대응하다보니 손바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기 전까지 계속 아이싱을 하고 있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팀의 아오키 노리치카의 마이너리그 강등 이후 매 경기 주전으로 출전 중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 손바닥이 아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없을 지경인데도 참고 경기에 나선 덕분에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이대호에게 올스타 휴식기는 ‘보약’이나 다름없었다. 가족들과 시애틀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캐나다 밴쿠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후반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하며 ‘파이널 보스’의 위력을 마음껏 뽐낸 오승환. 기존의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이 중간계투로 내려가면서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공식 마무리 투수로 후반기를 내달릴 예정이다. 오승환은 2승 무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 중이다. 이 수치는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의 원래 보직이었던 마무리를 맡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의 코리안시리즈, 일본의 재팬시리즈에 이어 미국 월드시리즈를 경험하는 것이다. 오승환은 이와 관련해 “한미일 세이브 기록에다 한미일 챔피언 무대에 오르는 건 아무나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면서 “다른 팀도 아니고 세인트루이스라면 그런 경험을 하게 만들어줄 것 같다. (김)병현 선배가 마무리로 월드리시즈 무대를 밟았던 것처럼 나도 그런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 KBO리그 출신의 귀환
김현수가 전반기 동안 보인 성적은 ‘드라마’가 따로 없다. 마이너리그 거부 이후 제한된 출전 속에서 김현수는 실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증명했다. 전반기 김현수가 보인 성적은 46경기 출전, 타율 3할2푼9리(152타수 50안타) 3홈런 11타점이었다. 벅 쇼월터 감독은 더 이상 김현수의 실력을 의심치 않는다. 단,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게 후반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과 3개월여 전만 해도 김현수의 부상 정도는 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김현수라면 상황이 다르다. 전반기 팀 내 타율(.329)과 출루율(.410) 1위를 기록했고, 우완 투수가 등판할 땐 대부분 김현수가 주전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김현수 또한 이대호처럼 전반기 내내 자리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천신만고 끝에 붙잡은 주전 기회를 놓치기 싫은 그로선 뜻밖의 부상으로 후반기 시작부터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7월 13일 현재 아직은 부상자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후반기 첫 경기가 시작되는 7월 14일 이후 김현수의 몸 상태에 따라 부상자 명단에 오를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병호는 전반기에 총 1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양대 리그 통합 신인 중 공동 5위를 내달렸다. 그중에는 비거리 465피트(142m)의 대포도 포함됐다. 그랬던 그가 휘청거렸던 가장 큰 이유는 빠른 공에 대한 대처다. 김현수가 이 빠른 공에 대처하려고 스캇 쿨바 코치의 도움 아래 피칭 머신을 통해 수백 번 연습을 해가며 선구안을 키웠다면 박병호는 스스로 헤쳐 나가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타율이 0.191까지 떨어졌고, 그는 7월 초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내려갔다.
박병호의 후반기 숙제는 빠른 볼에 대한 대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성적 부진으로 동반 몰락한 자신감 회복이다. 박병호가 이 문제들만 해결하고 타석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면 그는 다시 빅리그로 콜업될 것이다. 이미 파워는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 그리고, 스캔들
지난해 9월 무릎 인대 파열 부상을 입고 절치부심했던 강정호. 복귀전이던 5월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쏘아 올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기 동안 강정호는 53경기에 나서 타율 0.248 11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후반기, 강정호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최근 터진 성폭행 혐의 사건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물론 피츠버그 구단, 그리고 팬들까지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해 강정호를 보호하고 있고, 피츠버그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꾸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정호는 그 사건 이후 인터뷰에서 “야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즉 후반기에는 공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사적인 스캔들 혐의에도 잘 대응해야 한다. 입증되지 않은 범죄 혐의를 받으며 야구를 하는 강정호로선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류현진 사인 논란’ 빅리그 선수들 의견 “사인 원하는 팬들도 예의 갖춰야” 결국 류현진이 사과를 했다. 최근 국내 유명 야구 커뮤니티에서 불거진 사인 거절 논란과 관련 류현진이 포털사이트에 연재 중인 일기를 통해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류현진은 “앞으로 팬서비스에 적극 임할 것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사인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류현진의 사인 논란과 관련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또 다른 시각에서 이 일을 바라봤다. 시애틀에서 만난 이대호의 얘기다. “나도 한때 사인 안 해주는 선수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의 태도에 따라 나도 대응을 달리했다. 하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팬이라고 하는 사람이 식탁 위에 깔아 놓은 종이를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정중히 거절했다. 또 어떤 팬은 식당의 냅킨을 들고 오기도 했다. 야구공, 방망이, 야구장 티켓 등 기념이 될 만한 용품을 준비해서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우연히 야구장 이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팬들은 급한 마음에 아무 거나 집어 들고 온다. 선수의 사인이 정말 필요하다면 사인을 내미는 태도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자가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목격했던 한 장면이다. 원정 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포수 야디어 몰리나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큰 도화지에 ‘사인 좀 해주세요’란 문구를 써서 몰리나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던 어린 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몰리나는 선수단과 함께 훈련에 집중하며 그 어린 아이를 쳐다보지 못했다. 아이의 외침은 계속됐지만 몰리나는 정해진 순서대로 훈련을 소화했고, 훈련을 마친 후엔 곧장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몰리나의 인성이 나쁘다고 말한 팬은 한 명도 없었다. 사인을 하고 안하고는 몰리나의 선택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류현진의 사인 논란이 선수가 재활 중이고, 가장 힘들 때 마치 몰아가듯 여론이 움직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진이가 승승장구할 때는 이런 얘기가 수면 위로 표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술 후 오랜 재활을 거치며 조금씩 야구 외적인 얘기가 불거지더니 결국 사인 여부가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더라. 프로 선수라면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 사인도 열심히 해줘야 한다. 그러나 재활 중인 선수가 사인만 열심히 하는 것도 이상한 장면이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류현진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도 생기는 것 같다.” 추신수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엽서 크기의 사인지를 만들어서 갖고 다닌다. 식당에서 만난 팬이 급한 마음에 계산 후 받은 영수증에다 사인을 요청한 걸 보고 살짝 충격을 받은 탓이다. 추신수는 이후 아예 자신만의 사인 엽서를 만들었다. 넉넉한 수량을 준비해서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며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을 만날 때마다 그 사인지에다 사인을 해준다. 선수들의 사인 여부는 상황과 선택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선수 한 명에게 몰려드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사인 요청에 모두 응하기란 불가능하다. 선수들도 팬들의 사인 요청에 귀찮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몇몇 선수들은 사인 안 해주는 선수들로 유명하다. 류현진의 사인 논란이 팬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