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인간의 생활양식을 따라 함께 진화하는 유기체다. 고대 인류는 몸에 사소한 상처가 생겨 덧나기만 해도 그것으로 크게는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염증 감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흐르는 시냇물과 강물을 길어다 마시던 시대에는 우연히 흘러든 콜레라나 장티푸스균만으로도 수천 수만명이 쉽게 죽어갔고, 동물들과 가까이 살던 중세에는 페스트균이 유럽 전역을 휩쓰는 죽음의 사자 노릇을 하기도 했다.
의학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전통적 질병들을 극복하여 인간 수명을 크게 늘려놓았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질병으로부터,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적 질병을 극복하고 나서 돌아서면 새로운 현대의 질병이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다.
1백 년 전만 해도 인간에게는 ‘과로’나 과영양이 그다지 문제가 안되었을 것이다. 해가 지면 세상이 어두워지니 잠자리에 눕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고, 먹거리가 한정돼 있으니 보통 사람들에게는 과영양이 문제될 가능성이 적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간의 어둠을 정복하고, 무한정 식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전공학과 농업기술이 개발되면서 인간은 과로와 과영양이라는 새로운 덫에 빠졌다. 나아진 것이 있으면 그 이면에는 더 나빠진 것도 있기 마련이다.
시속 300km/h로 질주하는 고속철의 개통으로 한국인은 종전보다 배나 빠르게 서울-대전 구간을 달리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기계문명의 발달이고, 이것으로 인해 예전에는 누리지 못하던 새로운 이익이나 편리함이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꼭 이익이며 우리의 행복을 위해 기여할 지는 두고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무엇을 개발하고 발명할 때마다 인류가 좀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안 가서 그 반대급부가 반드시 발견되곤 했다.
인간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과로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암으로 죽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해를 내뿜는 기계들이나 자동차를 개발하기 전에는 폐암이나 후두암 같은 질병도 이렇게 흔치는 않았다.
현대에 늘어나고 있는 암 가운데는 전립선암도 주목할만하다. 서구인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전립선암이 이제는 한국인에게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증가 속도도 빨라서 2000년대 들어서는 해가 다르게 위협적인 질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청결한 성생활 식생활과 함께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많이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