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기업의 상호 신뢰가 기반인 금융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업윤리가 중요한 조직문화로 손 꼽힌다. 금융권에서 “금융회사의 윤리경영은 가장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투자이자 가장 확실한 미래 리스크 대처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 KB 윤리경영, ‘윤리적인 직원’이 조직문화를 만들어 ‘윤리실천리더’ 구성
지난 3월 KB국민은행은 자체 적발된 금융사고를 직접 공개해 금융권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공공연히 쉬쉬하는 관행이 있는 금융권에선 파격적인 일이다. 이처럼 KB국민은행이 대내외 금융사고를 공개한 것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내부통제•재발방지’ 등 투명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윤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KB국민은행이 금융사고를 내부 조직뿐 아니라 외부에도 공개한 것은 윤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윤 회장은 “내부통제의 기본인 투명한 윤리경영을 KB의 조직문화로 만들어나갈 것” 이라며, “Top-down(위에서 아래로) 소통 보다 Bottom-up(아래에서 위로)을 통한 귀납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더라도 윤리경영은 ‘윤리적인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윤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영업점에 근무하는 젊은 행원 중심으로 ‘윤리실천 리더’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젊고 활력 넘치는 현장 직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참여의 장을 만들고, 윤리경영 실천을 Bottom-up(아래에서 위로) 방식으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윤리실천리더들은 모든 지점에 1명씩, 지역본부인 PG(Partnership Group)에 대표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윤리교육•자율점검•비윤리업무프로세스 개선 등 활동을 포함해 은행 발전 방향과 현장의 애로사항을 경영진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가교 역할도 하게 된다.
■ 금융업의 기본은 ‘청렴과 정직’, ‘윤리경영’을 ‘조직문화’로 만들 것
윤 회장은 지난 5월 윤리실천리더들과 직접 만남을 가졌다. 평소 직원들과 격 없는 만남을 자주 갖는 것으로 알려진 윤 회장은 이 날에도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즉석에서 제출된 질문에 대답하며,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금융업의 기본은 청렴과 정직을 지켜나가는 은행원은 곧 청지기”라고 강조했다. 믿고 맡겨준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믿음•신뢰로 지키려는 주인의식, ‘청지기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젊은 직원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입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행원으로 구성된 윤리실천리더들이 영업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고충이었다. 윤 회장은 “때로는 그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핵심은 윤리적 오류나, 고객에게 짐이 되는 방향이라면 어렵다,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말고 저에게 직접 이메일을 포함한 모든 소통채널의 가능성을 열어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바로 잡는 과정이 없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윤 회장의 윤리경영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윤리실천리더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은행 차원에서 소통공간을 마련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CEO 메시지•추진현황•내부통제 교육자료 등 정보를 윤리실천리더에게 제공하고, 온•오프라인 토론회에서 공론화된 윤리경영•은행 전략에 대해서도 보고회를 통해 소통의 활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마저도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지역영업그룹 마다 정해진 담당자가 직접 찾아가는 ‘희망만남’도 추진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과의 신뢰를 잃은 금융사는 도태될 수 밖에 없어 금융권 최대 과제는 윤리경영”이라며, “취임 당시 그의 최우선 과제가 신뢰회복이었다면, 현재 적극 추진하고 있는 윤리경영은 금융권의 귀감이 될 만한 경영표본”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윤리경영 실천을 올 화두로 잡았다. 연초 전국부점장 전략회의에서 윤 회장과 임직원, 윤리실천리더와 함께 선서식을 가장 먼저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관행적이고 보수적이었던 기존 은행 분위기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변화하기 위한 시도도 엿보인다. 윤 회장이 평소 “윤리실천리더들을 수평적인 문화로 가는 길목에서 ‘소금과 빛’”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고광수 기자 dbal@ilyo.co.kr