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부비만·만성변비와 갑작스런 운동 등은 탈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복강내시경을 통해 인공복막을 보강하는 수술로 탈장을 치료한다. 사진은 대항병원 탈장센터의 진료장면. | ||
탈장(脫腸)은 말 그대로 내부 장기가 제 자리를 벗어났다는 의미. 영어로는 터졌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헤르니아(hernia)라고 한다. 뱃속의 장기들을 지지하는 내부의 복벽이 찢어지면서 장기 일부가 제자리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넙적다리와 몸체가 만나는 부위인 서혜부 탈장이 가장 흔하다.
소아탈장과 달리 후천적으로 생기는 성인의 탈장은 복부비만이나 만성 변비, 흡연 등으로 복부가 늘어나고 근육이 약해져서 생긴다. 예를 들어 뱃살이 많이 찐 사람은 복압이 상승해 그만큼 탈장이 되기 쉽다. 고지방 고칼로식이 많은 서구식 식생활, 운동부족 등으로 복부비만이 늘어나는 만큼 탈장 환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탈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으로 복부비만을 예방하고 금연을 해야 한다. 변비가 생겨도 복압을 상승시켜 탈장이 되기 쉬운 만큼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워낙 건강체질이라 여지껏 병원신세를 한번도 진 적이 없는 K씨(32). 몇 달 전부터 복부 옆구리에 바둑알 만한 크기의 혹이 잡히기 시작했다. 거울에 서서 보면 약간 표시가 날 정도였다. 눌러보면 통증도 없고 생활하는 데 지장도 없다. 그래도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 병원을 찾았다가 탈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직업상 무거운 것을 자주 들어야 하는 B씨(37). 어느날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면 고환 위 부분이 불룩하게 튀어 나왔다가 힘을 빼거나 누울 때는 없어지는 증상이 생겼다. 기침을 하거나 화장실에서 대변을 볼 때도 불록해졌다. 병원을 찾았다가 서혜부 탈장으로 확인되어 바로 수술을 받았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이 최근 4년간 수술 환자 2천9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로는 20∼40대 환자가 40.4%로 가장 많다. 이 병원 탈장센터 김태선 소장은 “선천적인 탈장이 잠재해 있다가 나타나는 경우뿐 아니라 복부비만이나 만성변비, 갑작스런 운동 등 복압을 높이는 후천적 요인으로 생기는 탈장이 많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다음은 50대 이상의 연령이 30.1%나 차지했다. 나이가 들면 복벽의 근육이나 근막이 약해져 그만큼 탈장이 생기기 쉽다. 소아 탈장을 포함해 10세 미만의 연령에서는 25.5%의 발생률을 보였다.
소아탈장은 선천적인 요인으로 생긴다. 태생기에 있던 복막 주머니가 막히지 못하고 열려 있거나 약하게 아물었다가 어떤 충격 등으로 다시 열려 서혜부 탈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신생아기에 선천적으로 배꼽 부위의 약해진 곳을 통해 탈장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어 갓난아기를 다룰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반면 성인탈장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생긴다. 태생기에 고환이 서혜부를 따라 하강하는 경로가 선천적으로 막히지 않았거나 불완전하게 막힌 상태로 지내다, 갑자기 복압이 증가하는 심한 운동, 기침을 할 때 복강 내의 장 일부가 복벽의 약한 틈으로 돌출되는 것이다.
흡연이나 심한 만성 변비, 운동량 부족, 복부비만 등이 원인이 되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평상시보다 복압이 급격히 상승되는 경우에는 탈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식이 있어 심한 기침을 하는 경우, 직업상 무거운 것을 자주 들어 복압이 오르는 경우, 만성변비로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힘을 주는 경우, 간이 나빠 복수가 생겨 복압이 오르는 경우 등이다.
흡연은 복막을 약화시키고 비만은 복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탈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년층 이상의 연령에서는 자연적인 노화 또는 만성질환, 영양결핍, 운동량 부족 등도 탈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탈장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훨씬 많다. 보통 4 대 1의 비율로 남자에게 잘 생기는 편이다. 그러나 대퇴부 탈장은 여성에게 잘 생긴다.
생기는 부위에 따라서는 넙적다리와 아랫배가 만나는 사타구니 부위인 서혜부 탈장, 대퇴부 탈장, 제대(배꼽) 탈장, 복벽탈장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서혜부 탈장이 전체의 약 7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데, 남성의 경우 탈장낭이 종종 고환까지 내려가 음낭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소아의 서혜부 탈장을 그대로 방치하면 남자아이는 고환 기능이 손상되는 등의 위험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서혜부 탈장이 있는 남자아이 중에는 고환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가끔 있다. 대부분 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지 않고 서혜부나 복강 내에 머물러 있는 경우다. 복강 내에 있는 고환을 그대로 두면 뒤에 고환암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므로 출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음낭이 발달되지 않으면 방치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대퇴부 탈장은 서혜부 탈장에 비해 감돈의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탈장내공에 장이 끼여 제자리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를 감돈이라고 한다. 감돈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감돈된 장에 부종이 생겨서 더욱 단단히 조여지고 혈액순환이 안되므로 장이 썩는 교액이 된다. 따라서 감돈된 탈장은 빨리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흔탈장이라고 해서 복부수술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봉합한 근육층이 터진 틈으로 장이 새나오는 탈장도 있다. 즉 복부수술 후 수술 부위가 감염되거나, 과도한 복압으로 봉합한 근육층이 벌어지는 것이 원인. 수술 후에도 재발이 잘 되는 탈장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탈장이 되면 장이 제자리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겉으로 혹처럼 볼록 튀어나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 활동중이나 울 때 볼록하게 나오고, 자리에 누우면 다시 복강 내로 들어가 볼록한 것이 사라지곤 한다.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간다. 탈장이 되면 운동이나 보행 시, 배변을 할 때 묵직하게 불편한 느낌이 든다. 드물게는 성생활에서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탈장이 있어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4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탈장된 상태로 지내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탈장이 있는 데도 치료를 미루다가 갑자기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이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탈장이 감돈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특히 12개월 미만의 영아나 미숙아의 경우에는 다른 연령층보다 감돈의 위험성이 높다.
일단 탈장이 되었을 때는 서둘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약물이나 물리치료 방법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성인들의 탈장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으므로 발견 즉시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복벽의 구멍을 인공막으로 튼튼하게 보강하는 방법만이 가장 믿을 만하다. 튀어나온 장을 밀어 넣고 다시 장이 나오지 않도록 복벽을 강화시켜 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근육과 인대를 당겨서 꿰매는 방법을 써서 수술 후 통증이 있고 회복기간이 길었으나 요즘에는 인공 막으로 보강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인공막 수술을 복강경을 통해 시행하므로 후유증이나 재발률이 크게 줄었다. 한솔병원 탈장센터 허경열 소장은 “인공막을 복벽의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대주면 높은 복압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보강된다. 따라서 수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등산이나 힘든 일도 1주일 정도 지난 뒤부터는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탈장예방수칙 5
1.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가진다.
2. 배변 시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는다.
3. 복압을 상승시키는 심한 운동은 가급적 피한다. 탈장 증상이 나타날 때는 등산이나 골프도 삼가는 게 좋다.
4. 되도록 담배를 끊는다.
5. 무거운 것을 들 때는 배에 지나치게 힘이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대항병원 탈장센터 김태선 소장, 한솔병원 탈장센터 허경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