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미지급 임금 달라” vs “이미 지급했다”
지난 17일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는 ‘축구교실의 이상한 운영법’이라는 제목으로 차범근 축구교실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송은 지난해 8월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해고된 전 코치 A 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A 씨는 퇴직금도 없이 부당하게 해고됐고 축구교실 외의 업무도 도맡아했지만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 감독 소유의 상가 3채를 관리했다는데 세입자들을 관리하고 밀린 월세를 받는 등의 업무였다.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고 차범근 축구교실은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렸다. 축구교실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한때 이용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이에 차범근 축구교실(축구교실) 측에서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 내용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A 씨는 축구교실에서 수석코치 외에 사무장과 같은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횡령이 적발돼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 또한 퇴직금은 2012년 이전까지는 중간정산 처리가 됐으며 이후 기간의 금액은 퇴직 이후 지급했다고 밝혔다.
축구교실 외의 업무와 관련해선 “이미 2명의 상가 관리인이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할 때만 A 씨가 나섰고 월 30만 원의 보수가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차범근 축구교실 이촌지구 입구.
“그쪽에서 MBC와 나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왜곡 보도’라고만 할 뿐 ‘허위 보도’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있다. 나는 있는 사실을 고발했을 뿐이고 오히려 축소가 돼 방송이 나간 것이다. 잘못된 내용은 전혀 없다”
관련 의혹은 방송과 보도자료 등을 통한 양측의 상반된 주장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측이 이를 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A 씨와 축구교실의 퇴직금·임금과 관련된 소송의 3차 변론준비기일이었다. A 씨는 지난해 8월 퇴사 이후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을 오가다 여의치 않자 올 3월부터 소송을 진행했다. 3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이 접수됐고 6월 7일과 7월 5일 각각 변론기일이 있었다. 다음 변론기일은 9월 6일로 예정돼 있다.
퇴직금의 경우 2012년 이전에 이뤄진 중간 정산이 관건이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금지됐다. 축구교실 측은 이에 따라 2012년 이후에는 중간정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2년부터 퇴사 시점까지의 퇴직금을 정상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A 씨 역시 2012년 이후 퇴직 시점까지의 퇴직금은 정상적으로 수령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2012년까지 이뤄진 퇴직금 중간 정산에 대한 부분이다.
A 씨는 “2012년 이전 퇴직금은 중간정산을 했다는 축구교실의 말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전에 퇴사해 퇴직금을 받지 못한 코치가 나 말고도 18명이나 있다. 중간정산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0년에는 노동청에 신고해 퇴직금을 받아낸 코치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산이 실제 이뤄졌다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변론준비기일 현장 상황에 대해 “판사가 ‘축구교실에서 퇴직금을 주고 합의를 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판사의 발언을 바탕으로 소송이 자신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인지하는 듯했다.
반면 차범근 축구교실의 법률 대리인 박동균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판사의 ‘퇴직금을 돌려주라’는 발언이 축구교실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단지 양측이 모두 출석을 한 만큼 원만하게 합의할 것을 권유했던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퇴직금 문제에 대해 “2012년 이후의 금액이 지급된 것은 A 씨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의 중간정산을 하던 때는 A 씨가 재정 관련 일도 책임지던 시절”이라며 “당시 그가 법인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자신의 통장에 넣어두고 후배 코치들과 자신에게 직접 퇴직금 중간 정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손으로 퇴직금을 챙겨갔음에도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쟁점은 축구교실 이외에 차 감독 소유의 상가 3채를 관리한 데 대한 임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됐느냐다. 이 부분에서 A 씨는 “3채의 상가를 관리했다. 오랜 기간 휴일도 없이 일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가로 월 30만 원을 지급했다는 말뿐이다. 30만 원은 한남동에 위치한 상가에 오가는 교통비로 쓰기에도 빠듯하다”며 억울해 했다. 그는 현재 남양주에 살고 있다.
축구교실 측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오히려 상가 관리는 A 씨가 자진해서 일한 경우도 많다“며 ”매달 적정 보수도 지급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태를 지켜본 차범근 축구교실의 한 관계자는 “A 씨의 횡령이 밝혀지며 축구교실에선 퇴사를 시킬 수밖에 없었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10년이 넘게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으니 다소 억울한 심정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