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을 할 때나 무더위로 나는 땀은 체온 조절을 위한 신체의 정상적 반응이다. 그러나 더워도 땀이 나지 않거나, 이유 없이 땀이 많이 흐를 때는 의사에게 상의할 필요가 있다. 제공=서울아산병원 | ||
많은 땀이 흐르는 것은 귀찮고 지겨운 일이지만 땀 자체가 건강의 이상신호는 아니다. 땀은 체온을 조절하고 피부의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신체의 정상반응. 오히려 땀이 필요할 때 제대로 흘리지 못하면 체온 상승을 막지 못해 일사병이 생길 수 있고 더 심하면 고체온증으로 치명적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여름에 땀을 건강하게 잘 흘리기 위해서는 몇가지 상식이 필요하다. 갑자기 너무 많은 양을 흘리게 되면 탈수, 전해질 불균형 상태가 생길 수 있고, 다한증이나 액취증처럼 땀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땀은 인체의 체온조절 시스템에 따라 분비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장치다. 바깥의 온도나 체내 현상에 의해 체온이 올라갈 때 피부 속의 전해질 농도가 낮은 물을 밖으로 내보내 몸의 표면에서 증발시킴으로써 체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 땀이다.
땀은 한선(汗腺)이라고 하는 땀샘을 통해 피부 표면으로 분비된다. 날이 덥거나 운동, 노동으로 인해 체내에서 발생한 열은 땀을 증발시키면서 조절이 된다. 피부를 통해 발산되는 체온이 전체의 70∼80%에 달한다.
땀은 또 피지와 함께 피부의 건조를 막아 피부의 습도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작용도 한다.
우리가 운동할 때 흘리는 투명한 에크린 땀은 성분의 99% 이상이 수분이고, 나머지는 염분. 그러나 땀이 비오듯 할때는 섞여 나오는 염분의 농도가 짙어져 평상시 리터당 3∼5g에서 15∼30g까지 급속히 높아지기도 한다.
이 때는 땀 때문에 탈수현상이 생기거나 전해질의 불균형으로 인한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은 피로, 심장이상 등의 원인이 된다.
날이 덥지 않아도 땀이 흐르는 경우가 있다. 보통 식은 땀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일시적으로 땀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땀을 많이 흘리거나 긴장, 통증, 공포, 분노 등 정서적 원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현상이다. 보통 마음의 안정이 안 되고 긴장을 많이 하거나 화와 열이 많거나 술, 육류,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땀의 양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땀, 진땀, 식은땀이 자주 흐른다면 절대로 무심히 지나쳐서는 안된다. 땀이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날 때에도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식은 땀이 절로 흐르는 데에는 자신도 모르는 중대한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결핵균 같은 균의 감염으로 생기거나 드물게는 암처럼 중한 병이 있을 때에도 땀이 쉽게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워도 땀이 뻘뻘 날 때는 몸 안에서 에너지 발생이 과도해진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대로 땀이 다른 때보다 줄어들었다면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더위에 땀을 덜 흘리는 대신 추위를 잘 타게 된다.
땀이 이유없이 흐르거나 너무 많이 흐르는 경우, 평소의 양에 비해 갑자기 많아졌거나 현저히 줄었다고 느껴진다면 우선 의사의 진찰을 받아 자신도 모르는 병적인 원인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물게는 갈색 세포종이라고 해서 땀이 많이 나면서 혈압도 함께 오르는 병도 있다.
몸이 땀을 필요로 할 때는 원활하게 땀을 흘릴 수 있어야 하지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몸에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평소에 기운이 없는 기허(氣虛)형인 사람이나 식은땀을 잘 흘리는 사람도 한꺼번에 지나친 땀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땀의 원인이 되는 더위나 긴장 등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이다.
손바닥에 다한증이 있으면 땀 때문에 손이 항상 젖어 있어 글씨를 쓸 때 종이가 젖고 남과 악수하기도 곤란하며, 작업능률이 저하되고 감전의 위험 때문에 컴퓨터나 전기 제품을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피부과 전문의 신문석 원장은 “바르는 약이나 손발을 물에 담그고 전기를 흘려보내 땀샘의 활동을 둔화시키는 치료법이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흉부내시경을 이용해 교감신경을 잘라내는 흉부외과적인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여름이면 겨드랑이에서 악취(암내)를 풍기는 액취증도 땀에서 기인한다. 땀을 내는 땀샘에는 에크린샘과 아포크린샘이 있는데, 에크린샘은 체온조절용의 순수한 땀을 내지만 아포크린샘은 본래 생식기능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나온 땀은 시간이 지나면 세균에 의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아포크린샘이 퇴화되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포크린샘의 땀으로 여름마다 홍역을 앓는다. 사람들이 너무 깔끔하게 사는 시대다 보니 이 냄새가 더이상 ‘향취’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나는 땀이 분해되어 냄새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가벼운 경우라면 항균 스프레이나 로션으로 극복할 수가 있다. 땀이 날 때마다 깨끗이 씻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액취증이 심할 때는 겨드랑이 피부에서 아포크린 땀샘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한방에서는 열이 나지 않으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자한(自汗), 밤에 잠이 들면 땀을 흘리지만 눈을 뜨면 멈추는 도한(盜汗)이란 개념이 있다.
자한은 몸에 기운이 떨어지거나 습한 체질일 때 생기는 것으로, 몸살 수술후 출산 후와 같이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는 땀을 흘리고 나야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들고 그렇지 못할 땐 몸이 찌뿌드드하다.
도한은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잠이 들면 옷이나 이불을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린다. 주로 몸에서 진액을 보호하고 추스르는 기운이 약하거나 몸이 선천적으로 약할 때에 잘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땀이 인체의 진액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나치게 진액을 허비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처방 등이 전해오고 있다.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생맥산’은 인삼 오미자 맥문동을 넣어 끓인 것으로 여름철 냉장고에 마련해 두고 마시면 갈증이 해소되고 기력이 보호된다.
상지대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김달래 교수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식욕이 떨어질 때, 기운이 없을 때 생맥산이 좋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갈증을 없애는 인삼, 대추를 넣어 끓인 삼계탕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더없이 좋은 요리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상지대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김달래 교수, 강남 이지함피부과 신문석 원장, 한양대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