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물원에서 기르던 호랑이가 성년이 되자 2세를 낳게 하려고 배필을 구해 합방을 시켰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를 하던 호랑이들이 몇번 만난 다음에는 곧 친해졌지만, 단지 친구처럼 지낼 뿐 부부가 되려고 하지를 않았다. 비싼 돈을 들여 숫놈을 수입해온 동물원측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사육사들이 여러 꾀를 냈는데 그 중 한가지는 동물의 세계 필름 가운데 동물들의 교미장면을 모은 특집, 사람으로 말하자면 포르노 비디오를 계속해 보여주어 성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경우 이런 방법은 성욕을 자극할 뿐 아니라 체위라든가 교접의 방법을 깨닫게 하는 데도 효과가 있어 보통의 성크리닉에서도 환자 교육용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섹스는 본능적 행위이므로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누구나 할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본능이라고 해서 누구나 제대로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에 와서는 의외로 부부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몰라서, 혹은 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거의 관계를 갖지 못하는 신혼부부들이 적지 않다. 이런 성적 불만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친구처럼 살자고 합의하는 젊은이들이 있는가하면 어느 한쪽의 욕구불만 때문에 관계가 서먹해져 결국은 이혼으로 치닫는 부부도 있다.
사람은 먹고 배설하고 종족보존을 위해 교접하는 일에 관한 한 본능이라는 선생을 모시고 태어났다. 태어난 아기가 곧바로 엄마의 젖을 빠는 것은 바로 본능이 가르쳐준 생존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먹고 배설하는 본능과 달리 보통 태어난 지 2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그 용도가 생기는 섹스에 관한 본능은 먹고사는 본능과는 입장이 많이 다르다.
인간은 본능만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성장 환경을 지배하는 수많은 규율과 상식과 억압, 그리고 자연적 물리적 생활환경의 조건에 따라 살고 있다. 현대로 올수록 인간의 본능들은 보다 많은 규범, 스트레스들에 의해 교육되고 억압되었으며, 산업화의 결과로 오염된 환경에 의해 호르몬의 분비에도 변칙적인 변화를 많이 겪고 있다.
그 결과 멀쩡해보이는 젊은이들이 정신적 육체적 요인으로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지 못하는 비극이 흔히 벌어진다. 이것은 현대의 젊은 부부들뿐 아니라 미래의 한국, 혹은 인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의 가정, 학교, 종교들은 성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기 보다는 되도록 자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요악’처럼 가르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 아이들은 성을 죄악시하고 성관계를 두려워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젊은이들에게 성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일은 점차 절실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