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매각전 집중 취재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매각을 자구안의 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부진 등으로 인해 2014년 1조 9200억 원, 2015년에는 1조 676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8일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KCC 주식 등 비핵심자산 1조 5000억 원을 매각하고 일부 제품사업 분사 후 지분매각 및 개편을 통해 1조 100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 가격을 5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7139억 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를 적용하고 현대미포조선 소유 지분 85.32%를 곱해서 나온 가격이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될 당시 PBR 0.79배를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됐다. 이후 증권사 인수합병(M&A)에서 PBR은 0.8배 안팎을 가이드라인으로 보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더욱이 시장 가격이 높게 측정됐다는 반응도 있다. 메리츠종합금융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메리츠종합금융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당시 PBR이 0.85배였다. 그러나 현재 증권업은 지속적인 침체기고 하이투자증권의 직원도 아이엠투자증권보다 많다. 우리 기준에서 본다면 하이투자증권의 PBR은 0.8보다 아래로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의 주가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인수 당시 주당 인수가는 4367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세 차례의 유상증자에서 주당 발행가는 2008년 2450원, 2010년 2250원, 2015년 2000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인수 후보자로는 대신증권, 메리츠종합금융,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초대형 IB 기준은 자기자본 5조 원 이상으로 검토 되고 있다. 따라서 M&A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후보로 거론된 증권사 대부분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증권업 특성상 M&A를 통한 성장보다 자체적인 성장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내부에서도 따로 의견이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메리츠종합금융은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의 메리츠종합금융 관계자는 “현재 형성되고 있는 시장가격이라면 인수할 생각이 없지만 적당한 가격에 제안이 온다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