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인들에 비해 소금의 섭취량이 비정상적일 만큼 많지만 서양인들에 비해 채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
음식 뿐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도 소금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혈액, 세포액과 다른 체액들의 중요한 성분이면서, 그 농도에 따라 체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작용에 관여한다.
그러나 중요한 성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다익선은 아니다.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성분이지만 과다섭취하면 위암이나 고혈압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소금은 인체 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며, 이 소금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금을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 또 건강 관리를 위해 직접 소금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집중 분석한다.
짠맛을 내는 소금의 용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유리와 비누의 원료인 소다회라는 나트륨 화합물을 만드는 데도 소금이 들어가고 플라스틱이나 종이, 부동액 등을 만들 때도 소금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의 몸에서도 소금은 부족해서는 안되는 중요 성분이다. 우선 소금은 혈액과 세포, 양수 등을 구성하는 요소다. 이들 조직에는 약 0.9%의 농도로 염분이 들어 있다. 탈진했을 때 구급용으로 주입하는 링거주사액도 다른 성분이 전혀 없는 증류수에 0.9%의 염도를 더하여 만든 것이다. 소금은 다른 체액들, 침, 소변, 담즙 등에도 포함돼 각 장기의 기능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몸 안에서 적혈구를 만드는 데도 소금 성분이 필요하다. 영양분과 산소를 각 세포에 운반하고 노폐물을 몸밖으로 몰아내는 기능을 하는 적혈구의 주성분은 철분이다. 그런데 미역이나 다시마·김 등 해조류에 많이 들어있는 철분을 인체 성분으로 흡수하기 위해 소화시키는 것이 위염산이다. 위염산은 소금 속에 들어있는 염소이온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금섭취가 부족하면 소화가 안 되고 철분이 부족해 적혈구가 생성되지 않으므로 빈혈이 올 수 있다.
인체의 생리기능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칼슘, 칼륨, 인 등 미네랄이다. 미네랄은 주로 음식물을 통해서 공급되는데, 자연염에는 여러 가지 미네랄이 들어있어 좋은 미네랄 공급원이 된다.
조금 상한 음식을 먹어도 바로 배탈이 나지 않는 것은 염분의 뛰어난 살균작용 때문. 체내에 유해 물질이나 세균이 침입했을 때 세포나 혈관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염분이다. 만약 혈액이나 다른 곳에 염분이 부족할 때는 이러한 일차적 방어기능이 무너져 쉽게 감염되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흔히 갈증을 느끼면 물을 들이킨다. 그러나 갈증을 느낄 때 물만 많이 마시면 체액의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다. 수분만 많이 공급되어 염분 농도가 떨어지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수분이 많아져서 부종이 생긴다. 인체가 체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분을 배설하기는커녕 오히려 수분 속의 염분(알칼리성)을 유지하려고 소변의 양을 줄이기 때문이다.
몸 안에 수분이 많으면 음식 맛을 잘 느끼지 못해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액이 묽어져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면 혈당이 저하되어 체력이 약해진다.
소금은 죽거나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키는 작용도 한다. 체내에 소금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해 오래된 세포의 교체가 늦어지므로 피부가 거칠어지고 윤기가 없어진다. 이때는 기미나 주근깨, 여드름도 잘 치료되지 않는다.
체내의 염분은 음식이나 직접 섭취를 통해 보충된다. 모든 소금이 다 좋은 걸까. 소금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므로 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소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흔히 굵은 소금, 막소금으로 부르는 천일염이 있는가 하면 볶은소금 구운소금 생소금 죽염 등도 있다. 소금의 순수 성분인 염화나트륨(Nacl) 이외의 성분을 화학적으로 제거해 염도가 95% 이상인 정제염이나 표백 조미 등의 과정을 거친 맛소금 등 가공염도 있다. 국산 소금은 염도가 80% 이상이고, 수입산은 대개 90% 이상으로 국산보다 훨씬 맛이 짜고 강하다.
보통의 소금은 순수 성분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금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미네랄 성분은 종류에 따라 함량의 차이가 있다. 소금은 필수적이 것이지만 몸에 해가 될 수 있는 성분도 들어있다. 예를 들면 천일염에는 칼슘 마그네슘 철 인 등 유기 미네랄이라는 약성이 있는 반면 독성물질인 핵비소가 들어 있다.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간수·중금속 등을 완전히 제거하고 100% 염화나트륨 성분만을 추출해낸 것이 정제염인데, 짠맛은 더 강하지만 미네랄 성분까지 깨끗이 제거돼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우리 조상들은 된장·간장·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으로 소금의 독을 중화 또는 제거해 먹었다. 장아찌나 젓갈, 김치 등의 염장 발효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식품을 통해 소금을 섭취하면 독성이 제거된 질 좋은 소금을 섭취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양의 소금은 몸에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은 김치 등을 통해 염분 섭취량이 너무 많아지기 쉬우므로 되도록 염분을 줄이라는 권고를 많이 받는다.
소금을 얼마나 먹어야 좋은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결론이 나있지 않다. 현대의학에서는 1일에 3∼5g, 아무리 많아도 10g 이내로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금이 인체에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다섭취하면 위암, 고혈압, 심장병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의 소금섭취 권장량은 하루 6g. 최근 미 국립과학원 의학연구소는 이것도 너무 많다며 하루 3.75g으로 낮추도록 새 권장량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성인의 소금 섭취량은 하루 12g 수준이다.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섭취량은 하루 평균 15g으로 미국의 새 기준에 비교하면 무려 3~4배나 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권장량은 없다. 소금 섭취량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싱겁게 느껴진다 싶을 정도로 먹어야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노인들은 소금의 과다 섭취를 특히 주의해야 하는 대상이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떨어져 더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므로 소금 섭취가 늘어나기 쉽다. 30대가 소금 1g으로 느끼는 정도의 짠맛을 노인은 무려 3.5g을 먹어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칼륨과 나트륨은 체내에서 혈액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생명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서양인보다 채식을 주로 하는 우리가 소금을 먹지 않고 식물성 음식만 먹는다면 칼륨 과잉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13∼30g까지 소금을 더 먹더라도 남는 양은 배설해 버리는 인체의 염분 조절기능이 있어 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